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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연방대법원 공공기관 기도 합헌 판결 의미…"기독교 승리 아닌 종교 표현의 자유로 해석해야

기도는 전통에 기인한 것, 가치에 대한 열망
현재 타지역 논란 및 재판에도 영향 미칠 듯
기독교 영향력 약화되는 흐름 속에 희소식

한인교계 침착, “앞으로의 방향이 더욱 중요”

미국 내 공공 기관에서 각종 모임 전 기도를 하는 것은 ‘합헌’이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5일 연방대법원은 공공 기관에서 성직자를 초대해 기도하는 것을 두고 재판한 결과 “기도는 미국에서 수세기에 걸쳐 이뤄져 온 전통으로 수정헌법 1조인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며 최종 판결(찬성 5명·반대 4명)을 내렸다.

특히 이번 판결은 기도 자체가 합헌일 뿐 아니라, 기도의 형식과 진행이 개신교와 같은 특정 종교에 집중되더라도 무방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제가 제기된 대상 자체가 처음부터 기독교의 기도 행위였기 때문이다. 이번 재판은 미국의 모든 이목이 집중됐었다. 시대적으로 점점 약화되고 있는 기독교의 영향력을 가늠할 재판이었기 때문이다. 동성결혼 허용 및 마리화나 합법화 같은 기독교계가 반대하는 법안들이 잇달아 통과되고, 미국 내 상당수 지역에서 공공기관에서의 기도가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번 판결이 미칠 영향과 향후 전망, 한인교계의 반응 등을 살펴봤다.

한인교계, "지금부터가 중요"

미주 지역 한인교계는 이번 판결 소식을 반기면서도 앞으로의 기독교 방향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나님의꿈의교회 권태산 목사는 "그동안 개신교가 너무 골방에만 갇혀 있고 우물안에만 있었는데 성경을 보면 성도는 절대로 시대의 흐름과 떨어져 나간 상태에서 존재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성경적인 정신과 자세만 강조하며 기도만 하다 보니 시대적으로 뺏긴 것도, 잃어버린 것도 많았는데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교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나 정치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에서의 기도가 '합헌'이라는 판결 자체를 두고 이슈를 표피적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는 주장도 있었다. 시대의 흐름 속에 기독교의 대응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굿타임스교회 조성 목사는 "미국이 과거 기독교 가치에 기반된 국가였다고 해서 공공기관에서의 기도 허용이 개신교에만 주어진 특혜가 아님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며 "이는 모든 종교가 공공기관에서 각자의 종교대로 기도할 수 있다는 뜻도 되기 때문에 앞으로 개신교뿐 아니라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시대 속에 개신교가 본질적 가치와 역할을 잃지 않도록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빅토빌예수마음교회 김성일 목사는 "이번 재판은 연방대법원이 기도 자체를 단순히 형식적인 종교적 요식행위로서의 관점에서 적법성을 본 것"이라며 "판결 내용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신앙인으로서 이웃과 지역사회에 영향력을 끼치기 위한 실제적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각 지역 논란, 잠잠해질까

최근 가주 지역도 시의회에서의 기도 모임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지난 4월 중가주 '피스모비치(pismo beach)'시는 한 무신론 단체가 제기한 소송 때문에 기도회 폐지를 결정했다. 당시 시정부에 소송을 제기한 종교로부터의자유재단(FFRF)은 피스모비치 시의회 기도를 두고 "기독교의 색채가 짙은 기도회가 시의회에서 이뤄진다는 것은 정교분리 조항에 어긋난다"고 소송 이유를 밝혔다.

소송이 제기되자 피스모비치시는 "비싼 소송 비용을 세금으로 충당할 수가 없어 시의회 기도모임을 폐지한다"며 "FFRF가 기도모임 폐지 결정으로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피스모비치 시정부의 시의회 기도 폐지로 인해 무급 자원봉사로 기도회를 이끌어 왔던 의회 채플린 폴 존스 목사가 사임했다. 피스모비치 시민들은 시정부의 결정을 두고 "크리스천의 권리를 포기한 한심한 결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현재 피스모비치시 외에도 가주 지역의 치코 시, 메릴랜드주 캐롤 카운티 등 각 지역 의회의 공공기관에서의 기도회가 논란 가운데 있다. 또 각 의회에서는 무신론 단체 등의 무차별적인 소송에 대비, 기도 행위 자체를 자발적으로 폐지하는 지역도 생겨났다.

하지만 이번 연방정부의 공공기관에서의 기도 허용 판결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판결에서 스윙보터 역할을 하다가 찬성표를 던진 앤소니 케네디 대법관은 "기도는 종교적 요소를 담고 있지만 전통적으로는 정교분리 조항과 양립될 수 있는 가치로 인식돼 왔다"며 "헌법이 구성될 때부터 의회는 항상 기도를 해왔고, 기도는 보다 숭고한 목적을 위해 정의와 평화라는 가치에 대한 열망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치열한 논쟁과 초박빙 승부

공공기관에서의 기도 행위를 두고 벌어진 이번 세기의 재판은 '그리스 대 갤로웨이(Greece vs Galloway)' 소송으로 불리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재판을 한 연방대법원 대법관 역시 보수 성향(4명), 진보 성향(4명), 중도 성향(1명) 등으로 구성돼 치열한 논쟁과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었다.

이번 소송은 뉴욕주 그리스 시의 타운홀 미팅에서 비롯됐다. 그리스 시는 매번 개신교 목회자들을 초대해 타운홀 미팅을 기도로 시작했는데 이는 "기독교 편향적인 행위"라며 소송이 제기됐었다. 소송은 유대인 수잔 갤로웨이 씨와 무신론자인 린다 스티븐스 씨가 시정부를 대상으로 제기했었다. 이들은 "기도 인도자 다수가 크리스천이며 기도 끝에 '아멘'이라고 하는 것은 타종교인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이 소송은 미국의 종교 자유의 현주소와 공공기관에서의 종교적인 전통의 가치가 시대적 흐름속에 어떤식으로 바뀌게 될지를 가늠하는 재판으로 여겨졌다. 이번 소송은 맨 처음 뉴욕 지방법원이 '시정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 되는 듯했다. 하지만 갤로웨이 씨와 스티븐스 씨가 다시 항소하면서 뉴욕 항소법원이 만장일치로 판결을 뒤집어 버리는 바람에 최종 판결은 연방법원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연방법원은 판결문에서 "기도가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그 기도를 주관하는 의회나 이슈를 다루는 법정이 종교 자체를 강제로 검열하고 심의하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공공기관에서의 기도를 허용한 배경을 밝혔다.

장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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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마쉬 대 체임버스'
‘뜨거운 감자’기도 논란
30년만에 다시 불 붙어



공공기관에서의 기도 논란 소송은 이미 과거 연방법원에서 다뤄진 바 있다.

지난 1983년 ‘마쉬 대 체임버스(Marsh vs Chambers)’ 소송은 당시 ‘종교’라는 이슈로 미국을 들썩이게 했었다.

당시 네브래스카 주 상원의원이었던 어니 체임버스는 주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목회자가 주의회 개회기도를 하는 것은 정교분리원칙에 어긋난다며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었다. 하지만 연방법원은 “목회자가 정부 보조금을 받는다고 해서 그것이 정교분리원칙을 위배하는 것은 아니며, 의회 기도는 미국의 역사적 전통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판결을 내렸었다.

공공기관에서의 기도 논란은 30여년 만에 다시 이슈가 되면서 미국 언론은 이번 ‘그리스 대 갤로웨이’ 소송을 제2의 ‘마쉬 대 체임버스’ 소송으로 부르기도 했다.

한편 미국은 지난 1774년 13개 식민지의 대표자들이 모인 대륙회의(Continental Congress) 때부터 의회에서 기도하는 전통을 세워 왔었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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