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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앤 한의 여행세상] 뉴질랜드 남섬

Washington DC

2003.12.01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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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호와 마운틴 쿡, 태초의 아름다움 간직
 ■신사의 도시, 크라이스트 처치 

 1850년도에 영국의 크리이스트 처치 칼리지 출신자들이 이곳에 처음 정착하면서 크라이스트 처치라고 이름 붙여진 이 도시는 영국밖에 있는 가장 영국다운 도시로 꼽힌다.

 또한 이곳에 아름다운 정원이 많아 가든 시티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그 이름에 걸맞게 100여개가 넘는 정원마다 1년내내 잘 가꾸어진 꽃과 나무들을 구경 할수 있다 한다.

특별히 55만평의 크기를 자랑하는 헤글리 공원은 아직 쌀쌀한 초봄의 기온에도 불구하고 각양각색 의 예쁜 꽃들로 장식되어 있으며 실개천같이 작은 에이번 강이 공원 전체뿐만 아니라 도시를 굽어 흐른다. 그 사이로 베니스의 곤돌라를 연상케 하는 펀트가 손님들을 태우고 여유롭게 다리를 지나가는 모습들은 정감을 더해 주었다.

 헤글리 공원은 영국의 Hydro Park과 모양이 흡사한데 이곳 보타닉 가든에 심어진 화초들과 식물들까지도 영국과 유럽에서 직접 들여와 심어진 것이 많다고 한다. 크라이스트 처치 시내 한 중앙에는 영국의 성공회 교회인 St. Paul 대성당을 본 떠 건축한
고딕 건축물의 크라이스트 처치 대성당이 자리잡고 있고 이 성당을 중심으로 뻗어있는 길의 이름도 Oxford Terrace, Cambridge Terrace 등 영국 냄새를 물씬 풍긴다.

영국에서 이곳으로 온 이민자들은 비록 먼 고향을 떠나 지구의 반대편에 살고 있지만 이 도시 곳곳에 고국의 모습을 심어놓고 자신들의 향수를 달래고자 했던 것인지 모르겠다.

 크라이스트 처치 시내관광을 마치고 우리 일행은 그날 목적지인 마운트 쿡을 가기 위해 다시 버스로 3시간쯤 남쪽으로 내려가야 했는데 아래로 내려갈수록 기온은 더 떨어지고 차창밖으로 내다보이는 풍경은 북섬과 다름없이 끝없는 초지였지만 양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사슴의 무리들만 자주 나타났다.

남섬에는 추위에 강한 사슴사육이 대부분인데 특히 이곳 청정지역에서 길러내는 녹용의 탁월한 효능이 과학적으로 증명되면서 아시아로 수출되는 녹용사업이 활발해 지자 많은 농가들이 다른 가축보다 사슴사육을 점점 더 선호하고 있다고 한다.

 ■남 알프스의 최고봉, 마운트 쿡

 마운트 쿡 국립공원에 도착하기전 우리 일행들이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트위젤(Twizel) 이란 작은 마을에 도착하니 뜻밖에 그곳에 Pukaki Garden 이라는 조그만 한국식당이 있었다. 한국사람도 많지않고 더구나 이곳 주민들 조차 많지 않은 이런 외진
곳에서 어떻게 비즈니스가 될까 괜히 염려가 되어 가이드한테 물어보니 한국에서 들어오는 관광객들로 1년내내 바쁘다고 한다.

바로 그 지역에서 양식되는 연어회가 푸카키 가든의 주 메뉴였는데 신선해서 그런지 쫄깃거리는 맛이 정말 기가 막히게 좋았다.

 트위젤에서 마운트 쿡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은 푸카키 호수를 따라 가로등 하나없이 어두운 길만 끝없이 계속 되었지만 하늘에는 별이 쏟아질듯 가득하고 짙은 어두움 사이로 별빛에 반사된 호수는 보석처럼 반짝거린다.

 마운트 쿡의 관광기점인 마운트 쿡 빌리지에 도착하니 밝은 불빛과 함께 난데없이 현대식 호텔건물이 나타나는데 바로 우리들의 숙소인 허미티지 호텔이다. 마운트 쿡에 있는 숙박시설은 유스 호스텔 외에도 모두 이 허미티지 그룹에 속해 있는데 최근에
증축된 허미티지 호텔의 신관은 이곳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숙박시설이다.  마운트 쿡 국립공원에는 3,000미터 이상의 봉우리가 19개나 되는데 그 중 남 알프스의 중앙에 뉴질랜드 최고봉인 마운트 쿡이 있다. 그 높이가 3,753 미터나 되고 “구름을 뚫고 나온 산” 이란 뜻의 마운틴 쿡은 마오리말로 아오라키라 불리기도 하는데 눈 덮힌 수려한 봉우리들 사이로 우아하게 솟아 있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의 커튼을 걷치니 남반구의 알프스라는 명칭으로 불릴 만큼 험준하면서도 아름다운 마운트 쿡의 환상적인 모습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너무 뚜렷하게, 너무 선명하게 눈앞에 나타나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대형 스크린으로 DVD 영상을 보고 있는듯한 착각을 느끼게 한다.

 이 호텔 1층에 있는 Alpine Restaurant은 대형 유리창 밖으로 은빛으로 눈 부시는 쿡 산의 파노라마를 배경으로 식사를 즐길 수 있게 지어져 있다.

 뉴질랜드 국민들이 자부심을 갖고 있는 이 마운트 쿡을 제일 먼저 발견한 사람은 에드몬드 힐러리 경. 그는 1953년에 에베레스트 산을 첫 등정했던 사람으로 현재 생존해 있는 이 나라의 국민 영웅이다. 올해 83세인 힐러리경은 뉴질랜드의 5불짜리 화폐에 새겨져 있으며 아직도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아침 일찍 우리 일행들은 허미티지 호텔옆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가벼운 산행에 나섰다. 아침부터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호텔에서 준비해 준 우산을 하나씩 쓰고 줄지어 좁은 마운트 쿡 트레일 코스를 따라 올라갔다. 덤불과 억새풀이 우거진 길을 따
라 나무길이 있는습지대 등 한 30여분을 걷고 나니 추위가 사라지고 온몸이 훈훈해 진다.

 겹겹의 산봉우리들은 안개비로 신비로운 모습을 드러내고 산 공기는 너무나 신선해 바라보는 눈은 물론 가슴 깊은곳까지 청량음료를 마신 것처럼 시원하다.

 숨을 고르며 Kea Point 전망대에 오르니 남 알프스 고산의 여러 빙하가 녹아내려 만들어진 애머랄드빛의 빙하호수가 보이고 바로 손이 닿을 것처럼 가까이 마운트 쿡의 정상이 우뚝 서 있다. 만년설이 사라지지 않는 이곳에 마오리 족의 천지창조에 얽힌 아름다운 전설이 Kea Point 전망대에 짧막하게 새겨져 있다.
 
 "The Ice"
 태초에 하늘과 땅이 분리되면서 하늘의 아버지와 땅의 어머니가 사랑하는 두 아들과 눈물로 작별한다.

 안녕. 내 사랑하는 아들아,
 우리는 헤어지지만 우리들의 사랑은 영원토록 너희와 함께 할 것이다.
 봄에는 안개로,
 여름에는 비로,
 가을에는 이슬로,
 겨울에는 눈으로...
 
 ■모험과 도전의 도시, 퀸스 타운 

 뉴질랜드에서 최상의 휴양 도시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퀸스 타운은 깊고 푸른 물빛이 아름다운 와카디푸 호수를 끼고 리마커블스 산맥이 뻗어내린 아름다운 4계절 알파인 리조트로 지금까지 본 뉴질랜드의 도시중 가장 활기차고 젊음이 넘치는 곳이었다.

 산과 호수와 도시가 한폭의 그림같이 어우러져 있는 풍경을 보고 개척시대의 한 채굴자가 여왕이 살기에 어울리는 장소라고 해서 퀸스타운으로 불려진 이곳은 또한 짜릿한 모험의 도시로 스키어들을 비롯하여 번지점프와 스키제트 보트, 라프팅, 패러 펜팅
등 온갖 종류의 레포츠를 즐기려는 모험가들로 1년내내 북적거린다.

 이곳 퀸스타운에서 가장 흥미로운 구경거리는 깎아지른 듯한 다리 위에서 발과 허리에 고무 로프를 묶고 40미터의 계곡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번지 점핑을 구경하는 것. 원래 이 번지점프는 성인이 되기위해 나무 줄기나 넝쿨에 발을 묶고 높은 언덕에서 뛰어 내렸던 남태평양 판타코스트 섬 원주민들의 성인식 의례에서 창안된 것이라 한다.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카와나루 다리의 번지 점프는 14년전 세워진 이래 전세계에 수많은 마니아를 만들어 지금까지 5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뛰어 내렸을 정도로 그 폭발력이 대단하다.

 번지점프를 하고 나면 Certificate과 번지 점프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를 기념품으로 받게되는데 젏은이들은 한 겨울에도 이 짧은 소매의 셔츠를 입고 퀸스타운 시내를 영웅처럼 돌아 다닌다.

 그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이런 종류의 레저 스포츠가 점점 더 흥미를 끄는 이유는 우리 안에 존재하는 죽음이나 두려움에 대한 도전이나 아니면 그것을 극복하려는 뭔가를 해냈다는 희열을 맛보고 싶은 그런 거 아닐까...

 우리가 카와나루 번지를 구경하려고 다리에 막 도착했을때 마침 한 무리의 젊은이들 사이에 박수소리가 요란하더니 한 게이 같은 젊은 남자가 새끼손가락을 흔들며 점프대를 향해 올라가고 아래에 있는 친구들은 그를 향해 환호를 지른다.

 점프대 끝에서 잠시 멈칫 주저하던 발끝이 깁스톤 계곡의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순간 어느새 그는 두 팔을 날개처럼 펼치고 비상하듯 점프한다. 바라보고 있는 내 몸에도 짜릿한 전율이 느껴지고 온 마음속에서 무엇인가 환호성이 들리는 듯 하다.

 갑자기, 그 남자가 어떤 마음으로 뛰어 내렸는지 그리고 그 이후에 그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을지 궁금하다. 우리의 마지막 여행지인 피오르드랜드의 밀포드 사운드 관광은 폭설로 가는 길이 막혀 어쩔수 없이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퀸스타운의 신비로운 와카티푸 호수는 흰 구름을 태우고 우리의 안타까운 마음을 쓸어 내린다. 그리고 이 원시적인 순수가 그리울 때면 언제든지 다시 오라고 손짓한다.

 지상의 마지막 낙원이라는 이 땅에서 문명의 이기로 지치고 때묻은 내 마음을 새롭게 씻어내고 잠시나마 에덴의 순수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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