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은 19세기 초, 스위스의 한 마을. 막이 오르면 마을 사람들이 등장하여 젊은 남녀의 약혼을 축하한다. 처녀는 물레방아간의 수양딸인 아미나, 그리고 상대는 이웃마을에 농지를 소유한 젊은 농부 엘비노다. 군중 속에서 다만 엘비노를 짝사랑하던 여관 주인 리사 만이 질투에 싸여있다. 엘비노가 공증인과 함께 등장하여 약혼문서에 서명을 마친 다음 아미나의 손에 약혼반지를 끼워준다.
그때 마침 요란한 채찍 소리와 함께 마차가 등장한다. 장교복을 입은 젊은이가 말에서 내려 동네 사람들에게 성채에 도착하기 위해 말들에게 먹이를 주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이미 너무 어두웠고 길이 험하다는 동네 사람들의 충고를 받아들여 그는 그 날 밤 여관에서 묵기로 결정한다. 사실은 그는 성채의 주인 로돌포 백작이었다. 그는 아미나에게 반해 수작을 건다. 엘비노는 신분 때문에 대놓고 항의는 못해도 속으로 못마땅해 한다. 방앗간 주인은 지금은 동네에 유령이 출몰하는 시간임으로 모두 집으로 돌아가라고 권한다. 사람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가면서 막이 내린다. 이것은 이탈리아 작곡가 벨리니(1801-1835)의 오페라 ‘몽유병 여인’(La Sonnambula)의 첫 장면이다.
제2막은 여관 내 로돌포의 침실이다. 주인 리사는 로돌포를 유혹하고 그도 그녀의 접근에 쉽게 응한다. 그 후 리사는 이제 동네 사람들이 그를 영주로 알아차렸기 때문에 곧 인사 들이려 몰려 올 것을 알려준다.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나자 리사는 옆방으로 숨는다. 잠시 후, 흰옷을 입은 아미나가 창문을 열고 그의 방에 들어온다. 로돌포는 그녀가 몽유병 상태에 있으며 이로 인해 동네 사람들이 유령이라는 미신을 믿게 되었음을 금새 깨닫는다. 그녀는 곧 이루어질 결혼식, 엘비노의 질투 같은 말을 주절거린 후 침대에 누워 수면을 계속한다. 마을 사람들이 로돌포를 찾아 그의 방에 들어가자 그들은 잠들어 있는 아미나를 발견한다. 한 편 리사는 한 손에 등불을 들고 엘비노를 데리고 들어와 잠든 아미나를 보여준다. 잠에서 깬 아미나는 어리둥절하다가 자신이 엘비노에게 의심을 받는 처지가 되었음을 깨닫는다. 엘비노는 그 자리에서 파혼을 선언한다. 아미나는 죄가 없음을 탄원하다가 실신한다.
제3막은 물레방아 앞의 마을이다. 그 사이 리사는 엘비노를 설득하여 결혼식을 올리려고 서둔다. 로돌포 백작은 엘비노에게 아미나는 몽유병자라면서 리사와의 결혼을 말린다. 그러나 엘비노는 몽유병이란 말조차 들어본 적이 없는 촌사람이었다. 그래서 그의 의심은 더욱 굳어만 간다.
물레 방아간 주인이 아미나가 지금 잠을 자고 있으니 조용해 달라고 그들에게 간청한다. 로돌포는 또 다시 엘비노에게 아미나의 결백함을 주장한다. 엘비노는 “누가 그것을 증명할 수 있어요?”라고 반문한다. “누구? 아미나 뿐이지. 저기를 봐요.”라고 로돌포가 흥분해서 소리지른다. 그 순간 아미나는 잠옷 바람에 램프를 한 손에 쥐고 방앗간에서 내려온다. 그녀는 물레방아에 연결된 낡아 위험하게 된 다리를 겁도 없이 건넌다. 그리고는 동네 사람들 앞으로 온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엘비노를 위해 기도한다. 동네 사람들이 감격해서 “아미나 만세”라고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 그녀 앞에는 엘비노가 서서 그녀에게 손을 내밀고 자신이 그동안 품어왔던 의심에 대해 용서를 빈다. 그리고는 그녀의 손을 잡고 결혼식을 위해 성당으로 향한다.
빈첸초 벨리니는 로시니, 도니제티와 함께 19세기 초 이탈리아 오페라를 대표하는 작곡가다. ‘몽유병 여인’은 1831년에 발표되었는데 이로 인해 그는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의 음악은 무엇보다도 아리아의 선율이 뛰어나게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34세로 요절했지만 ‘몽유병 여인’, ‘노르마’, ‘이 퓨리타니’ 등을 포함해서 7개의 오페라를 작곡했으며 다수의 걸작 성가 합창곡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