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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문화와 종교

Los Angeles

2003.12.2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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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환
지난 여름, 남가주 모 고등학교의 졸업생 몇 명이 졸업기념으로 종교적 메시지가 담긴 티셔츠를 입고 학교 교정에서 촬영을 시도하려다 학교측의 저지로 계획이 무산됐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다.

학생측 지지자들은 미국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학생들이 실행했을 뿐이라며 학교측의 행위가 부당하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더구나 학교에서 문제로 삼은 티셔츠는 요즘 유행하는 문자 날염 티셔츠와 다를 바 없다며, 학교 당국의 조치는 종교에 대한 차별 행위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학교측 행위가 정당한 판단이라는 입장이다. 학교측이 종교와 사회의 구분을 중요시하는 미국 헌법을 적절히 적용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학교에서 특종 종교의 표현이나 행사를 두둔할 경우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종교적 표현을 허용해야 함으로 자칫하면 학교가 종교 갈등의 장터로 이용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 헌법 제정과 정부 수립에 종교의 교리를 응용했으면서도 종교와 국가의 구분을 강조함은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법정 선서식에서는 신(God)을 증인으로 맹세를 하며, 미국 국가에 대한 충성 맹세식(Pledge of Allegiance)에서도 신의 존재를 인정한다.

물론 선서식이나 충성 맹세식에 등장하는 신을 특종 종교의 신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으나, 기독교적 배경을 가지고 있었던 대부분의 미국 건국자들이 다른 종교의 신을 떠올리며 ‘God’이란 단어를 포함시켰을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중, 극단론자들은 UN에서 세계 유산물로 지정된 불상을 파괴시켰다. 그 불상은 UN에서 복구사업을 추진할 정도로 종교의 의미와 가치를 떠나 인류 문명사에 소중한 유산이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기간 중에 외국인들이 사찰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템플 스테이(Temple Stay)가 무척 인기 있었다고 한다. 외국인들은 이 행사를 통해 한국인의 의식과 역사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문화란 한 집단, 민족,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존중되고 통용되는 의식과 행위를 말한다. 문화와 종교의 밀접한 관계는 부인할 수 없다.

문화 성립과 승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언어를 분석해 보면 종교가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서양인이 며칠간의 사찰 경험을 토대로 한국을 경험했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종교적 차원에서보다 문화적 차원에서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유럽에 가면 종교와 관계없이 성당이나 교회 방문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문화 이해에 도움이 되기 때문으로 이와 유사한 사례다.

한국인이 인연을 소중히 여긴다고 하여 불교인으로 단정지을 수 없을 만큼 이런 행동과 가치관은 이미 오래 전 한국인의 관습으로 계승됐다. 마찬가지로 크리스마스 때 카드를 보내거나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를 했다고 해서 그 사람을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단지 한 사회의 지배적인 종교의 영향을 받아 그 사회에 성립된 전통 관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종교와 국가(Religion and State)를 판가름 할 때는 의도가 가장 큰 요소로 적용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인간은 가장 가까운 것에 민감하다는 사실이 반영되는 듯 하다.

기독교인이라 해도 한국인에 비해 서양인들이 불교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 않은 까닭은 신앙심의 정도 차이보다는 서양인들보다는 한국인에게 불교가 더 가깝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미국 정부나 학교 당국이 기독교 모임이나 백인중심 단체 설립에 더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미국사회 형성에 기독교와 백인의 영향력이 가장 컸기 때문일 것이다.

특정 종교의 교리를 바탕으로 국가를 설립했음에도 불구하고 종교가 사회문제로 둔갑하는 것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기이한 이중적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문의 (949)833-2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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