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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매스터 앤 커맨더]화면 가득 출렁이는 바다

Los Angeles

2003.11.1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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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을 끌고 가는 러셀 크로의 힘은 여전하지만 '인사이더'에서 보여준 섬세하면서도 묵직한 감동을 선사하지는 못한다.

대작을 끌고 가는 러셀 크로의 힘은 여전하지만 '인사이더'에서 보여준 섬세하면서도 묵직한 감동을 선사하지는 못한다.

해양 영화는 보통 육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촬영보다 2~3배는 힘들고 제작비도 그만큼 많이 들어간다. 영국과 프랑스 전투함이 대양에서 대결을 펼치는 ‘매스터 앤 커맨더’(Master and Commander:The Far Side of the World)의 제작비는 1억3천5백만 달러. 20세기 폭스와 미라맥스, 유니버설 3개 메이저 영화사가 합작했다.

영화의 규모를 제작비와 연계해서 비교하면 해양 영화 만들기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다.

바다 위의 물물교환 장면에 잠깐 등장하는 여자를 제외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남자들만 등장하는 ‘매스터…’의 매력은 아날로그 방식의 질감이다. 망망대해와 거센 파도, 억센 사내들의 세계는 터럭 하나 없이 매끈한 디지털 영상에서는 맛볼 수 없는 현장감이 살아 있다.

20편에 이르는 패트릭 오브라이언의 해양 소설 연작 중 첫번째 작품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두 명의 호주출신 스타를 돛대와 삿대 삼아 나아간다. 피터 위어 감독 그리고 주연 러셀 크로.

위어 감독은 굳이 분류하자면 외향적이라기 보다는 내향적이다. 그의 내향적 관조는 오히려 초기작인 ‘행잉 록의 피크닉’(Picnic at Hanging Rock)과 1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갈리폴리’(Gallipoli)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뒤에 나온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와 ‘트루먼 쇼’(The Truman Show)에서는 훨씬 대중적인 멜로드라마 방식을 택했다. 어떤 방식을 택하든 위어의 시선은 지금까지 등장인물의 내면을 향했다.

하지만 ‘매스터…’는 외향적이다. 1억3천5백만 달러짜리 영화가 내향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태생적으로 외향적인 영화와 내향적 감독의 만남.

여기에 장쾌한 배경의 대작을 끌고 가는 데 뛰어난 재능이 있는 크로가 주연을 맡았다면 규모가 크면서도 섬세한 영화가 기대된다.

하지만 외향적 재미나 내향적 깊이 사이에서 흔들리는 결과를 낳는다. “1805년 나폴레옹이 유럽의 패권을 장악하고 있다. 나폴레옹에 맞설 나라는 영국 밖에 없다”라는 자막으로 시작한 영화는 브라질 해역에서 영국 전투함 서프라이즈가 프랑스 전투함 아케론의 기습 공격을 받는 전투신으로 1억3천만 달러가 넘는 외향성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려 놓는다.

이후 위어 감독은 등장인물에 대한 특유의 내성적 성격으로 돌아가지만 관조의 깊이보다는 가벼운 멜로드라마 방식을 택한다. 여기에 멜로 마저도 그리 감동적이지 못하다.

공격을 받은 서프라이즈 호의 함장 잭 오브리(크로)는 첨단 전투함 아케론을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결정한다. 그 동안 서프라이즈 안에서는 10대 장교의 고통과 인내, 지도자의 조건, 군의관인 스티븐 마투린(폴 베터니)과 잭 사이의 갈등과 우정, 병사들의 용기, 그리고 전투 사이사이에 곤충 생태학을 연구하는 스티븐의 열정이 이어진다.

적함인 아케론의 동정이 거의 배제된 상태에서 영화는 넬슨 제독을 나침판 삼아 마치 앵글로 색슨은 어떻게 단련됐는가, 혹은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는가를 낮은 목소리로 웅변하는 듯하다.

크로의 카리스마는 여전하지만 섬세하면서도 묵직한 표현은 ‘인사이더’(The Insider)에 미치지 못하고 쾌감은 ‘글래디에이터’에 이르지 못한다.

14일 개봉. 등급 PG-13. 와이드 상영.



안유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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