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와 할리우드의 만남] 레 미제라블
브로드웨이 공연중인 유일한 '세계 4대 뮤지컬'
2012년 톰 후퍼 감독 영화로도 전세계 흥행
민중의 이야기를 다뤄서일까. 이미 수십년 동안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는 점 자체가 작품을 보증한다. 더군다나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만나볼 수 있는 유일한 세계 4대 뮤지컬이 아니던가. (나머지 세 개는 캣츠 오페라의 유령 미스사이공이다.)
타이밍도 기가 막히다. 지난 2012년 톰 후퍼 감독이 영화로 리메이크한 '레 미제라블'은 휴 잭맨을 필두로 한 초호화 캐스팅을 앞세워 대중들의 인기를 얻었다. 또 뮤지컬 영화로는 처음으로 현장 녹음을 통해 사실적인 접근을 시도했으며 이에 따라 아카데미상에서도 앤 해서웨이가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는 등 3개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지금이야 뮤지컬과 영화가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사실 원작은 빅토르 위고가 1862년 쓴 소설이다. 캐릭터들을 통해 민중 봉기 가난 죄 구원 등 다소 무거운 사회적 주제를 작품 전반에 걸쳐 보여준다.
빵 한 조각을 훔치고 감옥으로 끌려간 장발장은 마리엘 주교의 용서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되나 법과 원칙에 엄격한 자베르 경감에게 끊임 없이 추격당한다.
원치 않게 임신해 얻은 딸 코제트를 기르기 위해 돈을 벌고 성매매까지 하게 되어 결국 병에 걸려 죽는 팡틴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을 얻지 못하는 에포닌 등 살아 숨 쉬는 각 캐릭터의 사연이 이 이야기를 지배한다.
◆뮤지컬 하이라이트=지난 2006년 리바이벌 이후 다시 브로드웨이로 돌아온 이번 레 미제라블에서는 다인종 캐스팅 미국식 발음 등 곳곳에 '미국화' 손길이 닿은 점이 돋보인다.
미국 관객들에게 조금은 더 익숙하게 다가가게 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또한 영화에서 아쉬운 부분이 '노래'였다면 뮤지컬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가슴이 뻥 뚫릴 듯한 가창력을 뿜어내 관객들의 기대를 200% 충족시킨다.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극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 가는 인물은 바로 장발장. 그래서 장발장 역할이 그 누구보다 중요한데 장발장 역을 연기하는 라민 카림루는 최고의 장발장 중 하나라는 평을 받는다.
웨스트엔드에서 장발장은 물론 '오페라의 유령'의 라울을 연기했고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러브 네어 다이즈'에서는 팬텀을 연기했다. 이번 브로드웨이 리바이벌 주연을 맡아 토니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카림루의 비결은 누가 뭐래도 '노래'다. '후 앰 아이(Who Am I)'를 부를 땐 웅장함으로 늙은 장발장이 부르는 '브링 힘 홈(Bring Him Home)'에서는 마음을 울리는 가성으로 공연 내내 에너지를 발산한다.
전체 배우가 목소리를 합해 부르는 '원 데이 모어(One Day More)'에서는 좌중을 압도하는 힘이 뿜어져 나오고 감초 역할을 하는 테나르디에 부부는 자칫 너무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에 웃음을 선사한다.
무대 기술 부문 또한 주목할만 하다. 이전 레 미제라블에서는 기술적 한계로 다 보여줄 수 없었던 장면들이 살아난 점이 눈에 띈다.
비록 그 유명한 '회전 무대'는 이번 브로드웨이 공연에서 볼 순 없지만 지난해 막을 내린 뮤지컬 '빅 피시'에서 기존 공식을 깬 프로젝션 기술로 흥미를 끌었던 '59프로덕션즈' 측이 이번에도 프로젝션을 맡아 사실감을 더했다.
프로젝션을 통해 입체감을 더한 장면으로는 자베르 경감이 다리 위에서 뛰어내려 자살하는 장면 장발장이 마리우스를 업고 긴 터널을 걸어가는 장면 등이다. 모두 시.공간적 한계가 뚜렷한 장면인데 이 한계를 뛰어넘어 무대 위에서 새롭게 실현시킨다.
◆영화 하이라이트=위에서 언급했듯 영화는 전세계적으로 흥행했으나 '노래'가 아쉬웠다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끌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생생한 감정 전달과 아름다운 화면이 아니었을 지.
우선 각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을 살펴보자. 장발장 역의 휴 잭맨 자베르 경감 역의 러셀 크로우 팡틴 역의 앤 해서웨이 코제트 역의 아만다 사이프리드 테나르디에 부인 역에 헬레나 본햄 카터 에포닌 역의 사만다 바크스 엥골라스 역의 애런 트바이트 등이다.
이 목록만 보아도 알 수 있듯 그야말로 초호화 캐스팅이다. 앤 해서웨이는 팡틴 역을 통해 아카데미상까지 얻으며 연기파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이미 뮤지컬 무대가 익숙한 휴 잭맨과 애런 트바이트는 노래와 연기 모두 완벽히 소화해 박수 갈채를 받았다.
영화의 가장 큰 하이라이트를 꼽자면 기존 뮤지컬영화의 전철을 밟지 않았다는 점. 기존에는 노래 녹음 따로 연기 따로 촬영해 둘을 모아 편집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면 톰 후퍼의 레 미제라블은 촬영 중 화면과 사운드를 같이 따내 현장감을 살렸다.
배우들은 연기에 집중하며 노래 감정을 그대로 실을 수 있어 좋았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관객들 또한 그 감정을 그대로 전달받은 것일까 영화는 전세계적으로 흥행하며 박스오피스 수익만 4억5000만 달러 이상 벌어들였다(제작비는 6100만 달러).
이주사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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