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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에세이] 에드가 앨런 포의 소설 '생매장'

San Francisco

2014.04.2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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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가 앨런 포는 '어셔 가의 몰락을 발표한지 5년이 지난 1844년 필라델피아에서 발행되던 한 신문에 '생매장'(The Premature Burial)이란 소설을 실었다.
이 소설의 도입부에서 화자는 “생과 사를 가르는 경계는 애매모호하다. 어디에서 생명이 끝나고 어디에서부터 죽음이 시작되는지 명확히 설명할 사람이 있을까? 어떤 경우 주위 사람들은 환자가 사망했다고 해서 장례를 지내고 시신을 매장하지만 실제로는 환자는 살아있어서 정신이 들면 관에 갇혀 탈출하지 못하고 죽는 수가 있다.”라면서 다섯 가지의 경우를 이야기한다.
첫 번째 경우는 볼티모어에서 발생했다. 한 연방의원의 부인이 병이 들어 수척해졌다. 전신이 창백했고 몸이 차가워졌으며 숨길이 끊어졌다. 사흘 후에 그녀는 지하 가족 묘지에 안장되었다. 삼 년이 지나 다른 시체를 묻기 위해 지하 가족묘지 문을 열었더니 3년 전에 죽은 여자는 관을 열고 나와 묘지 문에 매달려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아마도 살려달라고 문을 두드리고 두드리다가 결국 묘지에 갇혀 죽은 것이다.
두 번째 이야기는 프랑스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빅토린이란 처녀가 원래 사귀던 줄리앙이란 애인 대신 돈이 많은 르넬이란 남자와 결혼했다. 그녀의 결혼 생활은 아주 불행했었는데 일찍 죽어 땅에 묻혔다.
그녀의 사망 소식을 들은 줄리앙은 애통해 하면서 그녀의 묘지를 방문했다. 오래 사랑했던 기념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이라도 간직하려고 묘지를 여니 그녀가 눈을 뜨는 것이었다. 산 채로 매장된 셈이다. 그들은 서로의 사랑을 맹세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20년을 살았다. 그 후 고향에 돌아오자 그 소식을 들은 르넬은 빅토린을 돌려받기 위해 법에 호소했다. 그러나 법정은 그들의 결혼 생활이 너무 짧았다고 해서 두 애인의 결합을 인정해 주었다.
세 번째 경우는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간행된 외과 잡지에 기재된 것으로 한 포병 장교가 말에서 떨어져서 두개골 골절상을 입었다. 그 결과 사망해서 시체가 땅에 매장되었다. 사흘 후 장교의 무덤에 무심히 앉아 있던 한 농부가 땅 바닥이 움직이는 것을 느끼고 기겁을 해서 외과 의사에게 달려갔다. 시체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이 장교는 다시 살아났다.
네 번째 이야기는 1831년 한 변호사가 장질부사라는 무서운 전염병으로 죽었기 때문에 친지들의 요청으로 부검을 하지 않고 시체를 매장했다. 장사 지낸 지 사흘 후 의사는 시체를 실험용으로 사용하려고 도굴했다. 의학생 한 명이 테이블에 놓인 시체의 가슴을 열고 배터리에 연결된 전선을 집어넣었다. 그랬더니 변호사는 테이블에서 벌떡 일어나 방에서 걸어 나가면서 “나 그동안 살아있었어”라고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그는 의사로부터 사망 선고를 받은 때로부터 구출될 때까지 모든 과정을 소상히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이야기들은 모두 포 작품답게 사실과 환상이 교묘하게 배합해서 서술되고 있다. 필자가 젊은 시절 미국에서 인턴으로 의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환자가 죽었음을 보고 받고 병실에 가서 사망 선고를 할 때마다 남모르게 번민한 것은 전에 읽은 이런 이야기들로부터 받은 영향 때문인지도 모른다.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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