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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진씨와 떠나는 스쿠버다이빙 여행(5)

New York

2003.08.2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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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를 끝내고 출수한 새내기 다이버에게 바닷속에서 무엇을 보았냐고 가끔 묻곤 한다.

새내기 다이버의 대답은 대부분“강사님 오리발만 보느라고 정신이 없었지만 그냥 신비롭고 재미는 있었어요.”라며 대부분 자신의 첫 바다 나들이에 대한 소감을 말한다. 그 말에 나 역시 초보 시절이 생각나 미소가 저절로 머금어진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동안 너무 여유가 없는 다이빙을 해왔다는 느낌이 든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그저 죽어라 오리발만 차고 남보다 빨리 앞장서야 프로가 되는 줄 알았다. 강사의 오리발만 쳐다보던 새내기 다이버가 시간이 흐르면 자신 나름대로의 바닷속 세계를 여행한다.

해저세계를 여행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넓은 시선으로 물속 세계를 광활하게 보는 것이다.

쏟아지는 태양 속에서 끊임없이 물거품을 올리며 유영하는 다이버들, 숲을 연상시키듯 수면까지 길게 자란 모자반·감태·미역 등 수초, 커다란 무리로 은가루를 뿌린 듯 번쩍이는 멸치떼의 군무, 출렁이는 물결이 만들어 놓은 끝없이 언덕진 모래밭, 이러한 풍경 속에서 우리는 넓은 바다를 그린다.

다른 하나는 섬세한 시선으로 작고 화려한 세계를 보는 것이다. 바위 틈 사이에 새우, 해초나 바위에 붙어 있는 누디브랜치, 커다란 눈으로 나를 경계하듯 쳐다보는 작은 고기들, 형형색색의 화려한 색상으로 치장한 말미잘과 산호류, 그 외에도 무수히 많은 작은 생명체들이 아름다운 색상과 화려한 모습으로 아름답고 섬세한 바다를 그린다.

바닷속 세계를 감상하는 우리의 자세는 위 두 가지 중에서 무엇이 더 낫다고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추구해야 할 다이빙은 넓고 미세한 바닷속의 두 가지 세계를 그리는 것이다.

서두르지 말자. 천천히 여유롭게 넓은 해저를 보고 바위틈 사이에 머물며 섬세한 눈으로 미세한 작은 생명체들을 감상하다 보면 무조건 오리발만 차고 앞으로 전진하는 것이 얼마나 무미 건조한 다이빙인가를 새삼 느낄 것이다.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유영하면서 바닷속 세계를 감상하는 다이버만이 진정한 해저여행의 여행자가 아닐까.

이쯤에서 2000년 초에 한국에서 최초로 1백2.5m 잠수에 성공한 이야기를 할까한다.

한국 최초로 1백m 심해다이빙에 도전하기 전날 두려움도 앞서지만 한편으로는 해낼수 있다라는 생각에 잠을 청했다.

심해잠수에 도전한 팀은 TDI/SDI팀 6명으로 모두 테크니컬다이빙 강사들이다.

당일 아침 잠에서 일어난 우리는 모두 재빠르게 움직이며 다이빙장비를 착용했다.

누구도 말은 안했지만 우리들은 마음으로 서로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도전 1백m’ 작은 실수도 있어도 안된다. 실수는 곧 죽음이라는 것을 서로가 너무 잘알고 있었다. 우리는 짝을지어 아주 빠르게 하강을 실시 했다. 30, 50, 70, 80m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90m까지 도달했다. 앞으로 10m만 더 내려가면 된다.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 내몸을 감싸는 것 같았다. 때마침 우리의 마음을 위안이라도 해주듯 여러마리의 돌고래들이 우리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드디어 수심을 나타내는 게이지에는 1백m가 표시되고 기쁨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모두들 서로 악수를 하고 박수를 치며 우리의 성공을 자축했다. 우리는 물속에서 호흡기를 뺀체로 ‘멋있는 사나이’를 불렀다. 그렇게 노래를 마치고 우리는 서서히 상승을 시작했다.

다이빙을 끝내고 그날 저녁에는 푸짐한 음식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지금 이순간에도 그때를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벅차오른다.

문의:(646)339-9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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