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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시] 가시엉겅퀴

New York

2014.05.0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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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아(퀸즈)
꽃잎도 그대로

입술도 다물지 않았는데

어제는 웃고 오늘은 없다



천정으로 올라간 문 비뚤어져

물로만 걸어 다니다가

바위산에 눌린 뱃머리

주인 없는 차가운 배경

볼 붉어 오르던 유리벽 속 까만 눈

물이 무서워 벽 긁어대던 손가락 끝 마다

가시 보라 엉겅퀴 맺었다



"가만히 있거라"

썩은 동아 줄 내리고

참 동아줄 탄 둥지 버린 뻐꾸기

그가 엉겅퀴에 찔려 나라 망친 병사였다



관절마다 으스러져 벗겨지고

멎어버린 소리조차 엉겨 붙은 목 줄기

가마솥에 눈물이 끓는다

그림자로도 밟힐까 지키던 어미

더 잃을 것도 없는 날개

가시 눈 덮어쓰고 물거품 휘젓는다



물이 무서워 산으로 들로 왔어요

자지러져 밟히고 꺾인 자리 줄기 곧게 세우고

심장 베어낸 붉은보라 엉겅퀴로

수 없이 돋아 오른 눈물의 하얀 새끼가시

나라 살린 엉겅퀴로 피리라

뭉개다가 찢어진 이파리에 주저앉아

행여 지나치랴

어미는 노랑 가시엉겅퀴로 너를 기다리리라

"건드리지 마세요"*

*스코틀랜드를 지킨 엉겅퀴의 꽃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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