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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 행동으로 '분노' 극복해야…세월호 참사가 초래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Los Angeles

2014.05.06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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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상처 즉시 치료해야
조만철(아래 사진) 정신과 전문의 사무실에 들어서면 한쪽 벽에 4.29폭동과 관련된 조 박사의 LA타임스 기자와의 인터뷰 기사가 액자로 걸려있다.

당시 조 박사는 LA카운티 아시안 퍼시픽 카운슬링 센터의 메디컬 디렉터로 10명의 정신과의사로 구성된 팀을 구성하여 폭동 피해자를 위한 상담과 치료를 했다.

그는 "2000명 정도가 상담을 받았고 상태가 심해서 약처방이 필요한 사람이 700명이었다"고 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울화가 치민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폭동 당시 사람들의 심리상태와 매우 흡사함을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조박사의 말을 들어본다.

▶왜 울화가 치밀까=나 역시 요 며칠동안 소화도 안 되고 집중하기가 힘들더니 급기야 차 옆부분을 파킹장 벽에 긁히고 말았다. 정도 차이지만 전문용어로 일종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 할 수 있다. 폭동 때 의료팀들도 LA경찰의 늑장 개입과 한인들이 무고한 희생에 분노가 생겨서 상담하면서 참 힘들었다.

극심한 공포를 느낄 때 인간은 머리로 이성적으로 생각을 해서 상황을 자기 나름대로 이해가 되어야 감정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

깜깜한 밤에 갑자기 총알이 날라 오는데 이 때 누가 왜 어디서 쏘는 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공포를 느끼는 정도가 비교되지 않을만큼 큰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머리로 이해,정리되지 않는 공포감이 극심해질 때 다음 단계로 분노가 생긴다. 무력감에서 오는 분노이다. 처한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느낄수록 강도는 심해진다.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당시 한인타운에서 발생된 폭동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심정도 '왜, 우리가 당해야 하나'는 심정이었다.

이번에 세월호 침몰 참사도 선장이나 해경 등의 태도가 머리로 이해되지 않기 때문에 공포심에서 분노의 단계로 넘어 온 것이다.

정서,정신적인 '마음 상처'를 입어 이로인한 스트레스를 조정하기가 힘겹기 때문에 감정은 물론 신체에 까지 영향을 줘서 증세를 나타내게 된다. 이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세라 표현한다.

▶나타날 수 있는 증세들=일반적으로 불안, 초조하다. 잘 잊어 버리고 집중하기 힘들다. 정신이 멍해진다. 무기력증이 엄습한다. 쉽게 짜증이 나고 화도 불끈한다. 물론 숙면도 방해받는다.

뚜렷한 이유가 없는데도 항상 긴장상태이다. 신체적 증세는 우선 당수치와 혈압이 올라간다. 심장,맥박,호흡이 빨라진다. 소화도 안된다. 숙면에 방해받는다.

▶어떤 사람이 더 심할 수 있나=이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경험한 사람 즉 '심리적 흉터'를 갖고 있을수록 '어처구니 없는 세월호 참사' 소식에 더 분노할 수 있다.

예로 억울하게 파산 당했다거나 심한 강도를 만났거나 원치않는 이혼을 했거나 등으로 심적 충격을 경험한 사람일수록 이런 참사 소식에 울분이 생기면서 힘겨워할 수 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특징=남을 못 믿는다. 해결되지 않은 분노가 남아있음으로 해서 평소 친한 관계까지 파괴시킨다.

심하면 자신까지 파괴하게 되기 때문에 몸에 상처가 나서 피가 흐르면 급히 싸매여 치료가 필요하듯이 마음의 상처도 그 즉시 치료를 받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대책은=이번 세월호를 통해서 일이 집중되지 않는 나의 상태를 알게 되어 한편으로는 좋은 기회가 됐다.

LA폭동 피해자를 치료하면서 점점 화가 치밀었고 급기야는 당시 LA 시장 사무실까지 찾아갔고 나중에 시위에도 동참하면서 나름대로 분노를 매니지먼트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참사로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울분이 남아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방법은 승화로 자신 안에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는 억울함, 울분을 반대의 감정으로 대치시키는 것이다. 그래야 거기서 빠져 나올 수 있다.

자신과 같은 아픈 경험을 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거나 봉사행위로 발전시킴으로써 분노를 뛰어넘는 것이다.

나쁜 기억을 억지로 지워 없애려하지 말고 반대되는 좋고 건설적인 생각을 새롭게 그 위에 만들어 가는 것이 핵심이다.

김인순 기자


어려운 이를 도우면 내가 치유된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극복법


1. 식사를 거르지 말라. 밥은 먹고 울어라.

2. 힘들겠지만 이미 벌어진 과거를 잊어 버려라. 지난 일에 마음을 묶어두지 말라.

3. 내려다 보고 살라. 나보다 더 억울한 사람을 생각하라.

4. 가진 것부터 시작하라. 적어도 한가지는 갖고 있다.

5. 나 혼자만 당하는 것이 아니다. 당하지 않고 사는 사람 없다.

6. 생각과 감정을 한 곳에 머물게 하지 말고 흐르게 하라. 세상만사는 모두 다 지나가는 것.

7. 친구를 찾아 마음 속에 있는 것을 끄집어 내어 말해 버려라. 안으로 곪는다.

8. 직장을 찾아라. 정신 쏟는 곳이 필요하다.

9. 운전 조심하고, 아이들을 돌봐라. 가족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10.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나머지는 하늘에(순리에) 맡긴다. 어떻게 하든지 계속 살아 내는 것이 중요하다.

11.육체의 힘을 길러라. 몸에 힘 생겨야 정신도 강해진다.

12.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을 돕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나의 작은 힘을 간절한 마음으로 보탠다. 여기에 이르면 완전 치유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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