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로 살면서 자주 하고 듣는 소리가 ‘정체성’에 대한 것이다. 다민족 공동체에서는 민족 정체성이, 사회적 역할 분류에 있어서는 사회적 정체성이, 성별 구분에 있어서는 성적 정체성이 개인을 규정한다. 그리고도 다른 여러 정황들이 있을 것이다.
내게 있어 글을 쓰는 것은 내 존재의 총체적 정체성을 찾아가는 작업이라 말하고 싶다.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나를 찾아가는 것은 즐겁다거나 고통스럽다거나 이전에 그냥 내 몫이다. 글로써 소통하지 못하고(않고) 살아온 도미 이후의 내 세월 또한 나는 귀하게 여긴다. 그러나 더 이상은 숙제를 하지 않고 잠드는 뻔뻔함 같은 느낌을 견딜 수 없었다. 이 세상에 나만큼 바쁜 사람도 드물 것이라는 오해 속에서, 생이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저물고 있다는 서글픈 인식 속에서 다시 쓰기 시작했다.
위로를 주신 미주중앙일보에 감사 드리고 심사하신 분들의 혜안을 비켜가지 않은 내 작품을 쓰다듬는다.
# 2014 중앙신인문학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