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ㆍ사이클ㆍ마라톤으로 한계 도전 전 세계 아이언맨 100만,국내는 3만 17시간내 골인 못하면 무조건 탈락
여름 문턱에 접어들면 철인3종경기 선수들의 가슴이 고동친다. 물살과 바람을 가르며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철인3종경기의 하이시즌이 찾아왔다.
지난달초 제주도 성산에서 제주수퍼맨 전국철인3종경기대회가 열렸다. 이밖에 백야김좌진장군배가 충남 홍성군에서, 대전과 강원도 양구에서도 철인3종경기대회가 동시에 열리기도 했다.
22일에는 경북 경주시에서 문화체육부장관배 대회를 치렀다. 마라톤이나 사이클링을 취미로 하다가 철인3종경기에까지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들다는 이 운동의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편집자>
3.8㎞를 헤엄치고, 사이클을 180㎞ 탄 뒤, 두 발로 마라톤 거리인 42.195㎞를 달린다. 226.195㎞를 주파하면 당신은 철인(iron man)이라는 칭호를 받는다. 수영·사이클·마라톤을 연속해서 하는 철인3종경기(트라이애슬론·Triathlon)는 '유산소 운동의 제왕'으로도 불린다. 226.195㎞에 이르는 아이언맨 코스만 있는 건 아니다. 이를 절반으로 뚝 자른 하프 코스도 있다. 초심자를 위해 수영 750m, 사이클 20㎞, 달리기 5㎞로 구성된 스프린트 코스도 있다.
올림픽에서는 수영 1.5㎞, 사이클 40㎞, 달리기 10㎞로 경기를 치른다. 이 밖에도 수영과 달리기를 하는 아쿠아슬론, 달리기와 사이클로만 이루어진 듀에슬론도 있다. 전 세계 동호인 수는 무려 100만명. 우리나라에서는 마라톤·사이클 동호인이 차츰 철인3종경기에 도전하면서 인기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 동호인 수는 약 3만명으로 추산된다.
혈압약도 끊게 하는 운동의 제왕
김석동(53)씨는 한의사다. 41세였던 2002년에 혈압이 160/110까지 올라가 약을 먹어야 했다. 건강을 되찾기 위해 운동을 시작해 2004년엔 마라톤을 완주했다. 달리기만 하니 발목에 피로가 쌓이는 부작용이 생겼다. 그는 "운동도 편식은 안 좋더라. 자전거로 출퇴근하며 사이클에 재미를 붙였다. 그 다음 수영을 배워서 2005년에는 통영에서 열린 대회에서 올림픽 코스를 완주했다"고 입문 과정을 설명했다.
철인3종경기클럽 '10언더'의 회장을 맡고 있는 그의 몸무게는 75㎏이다. 40대 초반에 비해 10㎏이나 줄었다. 혈압약도 복용하지 않는다. 그는 "욕심내지 않고 하루에 한 시간 정도만 꾸준하게 운동을 하자고 마음먹고 실천에 옮겼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철인3종경기의 첫 번째 매력은 다양성이다. 운동을 골고루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회장은 일주일에 네 번 정도 오전 6시부터 약 1시간30분 동안 사이클이나 달리기 연습을 한다.
오후에는 통상 일주일에 두 차례 수영 연습을 한다. 철인3종경기의 세 가지 종목을 각각 일주일에 두 번씩 훈련하는 셈이다. 주말에는 동호인과 함께 사이클을 타거나 대회에 출전한다. 같은 운동을 반복하는 것보다 덜 지루하고 부상 위험도 작다.
자연과 온몸으로 교감한다는 것도 트라이애슬론의 장점이다. 야외 수영부터 시작하는 트라이애슬론의 특성 때문에 대회는 늘 강이나 바다를 낀 곳에서 열린다.
사이클을 할 수 있는 깨끗한 도로도 있어야 한다. 수영을 하고, 사이클을 타고 도로를 질주하고, 마지막에는 두 발로 뛰다 보면 특정 지역의 풍광을 온몸으로 흠뻑 빨아들인 듯한 기분이 든다.
그는 "지난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대회에 출전했다. 약 90㎞에 이르는 구간을 차단한 채 대회를 치렀다. 기회가 되면 다시 해외 대회에 나가고 싶다고 했다. 국제대회 출전비는 약 100만원, 국내 대회는 대개 10만~20만원이다.
인생처럼 치밀한 계획 세워야 완주
박병훈(43)씨는 아시아 최정상급 아이언맨이다. 8시간27분44초에 226.195㎞를 주파했다. 한국체육대 시절까지 마라톤을 뛰었던 게 바탕이 됐다. 황영조·이봉주와 함께 마라톤을 했던 세대다. 마라톤 선수 시절 그의 최고 기록은 2시간18분대였다.
그는 트라이애슬론을 두고 "그 어떤 종목보다 정직하다"고 평했다. "마라톤은 앞사람의 페이스를 따라가다 보면 레이스를 망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트라이애슬론은 수영·사이클·달리기를 번갈아 가며 한다. 누구든 세 가지 중에서 더 잘하는 게 있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페이스만을 염두에 두고 인생처럼 계획을 세워서 해나가야 한다. 수영에서 조금 뒤졌다고 해도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박씨는 지금까지 트라이애슬론 대회에 34번 출전했다. 하프 코스를 포함하면 50번 이상이고, 올림픽 코스까지 더하면 100회를 훌쩍 넘는다.
대회는 보통 오전 7시에 시작해 밤 12시에 마감한다. 제한 시간이 17시간인 셈이다. 철인3종경기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이 됐다. 유럽에서 인기가 높아 앞으로도 올림픽 종목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은 허민호(24) 선수가 출전했지만 1시간54분30초의 기록으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올림픽 기록으로 우승한 엘리스테어 브라운리(26·영국)의 기록은 1시간46분25초였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