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도박 중독자가 털어놓는 ‘어두운 터널속 여정’
San Francisco
2014.04.01 15:50
“이제 저~만큼 빛이 보여요”
심심풀이로 시작, 25년간 모든 것 잃어
한인 단도박 모임 ‘사랑방’ 통해 극복중
“나는 도박 중독자입니다. 25년동안 긴 터널에서 헤매고 있었는데 ‘사랑방’을 통해 빛을 발견했습니다. 지금까지 계속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기필코 어두운 터널에서 빠져나올 겁니다.”
지난달 27일 베이지역 한인 단도박 모임 ‘사랑방’ 창립 6주년 기념 예배에서 만난 A씨(56)는 보통 사람들이 얼마나 어이없고 쉽게 도박에 빠져들고, 얼마나 망가지며, 그 곳에서 빠져나오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자신의 경험을 통해 담담하게 들려줬다.
결론부터 말하면 도박 중독의 가능성은 나이, 직업, 학력, 성별, 국적 등등 아무것도 가리지 않고 누구나 다 갖고 있다는 것이다.
“안 빠지려면 안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공허함을 채우려…
33년전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온 그는 여느 이민자처럼 리커스토어, 주유소 등에서 열심히 일했고 결혼 뒤 작은 과일가게를 운영하며 평범한 삶을 살았다.
김씨에게 도박은 생각해본 적도 없는 남의 이야기였다.
그의 인생 경로가 틀어진 것은 25년전 이혼을 하면서부터였다.
외로움과 공허함, 무료함을 느끼던 그가 심심풀이로 찾은 곳이 ‘도박장’이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잡 생각이 많이 났고, 그걸 떨쳐버리려고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한달에 한두번 갔는데 나중에는 매일이 됐고 그 생활이 25년동안 지속됐습니다. 도박을 하기 위해 가진 걸 모두 잃었고 인생이 송두리채 바뀌었습니다.”
#발버둥 칠수록 빠져드는 ‘늪’
옛말에 ‘죽어야 끝난다’는 도박에 중독된 그는 초점 잃은 눈빛으로 판돈을 높여갔다. “잘나갈땐 한번에 수만달러까지 땄어요. 그때의 쾌감을 잊을 수가 없었어요.”
삶에는 더이상 목적이 없었다. 특히 술에 취한 날은 어김없이 ‘그 곳’을 찾았다.
가족에 이어 친구와 이웃까지 멀어지고 고립된 삶을 살면서 자책하며 지내던 어느 날 지인에 의해 이끌여 간 곳이 한인 단도박모임 ‘사랑방’이었다.
그가 사랑방 문을 두드린 때는 5년전. 늦었지만 다시 시작해보고자 찾은 그 곳 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그는 도박을 중단했다. 아니 잠시 중단했었다.
“금단 현상이 나타났어요. 불안감, 손떨림이 지속됐고 하루종일 머릿 속에서 도박 생각이 떠나질 않았죠.”
그는 1년간 겨우 끊어온 도박장을 다시 찾았다. 이렇게 반복된 실패도 벌써 3차례.
“그동안 연락을 끊었던 딸이 지난해 결혼한다고 찾아왔어요. 아버지 노릇하겠다고 도박을 끊고 돈을 벌어 보태줬지만 또다시 시작한 도박 때문에 딸과 또 멀어져버렸죠.”
#‘희망 끈’ 놓지 않는다
“몇번이나 반복된 실패에도 사랑방 식구들은 잘못을 묻지 않아요. 언제나 문을 열어놓은채 다시 돌아오기만 기다리죠.”
그는 사랑방 모임에 나와 봉사자, 회원들과 사는 얘기를 나누다 보면 충동이 사그라드는 걸 느낄수 있었다. 후회와 미안함도 밀려왔다.
“수없이 넘어져 보니 이제야 겨우 일어서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나를 믿고 사랑해 주는 이들에게 보여 주고 싶어요. 이제 절망의 끈은 놓고, 희망의 끈을 잡으렵니다.”
환하게 웃는 그의 눈에는 ‘사랑에 감화된 극복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강유경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