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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기윤실 '광야의 소리'] '두 날개'는 이제 그만

'표어(標語)'의 사전적 의미는 '의견이나 주장 등을 알리기 위하여 간결하게 표현한 짧은 어구'이다.

오늘날에는 표어보다 슬로건(slogan)이나 모토(motto)로 더 많이 표기되기도 하는데 간명함 속에 강렬함을 담고 있어 사람을 움직이는 유용한 도구가 된다.

교회도 이러한 표어의 중요성을 놓치지 않고 있는 곳 중의 하나이다. 문제는 그 표어가 대동소이, 판에 박은 듯 닮았다는 것이다. 교회나 목회자의 철학이 담겨있기보다는 좋은 말의 수집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보니 개성이 없이 밋밋하게 된다. 그럼에도, 유행성이 있는 교회의 표어는 이 시대의 교회가 추구하는 것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창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교회의 표어 중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이 "두 날개로 비상하는 교회"이다. 물론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내겐 여전히 불편한 표어이기도 하다. 그것은 이 표어가 현대교회의 '성장지상주의'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한국의 경우 지난 한 해 동안 경매에 붙여진 교회 건물이 모두 96건에 달한다고 한다. 그 중에 다음달 7일 경매에 부쳐질 판교신도시의 모 교회의 감정평가가 526억 원에 달해 예배당 건물로는 감정평가 사상 최고 금액을 경신해 화제가 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이것이 하나의 전조에 불과하다는 전망이다.

교회가 두 날개로 날려다 그만 날개가 부러져 추락한 형국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 땅의 많은 교회들은 '두 날개'로 날지 못해 아우성이다. 하지만, 교회가 두 날개로 그렇게 날기 위해서 성도 개개인은 하나님 앞에 하나의 인격이 아닌 부속품 내지 소모품으로 소모되고 있지는 않은가.

교회는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위해 죽기살기로 달려가는 곳이 아니다. 교회야 말로 '천천히', '느리게'라는 말이 어울리는 곳이다. 한 영혼 한 영혼을 살피며, 세상의 속도에서 뒤처진 사람들을 품으며, 더불어, 함께 그렇게 가야한다. 이웃의 아픔에 언제든지 발걸음을 멈추고, 성도들의 눈물과 신음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서도 교회는 결코 '두 날개로 비상'하고자 해서는 안 된다. 절망은 이리도 가까이 있는데 희망은 어디에 있는지 아직 보이지 않으니 우리는 주님 앞에서 무엇이라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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