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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2014]영화를 '만들어가는' 배우들

이경민 / 기획특집부 차장

좋은 영화를 만들려면 좋은 배우가 있어야 한다. 아무리 완성도 높은 각본과 기가 막힌 연출이 만나도 배우의 연기가 후지면 영화는 실패작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일요일(3월 2일)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보 진용만 봐도 배우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남녀주조연상 후보에 오른 20명의 배우들 중 '블루 재스민'의 케이트 블란쳇, '오거스트:오세이지 카운티'의 메릴 스트립, 줄리아 로버츠를 제외하곤 모든 배우가 자신의 출연작을 작품상 후보에 올려놓았다. 좋은 작품이 멋진 연기를 끌어낸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 훌륭한 배우가 작품을 빛나게 하고 완성시킨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서 배우를 영화의 '얼굴'이라고들 표현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좋은 배우는 곧 연기 잘하는 배우를 뜻한다. 주어진 대본을 충실히 소화해 그 안에 담긴 에너지와 뉘앙스를 생생하고 진정성 있게 그려내기만 하면, 배우는 제 할일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요새 들어선 좋은 배우의 의미가 좀 더 확장되는 듯하다. 자신의 스타 파워를 이용해 제작 전반에서 배우 스스로 좋은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힘이 되어주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잘만 만들어지면 빼어난 완성도를 자랑할 좋은 각본이지만, 엄청난 흥행 수입을 긁어모을 '대박용'이 아니란 이유로 투자배급을 받지 못하는 작품들을 배우가 직접 나서 기사회생시키고 완성해내는 경우도 잦아졌다.

올해 아카데미의 유력한 작품상 후보인 '노예 12년'이 좋은 예다. 영화엔 단역 수준으로 잠깐 얼굴을 비칠 뿐이지만 브래드 피트가 없었다면 이 영화는 불가능했다. 좋은 소재지만 지나치게 어둡고 대중성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시나리오는 브래드 피트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제작에 급물살을 탔고 결국 86회 아카데미 시상식 9개 부문에 오를 만큼 극찬을 받는 작품으로 완성됐다. 스티븐 맥퀸 감독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후 "브래드 피트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는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라며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최근 개봉한 '모뉴먼츠 맨'도 조지 클루니가 없었다면 만들어질 수 없었던 영화다. 클루니는영화의 제작, 각본, 감독, 주연까지 1인 4역을 맡았다. 맷 데이먼, 빌 머레이, 존 굿맨, 밥 발라반 등의 초호화 캐스팅 멤버들도 모두 "조지 클루니를 보고 이 영화에 합류했다"고 입을 모았다. 클루니는 '모뉴먼츠 맨' 기자회견장에서 "흥행대박을 노리는 영화사들이 누구나 달려들어 만들려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아니면 결코 완성되지 못할 좋은 이야기들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털어 놓았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한국영화 '변호인'도 제작에 난항을 겪다 송강호가 합류한 후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돼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로보캅'을 통해 할리우드에 화려하게 입성한 스웨덴 배우 조엘 킨너먼은 "내 이름값으로 좋은 스토리가 투자를 받아 영화화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브래드 피트와 조지 클루니, 송강호가 없었다며 우리는 '노예 12년'도, '모뉴먼츠 맨'도 '변호인'도 만나지 못했을지 모른다. 그들에게서 '잘 생기고 연기 잘하는 배우'를 넘어서는 더 큰 존재감이 느껴지는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이젠 훌륭한 배우가 훌륭한 영화를 만드는 시대다. 더 많은 명배우들이 만들어 줄 명작 영화들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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