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이 계를 많이 하고 있다는게 비록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특히 요즘들어 부쩍 성행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작게는 1만달러부터 많게는 10만달러에 이르기까지의 계모임이 다양하다고 한다.
득도 많고 실도 많은 계, 아무리 믿을만한 사람들끼리 모여 계를 구성했다 하더라도 끝날 때까지는 혹시 깨지지나 않을까 마음 졸이며 일정기간을 보내게 마련이다. 깨졌다 하면 그 피해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계가 이렇듯 위험한 줄 알면서도 한인들의 경제생활 속에 깊이 파고든 이유는 간단하다. 적은 부금으로 큰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목돈을 종잣돈으로 비즈니스도 하고 집 사는데 다운페이먼트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어떤 이는 재테크 수단으로 이자를 놔 그야말로 돈을 불려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한번쯤 생각해 보자.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계를 할 필요성에 대해서다. 한인 금융권이 발달하지 않은 이민 초기시절이라면 모를까 융자문턱이 높다고는 하나 지금처럼 각종 금융상품이 개발되어있는 안전한 환경에서 말이다. 물론 친목을 위주로 하는 작은 규모의 계모임은 예외일 것이다.
아무 탈 없이 계가 잘 진행돼 끝나는 케이스도 적지 않지만 계주가 곗돈을 갖고 줄행랑 치는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 볼 필요가 있다. 경기가 나빠지면 계주가 계원이 부은 곗돈을 갖고 잠적하는 계 파동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는데도 한인들의 계 선호 현상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 같다.
특히 코리아타운에서 장사하는 한인들 가운데 계모임에 끼이지 않는 사람이 드물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다. 그것도 규모가 꽤 큰 것들이어서 한번 계파동이 생기면 동네가 떠들썩할 정도로 후유증이 크다는 건 누구나 익히 아는 사실이다.
금융권이 발달한 미국에서 곗돈은 세금이 매겨지지 않는 일종의 음성화된 자금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계 모임은 불법인 셈이다.
순수한 뜻으로 친목 모임을 만들어 여행 경비를 마련하고, 또 크레딧이 부족하거나 나빠 은행 융자를 받을 수 없는 사람들끼리 모여 계를 잘 운영해 서로 윈-윈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면 이국땅에서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는 그런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계 파동이 일면 이를 해결할 뚜렷한 방도가 없다는데 있다.
미국은 크레딧이 생명인 나라이기 때문에 아는 사람한테 신용을 얻는 것도 좋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제도권 금융에서의 신용구축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아무리 좋은 모임도 돈이 오가면 법적인 안전장치가 필요한데 그것이 보장이 안된다면 사고 위험이 항상 뒤따르게 마련이다. 어렵게 모은 돈을 한순간에 날리고 가슴치는 일이 생겨서는 안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