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하늘 목수' 유정호 데뷔합니다

New York

2014.05.13 17:21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기사 공유
22~25일 KCC서 전시회
나사.못 없는 맞춤 가구
22년간 첫 직장이었던 삼성 전자에서 일하다 아내 백혈병 치료를 목적으로 도미한 유정호(50·사진) 콰이어트사이드 부사장이 목수로서 첫 데뷔전을 연다.

오는 22~25일까지 뉴저지에 있는 한인동포회관(KCC)에서다.

1989년부터 삼성 전자에서 해외 영업을 담당해 오던 유씨가 뉴저지주 리지필드파크에서 주재원으로 일하고 있던 2007년 아내 이영숙(47)씨가 백혈병을 진단받았다.

유씨는 "2002년 회사 장학금으로 애틀랜타에 있는 에모리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마쳤다. 한국에 잠시 돌아갔다가 2003년부터 주재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영업팀을 이끌면서 매출성장도 키우고 가전제품 부문 시장 점유율 1·2위로 진입하기까지 현장에서 일하면서 승승장구하던 시기"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아내 이씨는 1년 동안 항암치료를 받은 후 회복기간을 거쳐 다시 치료를 받는 과정을 7번이나 거쳤다.

유씨는 "2009년 한국에 돌아가려고 보니 아내 골수 운반비만 50만 달러가 든다는 것을 알았다. 한미 양국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어 통원 치료가 필요한 아내와 아이들을 두고 혼자 한국 본사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그가 '목공예'라는 새로운 세상에 입문한 것이 바로 이 때. 시간적인 여유가 있던 주말을 이용해 공방에서 나무를 보듬어 다듬는 세계에 빠져들었다. 나무를 배우고 다루는 법을 배우기 시작하자 유씨의 인생에 '쉼'이 선물로 찾아왔다. 또 인생을 먼 발치서 지켜보게도 됐다.

유씨는 "목공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느낄 거다. 제일 어려운 일이 바르게 자르는 일"이라며 "바르게 자르지 않으면 나중에 돌아가고 틀어진다. 그걸 또 만회하기 위해 또 다른 작업을 더하게 된다. 직각으로 자른다고 잘라도 다른 쪽에서 자를 들이대면 틀어져있다. 그러면서 '바르게 보이는 삶도 바르지 않을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눈 앞에 보이는 삶과 멀리서 보는 삶이 다를 수 있다는 진리를 새삼 배우면서 인생의 큰 그림도 그리기 시작했다. 기왕 시작한 목공 목수로 데뷔해 가구로 나누는 기쁨도 더해보자는 것이었다.

유씨는 가족과 함께하기 위해 2011년 이민을 결심한다. 그는 삼성 전자를 그만두고 콰이어트사이드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뉴저지주 파라무스에 정착했다. 모태신앙인 그는 '하늘 목수 유정호'라는 이름으로 헌금과 인근 장애 시설에 필요한 가구 기증을 목적으로 한 전시회도 차근차근 준비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25일 드디어 5년 동안의 실력이 고스란히 담긴 30여 점의 가구와 목공예품이 전시를 통해 일반에 공개된다. 못이나 나사를 전혀 쓰지 않고 모두 끼워 맞추는 전통 방식으로 제작된 작품들이다. [email protected]

장지선 기자 [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