초복을 건넌다고 그런지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에 멀리 캐나다 로키산을 떠올려 보는 것도 좋은 피서방법이 아닌가 싶다. 천둥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나이애가라 폭포를 상상해 보면 또 어떤가. 아니면 북부 콜롬비아의 그레이셔 빙하지대를 떠올려 보는 것도 괜찮은 아이디어가 될 것이다. 캐나다는 몰려드는 관광객을 보더라도 아무래도 여름이 제격이다. 긴 겨울에는 망막한 눈 속에 옴츠리고 지내다가 늦은 봄 무렵부터는 생기에 넘쳐 약동이 시작되고, 요즘 같은 한여름이면 제철을 만나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온 명소가 몰살을 앓을 지경이 된다.
캐나다 로키는 북서부의 유콘 빙하지대에서 시작되어 여름에도 만년설을 이고 있는 고산준령을 끼고 이어지면서 남으로 행진을 하다가 미국으로 내려오면 콜로라도 주에 이르러 크게 한번 꿈틀하여 미국 로키의 절정을 이루고, 다시 뉴멕시코주를 건너서 멕시코로 내려오면 시에라 마드레산맥으로 이어지는 북미주 대륙을 동서로 가르는 대 척추에 해당되는 산맥이다.
북극으로 흐르는 빙하지대와 동서로 뻗어나간 모든 산과 모든 강과 모든 호수의 발원이 로키산맥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그 산맥을 머리에 이고 빙하는 뻗어있고 강은 굽이쳐 흐르고 만년설을 인 봉우리들은 호심에 담겨있다. 에메랄드빛이나 터키석 빛으로 색채를 발하는 호수는 캐나다를 찾는 사람들에게 그 신비의 가슴을 한껏 펼쳐 보여 준다.
밴프 국립공원은 1930년 국립공원법이 통과 된 최초의 공원으로 아름다운 빙하를 인 설산과 툰드라지대의 고산지대와 침엽수림지대 그리고 야생화로 뒤덮인 초원, 폭포수, 호수, 숨겨진 온천이 있다. 4개의 산봉우리 보어스(Bors),제스퍼(Jasper), 요호(Yoho), 쿠터니(Kootenay) 등 명산이 있어서 세계 인류 유산인 유네스코 기념물로 지정되었다. 밴프 시내 근처의 루이스 호수는 호수의 폭이 3백미터, 길이가 2.4킬로미터로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니지만 호수의 물빛이 신비로워 숨겨둔 보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이 호수는 스토니(Stoney)인디언들이 ‘작은 물고기의 호수’라 불렀는데 서구인으로는 톰 윌슨이란 사람이 1882년 최초로 이곳을 방문했고, 그후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의 딸 루이스 공주가 이곳을 방문한 기념으로 루이스호수라 명명했다고 한다. 호수의 독특한 에메랄드빛은 만년설에서 흘러내린 물에 광물질이 섞여 햇빛을 받으면 신비의 빛깔을 낸다.
밴프에서 제스퍼를 잇는 트랜스 캐나다 하이웨이에 있는 콜롬비아 대빙원을 오르는 길은 1930년에 처음 개통되어 태고의 신비를 보여주었는데 아사바스카 빙하,크로우푸터 빙하, 페이토 빙하 등이 있고 설상 특수차 스노토치를 타고 아사바스카 빙하 지역으로 올라가서 만년설에서 녹아 내리는 차가운 얼음물을 마셔보는 기분이란 오장육부를 말갛게 씻어내는 느낌이랄까, 이빨이 시린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나 공해와 지구온난화 기후 이변으로 인하여 북극의 만년설이 녹아 내리고 있다는데 이곳도 매년 여름철 만년설까지 위치가 점점 그 고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하니 지구의 미래가 염려되지 않을 수 없었다. 직접 확인은 못해 보았지만 눈과 얼음 속에서 핀다는 캐나다의 인동초인 ‘알파인 버터컵’(Alpine Buttercup)의 사진을 보았다. 눈과 얼음을 뚫고 솟아 노오란 가녀린 꽃잎을 피우고 있는 모습이 사진 속에서 웃고 있었다. 모진 세월도 잘도 견디어 내면 이렇게 웃으며 밝은 태양을 볼 수 있다는 뜻일까.
로키산의 절경은 뭐니 해도 그 계곡과 계곡을 타고 흘러내리는 개울과 하천, 그리고 강물을 들 수 있다. 초가을의 단풍도 숨을 멎게 하지만 여름날 이른 아침 계곡에서 피어 오르는 물안개의 신비로움도 이에 버금간다. 선녀들이 계곡물에 목욕을 하고 나서 우화등선하는 장면이 저와 같을까, 물안개가 빚어내는 환상의 춤을 잊을 수 없다.
북극의 만년설 위를 비행기로 수없이 다녀본 나의 지난 파일럿 시절이 있었다. 캐나다 로키를 떠올리는 것은 이렇게 무더운 날 즐거운 추억 속으로의 여행이 된다. 지구가 지닌 자연자원과 그 보물을 고스란히 보호하고 있는 캐나다는 그 자원의 보고일 뿐만 아니라 인류에게 그 미래의 자산을 자자손손 후세에 길이 보전하여 보여주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었다. 캐나다는 천둥벽력 같은 폭포수가 쏟아지는 장엄한 신비의 소리로 아직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