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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실의 쉬운 성경 읽기] 성경이 잘 안 읽히는 이유

Washington DC

2003.08.0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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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성경을 읽으라’고 권해도 성도들은 성경을 잘 읽어내지 못합니다.

 교회 성도들 아무나 붙잡고 물어봤다 칩시다. 성경 한 번 끝까지 읽어 봤냐고…그러면 대부분의 성도들은 매우 송구스러워 하면서 그렇지 못하다고 대답합니다. 그럼 얼마나 읽어봤냐고 되물으면 창세기 좀 읽어보다 말았다, 요한복음은 읽어봤다, 시편 좀 읽어봤고, 잠언도 좀 읽어봤다고 말합니다. 특히 새해가 되면 이번 일년은 꼭 성경을 읽어보리라 결심을 하곤 한다고 말합니다.

 새해가 돌아오면 결심을 하고 척 성경을 폅니다. 그러면 창조 내용과 함께 이어지는 그리스 신화 같은 느낌의 얘기가 역시 또 기다립니다. 힘들지만 참고, 좀 읽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재미없고 안 읽어져서 다시 이번에는 신약 쪽으로 옮겨봅니다. 그러면 낳고… 낳고로 이어지는 마태복음 1장의 족보를 읽기 시작해야합니다. 공교롭게도 구약 첫 장과 신약 첫 장부터가 그야말로 맛 없는(?) 편에 속하는 성경메뉴입니다.

 이런 식으로 읽다말고 한 해가 저물면 또 희망찬 새해와 함께 느끼는 심경은 간경화 증세입니다. 성경읽기에 대해 자꾸 굳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다가는 어느 시점부턴가는 성경 읽기를 포기합니다. 웬만한 동기 없이는 성경이 또 손에 잡아지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쑥스러워하며 창세기와 마태복음 앞 부분은 여러 번 읽어보았다고 말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와같은 성도들의 성경 읽기 현실 때문에 ‘어? 성경이 읽어지네!’라는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우리 성도들의 이런 심경을 표현해 본다면 다음과 같은 그림일 것입니다.
 
 병아리와 배추

배가 고픈 샛노란 병아리 앞에
 커다란 배추 한 통 가만히 놓아주고
 (중략)
 콕콕콕콕 콕콕콕콕 쪼고 또 쪼고
 진저리를 치듯이 입에 물고 흔들지만
 알맹이는 좀처럼 삼켜지지 않는다
 또 쫘보고 또 쫘보고 또 쫘보아도
 이 거대한 배추는 난공불락
 (중략)
 성도들은 분명히 읽고 싶다, 성경을
그렇지만, 다만 읽혀지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구약 목록 중 시편이나, 잠언 등은 왜 좀 ‘읽어봤다’고 대답할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것은 혼자 읽어도 나름대로 이해가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말 그대로 거룩한 ‘금언’ 수준으로 받아들여진다는 뜻일 것입니다. 그동안 일반 도서들을 읽어오던 그 방법으로 읽었다는 뜻일 겁니다. 그렇게 읽어도 이해되기 때문입니다. 짧막 짧막한 문장이 함유하고 있는 질감 있는 글들이 감동을 주기도 하고 사상과 철학과 인생을 머금고 있어서 그 부위는 그래도 좀 읽어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는 이 현상이 반추하고 있는 한 가지 사실을 끄집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입니까? 만약 성도들이 이해할 수 있는 코드로 ‘아, 그렇구나’ 하고 클릭 되기만 한다면, 그들이 성경을 읽기 시작하지 않겠나 하는 것입니다. 그럼 ‘아, 그렇구나!’ 하는 감각이 생긴다는 말은 무슨 말이겠습니까? 다른 것 아닙니다. 성도들 속에 있는 어떤 요소(진리탐구에 필요한 요소)에 접촉되어서 눈높이가 맞춰져 ‘재미’가 붙는다는 것입니다.

 연애소설도 아니고 탐정소설도 아닌데, 성경의 재미라면 무슨 재미이겠습니까? 성경의 주제라고 배운 ‘예수, 천국’ 명제가 창세기부터 “탁!” 클릭 되어서 쨘쨘쨘쨘… 신기하게 읽어진다면 재미가 나지 않겠냐는 것입니다. ’진리’를 발견하려는 그 기대에 딱 맞는 버전을 설정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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