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수의 '끝판왕'…고질라가 깨어났다
고질라 (Godzilla)감독: 가렛 에드워즈
출연: 아론 테일러 존슨, 와타나베 켄, 브라이언 크랜스턴
장르: 액션
등급: PG-13
반전이다. '고질라(Godzilla)'라는 제목에 등장하는 무시무시하게 큰 거대 생명체는 세상을 파괴하려는 괴수가 아니라, 자연의 균형을 지키려는 존재다.
정말 나쁜 것은 그 균형을 무너뜨리는 무지한 인간일지도 모른다. 모두의 예상을 깨는 진행이다. 하지만 그래서 신선하기도 하다. 어쩌면 2014년에 리메이크된 '고질라'를 보는 유일한 재미는 거기서 온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지 않다면 온갖 수퍼히어로가 기상천외한 악당들과 싸우는 영화들이 한 시즌에도 몇 편씩 등장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여러 차례 소비된 괴수물의 재탕에 가족애를 가미한 재난 영화의 방식을 고스란히 따른 영화의 매력이란 그다지 찾기가 쉽지 않을 테니 말이다.
영화는 '고지라'라는 일본식 발음의 제목으로 처음 만들어졌던 1954년 개봉 원작의 세계관을 계승한다. 때문에 고질라는 이미 새로운 존재가 아니며, 비밀스레 그 존재를 연구하는 조직까지 활발한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설정이다. 핵으로 인한 방사능을 흡수하며 괴생명체가 등장하게 된다는 기본적 줄기도 동일하다.
1999년 필리핀의 한 광산에서 고질라의 화석이 발견된다. 그리고 비슷한 생명체가 움직인듯한 흔적 또한 포착된다. 같은 시기, 일본 잔지라 핵 발전소에서 사고가 발생한다. 단순한 폭발은 아니다.
하지만 그 비밀은 밝혀지지 않았다. 시간은 흘러 2014년. 잔지라 폭발 때 어머니를 잃은 포드 브로디(아론 테일러 존슨)는 해군 중위이자 단란한 가정을 꾸린 가장으로 훌륭히 성장해 있지만, 그의 아버지 조 브로디(브라이언 크랜스턴)는 여전히 일본에 남아 사고 당시의 폭발 뒤에 감춰진 비밀을 캐려 한다. 결국 아버지의 한을 풀기 위해 함께 잔지라에 방문한 조는 거기서 알 수 없는 무리들에게 체포돼 끌려가고, 그곳에서 고질라를 연구하는 비밀조직 모나크를 마주한다.
마침 그곳에서 연구중이던 거대한 생명체 고질라는 다시 한번 방사능을 흡수하며 깨어나게 되고, 인근은 아수라장이 된다. 곧 고질라는 태평양을 거쳐 하와이로 움직이기 시작하고 모나크와 미군은 그를 쫓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진짜 막아야 할 대상은 고질라가 아니라 더 포악하고 기괴한 돌연변이 생명체 '무토'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때부터 자연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앞길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해치우는 고질라의 질주와 무토 앞에서 갈팡질팡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인류의 처참한 재앙이 펼쳐진다. 무토의 폭주를 막기 위해 기염을 토하는 고질라의 활약은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하이라이트다.
영화를 보는 재미는 역시 화면을 박차고 나올 듯 장대함을 자랑하는 고질라의 위용에 있다. 크기 110미터라는 고질라의 설정은 살벌한 도시의 풍경과 개미처럼 느껴지는 사람들의 모습과 대조를 이루며 압도적 존재감을 느끼게 한다. 게다가 처음부터 모습을 드러내기보다는 육중한 한쪽 다리, 등에 붙은 갈퀴 등만을 살짝 살짝 보여주며 관객의 마음을 졸이다가 중반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그 전신을 드러내는 연출이 일종의 쾌감까지 전해준다. 고질라가 기괴한 소리로 울부짖고 입에서 광선을 내뿜을 때 객석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박수와 환호가 그 묘한 쾌감을 증명한다.
반면, 고질라를 보는 재미를 뺀다면 다른 요소들은 상당히 헐거운 편이다. 가족애를 강조하는 부분이나 환경 파괴를 일삼는 인류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는 영화적 메시지도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많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시종 도식적이고 과장돼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힘들다. 제작사의 사과와 함께 일단락되긴 했지만, 욱일승천기를 연상시키는 포스터로 한인사회의 미움을 샀었던 영화란 점에서도 그리 애정이 가지 않는 작품인 것만은 확실한 듯 싶다.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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