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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와 할리우드의 만남] 불렛 오버 브로드웨이

"누굴 사랑하나요, 나란 사람? 아님 나란 예술가?"

때는 1929년 맨해튼. 금주령 시대. 길거리에서 총성이 심심찮게 울려퍼지고 갱스터 쇼걸이 존재하던 그 때. 그리고 브로드웨이.

'불렛 오버 브로드웨이(Bullets Over Broadway)'의 배경이다. 1994년 우디 앨런(사진)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당시 아카데미 시상식 7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수상은 다이앤 위스트의 여우조연상 1개에 그쳤으나 세련된 갱스터 코믹 영화 대표작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작품이 뮤지컬로 재탄생된다는 소식은 2012년 들려왔다. 우디 앨런이 각본을 맡고 연출 겸 안무는 수잔 스트로먼이 맡았다. 뮤지컬 '프로듀서스'와 몇달 전 막을 내린 '빅 피시'를 만든 장본인이다.

우디 앨런의 영화가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는 것도 처음이고 앨런이 각본을 맡은 것 또한 처음이다. 지난 11일부터 프리뷰 공연을 선보이고 있으며 공식 오픈은 오는 4월 10일이다.

우디 앨런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최근 다시 불거진 앨런과 미아 패로 사건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1990년대 초반 우디 앨런과 미아 패로의 입양딸 딜런 패로(당시 7세)를 앨런이 성추행했다는 주장이 다시 떠오른 것.

지난 2월 딜런 패로의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서다. 우디 앨런 측도 이에 반박하는 기고문을 내는 등 공방전이 펼쳐졌다.

이를 두고 '성추행을 했다' 또는 '어린아이의 머리에 주입된 각본이다'는 등 논쟁이 뜨거웠다. 논쟁은 '과연 우디 앨런의 작품을 감상해야하나 말아야하나'로도 번졌다.

그래서 이 작품이 더욱 반갑다. 작품 속 남자주인공인 데이비드의 입을 빌어 거듭 등장하는 질문이 있다.

'Do you love me as a man or an artist?'(나라는 사람과 사랑에 빠진건가요 아니면 아티스트인 나와 사랑에 빠진건가요?) 우디 앨런이라서 작품이 좋은건가 아니면 작품 자체가 좋은건가? 우선 작품을 감상한 뒤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앨런의 '불렛 오버 브로드웨이'를 좀 더 살펴보자.

◆영화 하이라이트=오리지널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졌기에 극의 전개나 내용은 영화에서 두드러지게 풀이된다. 그래서 영화를 먼저 보고 뮤지컬을 감상하면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94년 개봉된 영화는 한글로는 '브로드웨이를 쏴라'라는 제목으로 극장에 내걸렸다. 부조리함을 담은 플롯과 생동감 있게 살아 숨 쉬는 캐릭터들이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그 자체다. 그 가운데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는 것 또한 이 작품의 매력.

주인공 데이비드(존 쿠삭)는 성공을 꿈꾸는 작가. 셰익스피어를 읊으며 칸트를 논하는 그런 작가다. 친구들과 대화 도중 한 친구가 데이비드에게 묻는다. 불 타는 집에 셰익스피어 각본 초본과 모르는 어떤 사람(anonymous man)이 있다면 누굴 구하겠냐고.

이렇게 작품은 데이비드와 주변 캐릭터들을 통해 '인간' 또는 '인간성'과 '예술'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모습을 조명한다.

데이비드의 각본은 결국 꿈에 그리던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려지게 되지만 자금을 대는 '닉'이 갱스터라는 사실을 알곤 데이비드는 고뇌에 빠진다. 재능은 없지만 닉의 압력으로 극중 한 역할을 맡게 된 올리비아도 거슬린다. 주연을 맡은 헬렌 싱클레어에게는 동경인지 사랑인지 모를 감정을 느낀다. 리허설이 잘 진행되는 듯하더니 배우들이 캐릭터를 이해할 수 없다며 충돌한다. 그 때 등장하는 인물이 치치.

치치는 올리비아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닉이 보디가드로 세운 부하 갱스터. 리허설을 지켜보던 치치는 배우들이 언성을 높이자 플롯을 살짝 바꿔 간단한 해결책을 던진다.

모두가 '좋은 아이디어'라고 칭송하자 처음에는 '그만두겠다'며 완강히 거부하던 데이비드도 헬렌 싱클레어의 설득으로 이내 마음을 돌린다. 그런데 마음을 너무 돌린다.

결국 치치와 데이비드는 남몰래 플롯을 뜯어고치기까지 이른다. 반응은 환상적이고 데이비드는 역사에 길이 남을 희곡 작가로 거론되기까지 한다. 이 때쯤이 되고 나니 데이비드는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그와 동시에 작품을 향한 치치의 집착은 더욱 심해지고 치치는 올리비아의 '발연기'가 작품을 망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치치는 올리비아를 죽이고 데이비드는 치치를 '살인마'라 부르며 '어떻게 작품을 위해 사람을 죽일 수 있냐?'고 몰아세운다. 여러 사건을 계기로 그는 '아티스트' 데이비드의 허물을 포기하고 '인간' 데이비드로 남는다.

◆뮤지컬 하이라이트=이렇게 영화를 통해 이야기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나면 뮤지컬은 이야기와 비주얼이 제대로 어우러진 잔치가 된다.

스트로먼의 연출은 무대 위 사실적 묘사를 집중적으로 선보인다. 무대 위에는 실제 자동차가 등장하고 개가 등장하는 등 영화 속 모습을 재현해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작품의 배경은 1920년대 말이지만 막상 노래들은 20~30년대와 80~90년대 '아메리칸 송북'에서 따왔다는 사실은 친근함을 더한다. '주크박스 뮤지컬'이라고 부르는 형태다.

이 음악에 맞춰 각각 장면마다 시각적 요소를 극대화 해 '보는 재미'를 충족시킨다. 치치가 브루클린 고와너스 카날로 사람을 이끌고 가 느긋하게 죽이는 장면은 무대 연출의 백미를 맛보게 한다.

연극 초연을 위해 배우와 스텝들이 기차를 타고 떠나는 장면에서는 늘씬한 각선미를 자랑하는 코러스들이 기차 안내 요원으로 연기하며 춤을 춰 장면을 살린다. 중절모에 양복을 입은 남성 배우들이 선보이는 화려한 탭댄스 군무는 가장 큰 호응을 얻는 장면.

노래와 춤이 덧입힌 무대 버전에서 도리어 살아난 캐릭터들도 눈에 띄었다. 영화에서는 그저 성공하고 싶어 갱스터를 등에 업고 땡깡 피우는 캐릭터로 묘사된 '올리비아'가 그 중 하나. 무대 위에서는 호들갑스럽고 얄밉긴 하지만 순수한 캐릭터로 되살아나 관객들과 호흡했다.

데이비드의 여자친구 엘렌의 경우 영화에서는 도드라지는 캐릭터가 아니었던 반면 무대에서는 벳시 울프의 화려한 노래 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좁은 무대를 적극 활용한 세트 또한 눈길을 끈다. 무대 바닥(지하)과 양 사이드 윙에 있는 발코니 대형 기차 세트와 무대 세트 등을 적극 활용해 무대를 꽉 채운 것이 눈에 띈다. 화려한 1920년대를 무대 위에 화려하게 재현해냈다.

이주사랑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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