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에 갇혀 살아온 겨울 내내 이불을 뒤집어쓰고 생각 한 건 처마밑에 매달린 고드름이 녹아내리기를 기다리는 일이었다. 춥고 지루했다. 그런 참담했던 긴 침묵의 시간 속에 두 눈을 끔벅이며 음습한 터널을 빠져나오려고 바둥대던 날 전화로 당선 소식을 받았다.
순간, 절필 선언을 그만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렇다, 이방에서 예외 없이 치러야 했던 참담했던 순간들. 시가 곁에 있어 포기하지 않고 맨발로 자갈밭을 걸어 갈 수 있지 않았던가. 시 때문에 닳은 발뒤꿈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고백하건대 이제 그 앞에 도망치기 힘들어졌다는 사실이다. 둘의 관계, 언제까지 봄날일 지 훗날 변심할지 예측할 수 없지만, 오늘, 시를 쓰지 않고는 살 수 없겠다는 의연한 다짐 하나 가슴에 묻는다. 이 순간 겨울과 봄의 경계가 자리를 바꾸어 앉는다. 하지만, 찾아온 이 기쁨이 행복하고 때론 불행할지라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변함없는 격려로 등 다독거려 준 남편과 응원해 준 별이 솔이에게 고마움 전한다. 그리고 내 시에 늘 손을 높이 올려준 부동산 캐나다뉴스 이용우 사장님께 술 한잔 살 기회 있어 행복할 따름이다.
끝으로 부족한 시 건져 올려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과 미주 중앙일보사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제게 주신 과분한 창작의 격려 잊지 않겠습니다.
# 2014 중앙신인문학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