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식 여행칼럼 '미국은 넓다'] 하와이 화산(Hawaii Volcanoes) 국립공원
바다로 분출되는 벌건 용암의 불꽃놀이
등산을 마치고 다시 체인 오브 크레이터스(Chain of Craters)길 남쪽으로 들어선다.
이 길로 10여 마일 정도 내려가니 세상에 이렇게 저주받은 땅이 있나 싶을 정도로 길 양쪽으로 온통 보이는 것은 모두 시커먼 용암이 굳어 버린 라바뿐이다.
1969년부터 1974년까지 파우아히(Pauahi)와 마카오피아 분화구(Makaopuhi Crater)에서 분출된 용암이 길 좌우를 완전히 덮어버려 초목이라곤 아예 발붙일 수 없는 저주받은 당으로 만들어 버렸다. 마치 시커먼 악마들의 잔재들뿐이다. 그래도 하다 못해 사람들의 시선이라도 조금 끌 수 있게 제주도의 용두암 같은 예술 감각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좋으련만 천편일률로 돌부리 끝이 예리하고 앙상한 선인장 가시 같아 혹시 넘어지기라도 하면 엉덩이가 뚫어지지 않으면 손바닥이라도 다칠까 싶어 옆으로 가기조차 겁이난다.
저승사자가 없으니 그나마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지옥 같은 라바길을 끝까지 내려가니 또 이게 웬일인가. 해안을 따라 이 길로 계속 동진을 하면 힐로(Hilo)로 가는 130번 도로와 만날 법 한데 1983년도부터 10년 동안 몇 차례 흘러내린 용암으로 인해 아스팔트길이 겹겹이 파묻혀 완전히 도로가 폐쇄되고 말았다. 아스팔트길을 먼저 덮은 라바는 장고의 오랜 세월로 빛깔이 연하게 변했고 그 위에 나중에 또 덮은 라바는 검은 색깔이 더 짙고 윤기마저 난다. 마치 남북 간에 철길이 끊어진 형국이다.
허탈한 생각으로 해안선을 따라 동쪽을 바라보니 필자의 눈을 의심할 정도의 일이 또 벌어졌다.
별로 멀지도 않은 가까운 거리에서 바다로 분출되는 벌건 용암이 마치 불꽃놀이라도 펼치는 양 잠시도 쉬지 않고 하늘로 치솟는다.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화씨 2000도가 넘는 용암이 바다로 떨어지면서 만들어 내는 수증기도 장관이다.
시커먼 라바 지역과 흰 연기가 나오는 휴 화산 그리고 시뻘건 용암을 뿜어내는 활화산을 볼 때 아주 딴 세상에 와 있는 기분이다.
현재 용암을 분출하는 실황을 보기 위해서는 헬리콥터 투어를 해야한다.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휴화산 지대와 온 세상을 시커멓게 뒤덮고 있는 라바 지역과 수도 없이 화산이 터졌던 자리들과 또 지금도 쉬지 않고 내뿜는 시뻘건 용암을 볼때 고연히 이 세상에 별난 곳을 다 와 보는구나 싶다.
하와이에는 특산물이 서너 가지가 있는데 파인애플과 사탕수수밭 그리고 이곳에서는 코나 커피와 마카다미아가 유명하다.
코나 커피는 집집이 과일 나무같이 텃밭에 재배하여 열매가 익으면 손으로 따서 전량 수매를 하지만 마카다미아는 자체 농장도 크고 가공 공장 규모도 최신식 기계로 가동이 되는데 여러 나라 깃발 중에 태극기도 있어 반가움이 배가 된다. 흔히들 하와이를 지상의 낙원이라고 한다.
어젯밤에 힐로에서 잔 모텔은 깊은 계곡 속에 바나나 파파야 야자수 등 온갖 열대 과일 나무들이 밀림을 이루고 있는데 마음에 드는 대로 따 먹으란다.
입은 옷만 홀딱 벗고 야자수 나무 위에 올라갔다면 영락없이 천국에 살고 있는 원시인이 되고 말았으리라. 하룻만에 천당과 지옥을 번갈아 맛 보는 기분이다.
여행·등산 전문가 김평식 (213)736-9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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