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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윤의 오지 탐험이야기 4

Vancouver

2003.09.30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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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스그레이 주립공원
스파햇 폭포 지표 낮아 동굴서 나오는 듯
트라피 마운티 야생화 직접보지 않고 논할 수 없어

캐시크릭에서 자스퍼로 가는 중간쯤에 웰스그레이(Wells Gray)라는 주립공원이 있다.

BC주에서 다섯 번째로 큰 이 주립공원은 폭포 공원이라 할 만큼 아름다운 폭포가 특별히 많으며 렌터카의 유럽 관광객들이 자스퍼로 오가는 길에 반드시 들리는 공원으로 클리어워러(Clearwater)라는 타운에서 들어 간다.

캐시크릭에서 클리어워러에 이르는 길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어 지는데 하나는 캠룹스를 거쳐서 가고 다른 하나는 97번 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가다가 백마일 하우스 조금 못 미쳐서 24번 도로를 이용한다.

걸리는 시간은 두 시간 반 정도로 비슷한데 24번 도로가 훨씬 아름다운 도로다.

캐시크릭에서 백마일 하우스까지는 천국의 계단을 오르듯 드넓은 고원 지대를 계속 올라 가는 것으로 특별히 볼 것은 없다.
다만 모든 것이- 나무도 산도 구름도 하늘까지도 내 눈 아래로 보이는 그런 시원한 길이다.

백마일하우스 조금 못 가서 24번 도로로 우회전 한다.

높은 지대임에도 침엽수림이 아닌 백양나무 숲으로 이루어진 이 오솔길 같은 24번 도로는 피싱 로드라는 별명이 의미하듯 그 주변에 100 여 개가 넘는 크고 작은 호수가 널려 있다.

도로 옆의 쉼터에서 시원하게 펼쳐진 LAC DES ROCHES 호수를 구경하고 내리막길을 내려 가면 리틀 포트(LITTLE FORT)에서 5번 도로와 만난다.

그런데 또 다른 길이 하나 더 있다.

시간만 이삼십 분 정도 더 걸릴 뿐이지 훨씬 아름답고 길 찾기도 어렵지 않으며 잘 포장된 길이 아름다운 호숫가를 지나 숲속으로 잘 나 있다.

캐시크릭에서 97번 도로로 45분 정도 가면 70마일 하우스라는 전부 합하여 열 가구도 안 되는 그런 작은 마을이 있다.
이 곳이 그린 레이크(GREEN LAKE) 들어 가는 입구다.

여기서 우회전 하여 그린레이크쪽으로 7~8 분 가면 호수 입구 안내판이 나오고 지겹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넓고 큰 그린레이크가 나온다.
아름다운 호수의 왼 편 길을 빙 돌아서 북동쪽의 끝 부분에서 론 버트(LONE BUTTE)로 향하는 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미녀와 야수의 영화에 나오는 그런 신비스러운 숲속으로 잘 포장된 길을 얼마쯤 가면 24번 도로와 만난다.

리틀폿에서 클리어워러까지는 약 20분 정도 걸린다.

웰스그레이 공원입구 클리어워러에서 클리어워러 밸리로드로 약 10km 정도 들어 가면 왼쪽으로 향하라는 스파햇(SPAHATS)폭포로 들어 가는 표지판이 나오고 조금만 들어 가면 스파햇폭포다.

스파햇 크릭이 지표면 보다 훨씬 낮아 폭포의 물이 마치 동굴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 같은 폭포가, 깊게 패인 계곡과 어울려 꽤 특이한 경관을 연출한다.

폭포를 건너다 보는 전망대에서 조금만 가면 클리어워러 밸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로 가는 길이 있다고 하였는데 폭포의 물이 떨어지는 곳으로 내려 가는 길이 그 길인 줄 잘못 알고 한참 내려 가다가 다시 올라 오는 고생만 했다.

스파햇 폭포에서 나와서 공원쪽으로 1km 정도 더 들어 가면 트라피 마운튼(TROPHY MOUNTAIN) 15km 라는 팻말과 함께 오른쪽으로 백로드가 나 있다.

실버팁(SILVERTIP) 폭포가 이 곳 어딘가에 있다고 했으니 가다 보면 사인이 있겠지 생각하고 지난 해 나는 이 길을 무작정 들어 섰다.

얼마쯤 가니 갈림길이 나오고 트라피 마운튼 야생화 9km라는 팻말과 함께 화살표가 왼쪽으로 되어 있다.
화살표 방향으로 가면 되겠지 하고 왼쪽 길을 택하여 나아갔다.

계속 산 위로 올라 가는 길은 험하지는 않으나 아무리 가도 내가 찾는 실버팁 폭포는 나타나지 않고 해발 1천7백 미터에서 차도는 끝이 났다.
지리산 장터목 산장까지 차가 올라온 셈이다.

이곳은 여름철 야생화를 보기 위해 여기까지 자동차로 올라와 여기서 다시 등산로를 따라 두 시간 정도 걸어서 올라 가면 초원지대에서 아름다운 야생화를 볼 수 있다고 한다.
7월 하순에서 8월 중순이 야생화를 볼 수 있는 적기라고 하는데, 지난 해 내가 오른 때는 6월 9일이라 시기도 일렀지만 아직 등산로의 눈이 녹지 않아 가기도 어렵거니와 혼자서 가다가 배고픈 쿠거를 만나기도 싫었다.

나의 조그만 오피스 전면에 지리산 바래봉 철쭉 사진과 창원 천주산 진달래 사진을 확대하여 걸어 놓았는데, 들어 오는 손님마다 저기가 어디냐고 묻고 다들 그 아름다움에 놀라워 한다.
나는 한국의 봄산은 이렇게 아름답다고 자랑을 하며 스위스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서 온 관광객들에게 너희 나라에도 이런 아름다운 꽃들이 온 산에 피느냐고 하면 다들 부러워 한다.

트라피 마운튼의 야생화와 레배스톡 야생화를 직접 보지 않고 그를 논한다는 것은 매우 경솔한 일이지만 우리 나라 사람들은 너무 우리의 좋은 것을 모르고 사는 것 같다
진해 장복산에서 서쪽으로 여천 영취산에 핀 진달래 군락은 천상화원이요, 지리산 바래봉에서 북으로 소백산에 핀 철쭉 군락은 신의 정원이라고나 할까.
설사 거기까지 안 간다 할지라도 봄철 대부분의 우리네 앞산과 뒷동산은 복숭아꽃 살구꽃 산벚꽃 아기 진달래로 온통 아름다운 꽃밭 천지인 것이다.

마지막 주차장에서 내가 선 산의 능선 바로 너머에 빙하를 가슴에 부둥켜 안고 높이 솟은 봉이 해발 2천5백77미터의 이 산 트라피 마운튼의 최고봉인 것 같다.

고개를 돌려 내가 올라 온 쪽으로 멀리 바라보니 고원 지대라 높은 산들은 보이지 않고 그저 야트막한 산들만 이리저리 놓였는데 이렇게 높이 올라 온 것에 비하면 전망이 그렇게 좋지가 않다.

한국의 이름난 산은 말할 것도 없고 이름없는 산이라 할지라도 산마다 그 능선들이 쌓이고 겹쳐 파도처럼 출렁거리며 소리 없는 대교향곡을 연주하기도 하고, 때로는 홀로 그린 듯이 누어 깊은 사색에 잠기기도 하는데, 이 곳 캐나다에서는 특별한 몇 곳을 빼고 나면 대부분의 산들이 그런 멋이 없어 너무 아쉽다.

어쨌든 지난 해 나는 실버팁 폭포를 찾아 나섰다가 폭포는 찾지 못하고 산만 올랐다가 내려 왔다.

이번엔 안내책자를 몇 번이나 확인을 하고 다시 트라피마운튼 가는 도로로 들어 섰다.
갈림길에서 트라피 마운튼 야생화쪽 화살표로 가지 않고 곧장 올라가니(폭포와 관련된 어떤 사인도 없다) 얼마 안가 도로에서 산속의 폭포 윗 부분이 보인다.

스파햇 다리를 건너기전 왼쪽 캠프장으로 들어가 차에서 내려 계곡 옆 등산로를 따라 25 분 정도 올라 가면 실버팁 폭포다.

높이로 치자면 비시주에서 가장 높은 폭포가 될 것이라 하였는데, 땅으로 바로 떨어지는 직폭이 아니라 지면에 닿아서 흘러 내리는 와폭이라 전체를 한 눈에 볼 수 없어서 그렇게는 생각되지 않았으며, 시기적으로도 8월 22일은 수량이 가장 적을 때이지만 몇 십 년 만에 찾아 온 엄청난 가뭄으로 물이 말라 실제상으로는 그렇게 웅장해 보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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