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9박20일의 여정을 그리스, 터키 그리고 이집트로 국한했다.
여행에 앞서서는 이들 문명지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나름대로 공부도 많이 했다.
이러한 배경을 알지 못하고서는 피상적인 관광에 그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우선 이들 세나라에 관한 여행안내서도 구입하고 각 여행사에서 발간하는 책자들도 모아 읽어보았다.
그리고는 가고 싶은 곳과 가야할만한 곳들을 하나씩 지도상에 표시해 나갔다.
아테네, 미코노스, 산토리니, 고린도스, 파타모스, 이스탄불, 카이로···.
이런 가운데 일정에 맞춰 효율적인 여행이 될 수 있도록 일정을 수정해 다듬기를 반복했다.
그리스 섬들은 개인적으로 일일이 찾아가기에 일정이 너무 빡빡해 크루즈선박 패키지를 활용키로 했다.
로얄올림픽 크루즈라인이 4박5일 일정으로 둘러보는 그릭 아일랜드 투어를 한다기에 서둘러 예약했다.
아프리카 대륙 북동쪽에 자리잡고 있는 이집트는 주지의 사실이다시피 4대 문명 발상지 가운데 하나.
유럽 남동부 발칸반도 남부에 위치한 그리스는 오늘날 유럽문화와 정치 그리고 역사의 출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나라다.
그리고 소아시아반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터키는 동서를 잇는 고대문화의 중심지로 그리스, 로마, 이슬람 등의 다양한 문화가 융합해 비잔틴문명을 꽃피운 나라다.
그러고 보면 지중해권의 이들 세 나라는 묘한 관계에 놓여있다.
나일강의 고대문명지인 고대 이집트는 고대 그리스의 지배권인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에게 정복됐고 고대 그리스는 로마제국에 지배를 받다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천도로 화려한 비잔틴 시대를 열었지만 결국에는 오늘날의 터키인인 투르쿠에 함락돼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일부가 됐다.
한편 터키는 그리스·로마의 지배를 받다가 11세기에 셀주크터키, 1453년에는 오스만투르크에 정복되어 이슬람화된 나라다.
우리는 이들 나라에 스며있는 이런 배경의 문화에 좀더 다가서고자 가능한 현지의 토속음식도 사먹어보는 등 현지인들의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요즘 세상에서 한식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흔한 음식이지만서도.
단, 교통수단으로서 직접 운전하는 것만은 과감히 포기했다.
직접 운전하면서 찾아가본다는 것은 여행 수준을 넘어 모험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 나이에 이렇게 직접 계획을 짜고 찾아가본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다.
힘에 부치고 때론 불편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 찾아본 고대 문명의 발상지는 그만큼 우리 부부에게 크나큰 수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