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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과학자의 세상보기] MSG는 몸에 해로운가?

San Francisco

2014.06.1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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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머리를 깎으러 갔다. 내 차례가 앉았는데 바로 전에 점심으로 자장면과 탕수육을 실컷 먹은 탓인지 잠이 쏟아졌다. 한두번 꾸뻑 졸았더니10여년째 우리가족 머리를 깎아주시는 이 선생님이 혀를 차시면서 ‘MSG때문에 졸린거야!’ 그러신다.

샌프란시스코 6번가에 Tu Lan이라는 허름한 베트남 식당이 있는데 값도 저렴하고 맛있다고 해서 꽤나 북적거린다. 유명한 요리사 줄리아 챠일드 여사도 다녀갔다나 어쨌다나. 이곳 요리사들은 손잡이가 길다란 국자같은것 하나로 모든 요리를 한다. 이 국자들은 각종 조미료통과 기름그릇 외에 뭔가 흰색의 가루가 가득 담긴 통 세개를 연신 들락거린다. 하나는 필시 소금일 것이요, 다른 하나는 설탕일텐데, 세번째 것은 무엇일까?

MSG는 모노소듐 글루타메이트, 즉 아미노산의 하나인 글루탐산에 나트륨이 하나 붙어있는 물질이다. MS에 해당하는 나트륨 부분은 생산과정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첨가한 부분이다. 즉 G에 해당하는 글루탐산이 조미료 역할을 하는 부분이다. 엄밀히 말하면 다른 재료가 내는 맛을 증진시키는 것인데, 아무튼 우마미(Umami)라고 부르는 맛을 낸다. 딱히 뭐라고 번역하는지 모르겠지만 짭쪼롬한, 구미를 돋구는, 감칠 맛 (Savory taste)정도가 되는 것 같다.

MSG가 처음 발견된 것은 100년도 전인 1908년의 일이다. 일본 동경대의 키쿠네 이케다 교수는 다시마와 다랑어국물에서 이들의 독특한 맛을 내는 물질인 글루탐산을 분리해냈다. 기존의 네가지 맛인 단맛, 짠맛, 신맛, 쓴맛과는 다른 새로운 맛 우마미가 이렇게 해서 알려지게 되었고 식품학계도 이를 제 5의 맛으로 인정하게된다.

어머니와 할머니 두분다 음식을 담백하게 하셨다. 김치에도 젓갈 같은 것을 많이 않 쓰셨고 된장국에도 멸치가 어쩌다 약간 들어가는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나는 MSG맛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손가락에 찍어서 먹어보면 MSG자체의 맛은 사실 좀 이상야릇하다. 다른 식재료와 함께, 그리고 적당량이 사용되었을 때에만 MSG는 제 역할을 한다.

미원과 미풍의 치열했던 조미료 전쟁을 기억하시는지? 한국경제가 성장하면서 조미료도 고급화되었다. 합성조미료의 뒤를 이어 핵산조미료라던가 천연재료가 함유된 조미료들이 등장했다. 소고기, 조개, 멸치 등으로 만들었다하여 ‘천연재료’ 조미료라고 하지만 봉지의 <첨가물> 부분을 꼼꼼히 읽어보시기 바란다.

소금보다도 5배 정도 안전한 것으로 알려진 MSG가 건강에 나쁘다고 여겨지기 시작한것은 1968년의 일이다. 중국계 의사였던 로버트 호 만 곽이란 사람이 중국음식을 먹은후 겪은 식곤증, 두통, 얼굴의 화끈거림 같은 증상을 <중국음식점 증후군> 이라는 이름으로 보고한것이 발단이었다.

워낙 큰 시장을 가진 식품첨가물이라 많은 과학적 연구가 행하여졌지만 딱히 언급할 만한 독성의 보고는 없었다. 글루탐산은 중요한 뇌신경전달물질이고 배움과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MSG를 섭취하면 여기서 생기는 글루탐산이 뇌로 이동하여 뇌기능에 영향을 줄수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확실한 결과는 역시 없었다.

우리 몸의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중 하나라 몸안에 원래 많이 존재하는게 글루탐산이다. 단 개인차를 무시할수 없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문제점은 없다고 해도 사람에 따라 더 민감한 사람이 있을수 있다. MSG는 꺼림찍하지만 조미료맛은 좋아한다면 다시마, 다랑어가루, 멸치 같이 글루탐산이 풍부한 천연식재료를 쓰면 될것이다. 참고로 미국의 식약청 (FDA)는 MSG를 ‘일반적으로 안전(GRAS-Generally Recognized As Safe)’하다고 분류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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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출 (생명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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