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라(Godzilla)'가 다시 나타났다. 1954년 일본 원작 이후 숱한 속편이 나왔지만 할리우드에서 대대적으로 고질라를 다시 불러낸 건 이번이 처음.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고질라의 모습은 건물을 부수고 열차를 잡아뜯는 등 난폭한 괴수가 아니던가. 이번 영화에서는 좀 다른 고질라가 등장한다. 자연의 불균형을 바로잡으러 온 '영웅' 역할을 맡았다. 16일 개봉하는 고질라의 영웅들을 뉴욕에서 만나봤다.
감독-가렛 에드워즈
그의 전편 '괴물들(Monsters)'에서 볼 수 있듯 에드워즈 감독은 비주얼이펙트에 능한 감독이다.
초저예산으로도 '괴물들'을 연출해 낸 그가 아니던가. 이번 영화에서는 1억6000만 달러라는 초대형 예산을 가지고 '마음껏 놀아보는' 시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주얼 효과가 장기인 그에게 '고질라'는 몸에 딱 맞는 옷이었다.
-왜 고질라를 착한 괴물로 그렸나.
"항상 사람들이 고질라를 잘못 이해하고 있진 않았나 하는 생각이 있었다. 고질라가 누군가를 맞서 싸운다고 생각한다면 관객들은 고질라 편을 들을 지 아니면 상대 편을 들을 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관객들이) 이런 질문에 봉착한다면 고질라 편을 들고 싶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관객들이 어떤 여정을 거쳐 고질라 편을 들게 될까. 여러 과정을 겪으면서 고질라를 이해하게 되도록 만들고 싶었다."
-비주얼 효과가 뛰어난데.
"우선 세계 최고의 비주얼 효과 스튜디오(MPC 더블네가티브 등)와 함께 작업했다. 프로덕션 중에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어떤 장면은 세트장에서 카메라로 하는 게 쉽고 또 어떤 건 컴퓨터 그래픽으로 하는 게 훨씬 쉽기 때문이다. 이런 결정을 내릴 때 컴퓨터그래픽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됐다."
-고질라 이미지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텍스쳐를 강조하려고 노력했다. 악어같은 느낌 그리고 중세시대 사무라이 갑옷같은 느낌. 고질라 손 장식을 보면 까만 갑옷 장식이 있는데 아마딜로(armadillo)같이 생긴 도금 작업을 했다. 고대 사무라이같은 느낌을 아주 미묘하게 넣으려고 했다."
-고질라와 맞서 싸우는 뮤토(Muto)들은.
"이 뮤토들은 전자기를 사용한다는 설정이었기에 각진 모양을 많이 넣었고 스텔스기.새 등에서도 실루엣을 많이 따왔다. (원래 뮤토에) 눈을 넣지 않으려고 했다. 영혼없는 괴물 느낌을 강조하려고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하니까. 그런데 작업을 하다 보니 눈이 없으면 관객들이 눈을 찾으려고 할 것 같아서 디자인 하기 시작했다."
포드 브로디-애런 테일러 존슨
23세의 젊은 배우 테일러 존슨은 이미 할리우드에서 핫한 배우로 자리잡았다. 영화 '노웨어 보이'에서는 존 레논을 연기하고 '킥애스' 시리즈에서는 수퍼히어로로 변신한 일반인을 그리고 또 곧 개봉할 '어벤저스2'에서도 퀵실버 역으로 등장한다. 고질라에서는 미 해군 중위로 변신해 완벽한 액션과 아들.남편.아버지 역할의 내면 연기를 동시에 선보인다.
-액션 연기가 힘들었을 것 같다.
"체력적으로 도전이 많았던 것은 맞다. 해군과 몇달 동안 같이 훈련하기도 했고 군에서는 어떤 상황들이 벌어지고 어떻게 돌아가는 지 무기를 어떻게 사용하는 지 등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렸다. 군 출신이라는 배경과 영화가 벌어지는 환경에서 관객들이 내 연기를 믿을 수 있어야 하니까."
-액션뿐 아니라 감정적인 연기도 눈에 띈다.
"사실 영화계가 초대형예산 영화 블록버스터 영화 인디 영화로 나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가렛은 처음부터 여기에 의문을 던졌다. 왜 이 세 가지 콘셉트를 다 섞을 수 없냐고. 스릴러 괴물 영화면서도 감정이 들어있고 영혼이 들어있는 이야기가 왜 될 수 없냐고. 이렇게 좋은 배우들이 있는데 한번 해보자고 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액션이 있는 역할을 많이 하는데. 감독들이 제안하는 건가 아니면 본인이 액션을 좋아하는 건가.
"모르겠다. 킥애스도 어벤저스도 그렇고 코믹북 역할이 많이 들어오긴 하는데. 사실 인생이란 게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 지 모르지 않나. 나는 그저 본능적으로 프로젝트를 캐릭터를 선택할 뿐이다. 감독이 얼마나 확실한 영감을 가지고 있는 지 캐릭터가 얼마나 진솔하고 끌리는 지…. 가렛의 경우 처음에 말한 아이디어가 영화 속에 그대로 다 녹아있다. 가끔 어떤 영화는 '처음에 말한 거랑 완전 다르네' 싶은 것도 있다." (웃음)
세리자와 박사-켄 와타나베
1954년 일본에서 만든 '고질라'가 원작인만큼 일본인 배우 켄 와타나베는 이 영화에서 원작과 할리우드작을 잇는 중요한 끈이 된다.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 '인셉션'에서도 눈에 띄는 연기를 보여준 그가 아니던가. 이번 영화에서는 핵물리학자 이시로 세리자와 역을 맡았다.
-일본인 배우로 미국 고질라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나.
"올해가 (원작 고질라의) 60주년이다. 아시안 문화권에서 60주년이라 하면 굉장히 특별하다. 십이지가 있고 이게 5번 돌아가면 60년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Back to original(처음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 있다. 그래서 고질라도 '백 투 오리지널'인 셈이다. 원작이 1954년에 만들어졌으니까 말이다."
-연기 중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다면.
"괴물을 실제로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연기를 한다는 것이 조금은 도전적이었다. 가렛(감독)이 아이패드로 미리 작업해 놓은 이미지를 매 장면마다 보여줬다. '저 빌딩 오른쪽에 지금 이 괴물이 있는 거다. 시선은 저 멀리 보고.'라고 감독이 말하면 '오케이'라고 대답하고 상상하는 식이었다." (웃음)
-이번 영화에서는 '착한 고질라'로 등장하던데.
"과연 그럴까? 고질라가 영웅일까 아니면 악당일까? 개인적으로는 영화 속 고질라의 포효를 듣고 너무 신이 났다. 원작과 비슷한 그 포효…. 그런데 왠지 슬픔이 느껴지기도 했다. 꼭 고질라가 인류의 어리석음을 꾸짖는 듯했다. 하지만 또 그 안에 '재건'에 대한 희망도 보였다."
-(감독이) 연기할 때 일본인만의 느낌을 요구한 경우도 있었나.
"영화에서 보면 '고질라'라는 단어를 맨 처음으로 말하는 인물이 내 캐릭터다. (이 장면에서 켄은 일본식 발음으로 '고지라'라고 말한다) 감독 등 다른 사람들이 '가질라~' 이런 영어식 발음은 어떻겠냐고 조심스레 제안했다. 나는 단호하게 안된다고 했다. 나는 일본인인데 '고지라'라고 할꺼라고 못을 박았다. (내 연기에) 만족스럽다. 내가 제일 먼저 그 단어를 말한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