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식 여행칼럼 '미국은 넓다'] 이사벨라 레이크 래프팅
물살 헤치며 짜릿한 스릴 만끽
생전에 한 번도 해 보지 못했던 급류타기를 온 분위기이다. 얼마 전에 말을 타고 1만1000피트 높이의 빙벽 사이를 오르며 담력을 키운 덕 때문일까. 누군가는 무한도전 팀들의 자격 운운까지 설파를 하며 목에 핏줄까지 올린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나. 그야말로 아전인수도 저쯤 되면 제 앞 갈무리는 제대로 하겠구나 싶다.
베이커스필드(Bakersfield)에서 동북쪽 이사벨라 호수(Isabella Lake) 상류에 있는 래프팅 전문 업체(Kern River Tour)에 10시 조금 못 미쳐 도착하여 옷 차림도 바꾸고 차에서 못 다한 수다를 마저 떨다 11시에 가이드가 나와 주의 사항과 함께 안전에 대한 사인을 받는다.
전화기, 사진기, 차 열쇠, 지갑 등 모든 것은 휴대하지 말라는 주의와 함께 안경과 모자는 날아가지 않게 줄로 매고 구명 재킷 끈을 체형에 맞게 매준다. 물에서 신는 신발과 헬멧 등 마치 전선에 나가는 전투병사들 마냥 완전무장을 마친 뒤 버스에 오른다.
3마일 코스인 상류로 올라가 넓은 파킹랏에서 내려 우리가 타고 내려갈 고무 보트를 운반하여 물 위에 띄운다. 수상 침투조 같이 6~7명이 한 조가 되어 타는데 거기에는 보트마다 리더가 한 명씩 붙어서 노를 젓는 방법과 방향을 틀며 물속의 바위에 보트가 걸리지 않고 안전하게 내려가도록 물잡이 노릇을 해 준다.
리더의 구령에 맞추어 숫자를 합창하며 노를 젓는데 처음에는 말을 제대로 못 알아들으니 이 바위 저 바위에 좌충우돌이다. 리더는 영어인데 우리는 하나 둘 셋 한국말이다.
기어코는 고무 보트가 바위 위에 걸터앉고 만다. 아무리 물살이 세더라도 여러 명이 올라탄 무게를 감당치 못해 꼼짝을 하지 않으니 할 수 없이 리더가 물로 뛰어든다.
이리 저리 틀어 간신히 다시 내려가게 되는데 3마일 짧은 코스 중에도 몇 군데 난코스가 있는데 앞을 보니 급 경사에다 아찔할 정도로 곤두박질치는 곳이 나온다. 보트에 탄 모든 사람들이 기겁을 하며 함성을 지른다. 짜릿한 스릴도 있고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철 들자 망령이라던가 또는 길들자 뭐라는 말같이 이제 합창에 맞추어 노도 잘 저을만하니 벌써 종착지에 닿는다.
뭍으로 나와 차 있는 데로 오려고 하니 리더가 한번 더 타야 한다고 한다. 1인당 50.47달러짜리는 더블 코스란다. 너무들 좋으니 함성들을 지른다.
급류타기가 끝난 뒤 컨 리버 트레일(Kern River Trail)에서 강 따라 산 따라 물 따라 올라가는 등산로는 무한 도전팀들 전원이 탄성을 지를 정도로 환상의 코스다. 등산을 마친 뒤 강 속에 있는 따뜻한 온천 물에 몸을 녹이니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으리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렇게만 살다 갔으면.
◆여행·등산 전문가 김평식 (213) 736-9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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