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나선 월드컵 무대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골키퍼 김승규(24)가 벨기에전 패배 속에서도 잇따른 선방으로 4년 뒤 월드컵에 대한 희망을 밝혔다. 김승규는 26일 브라질 월드컵 H조 최종전에서 벨기에와의 경기에 선발 출전, 팀의 0-1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상대의 슈팅을 잘 막아냈던 김승규는 후반 33분 얀 베르통언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내주고 말았다. 후반 33분 디보크 오리기의 중거리슛을 다이빙 캐치로 막았지만 쇄도했던 베르통언이 밀어 넣어 골을 허용했다. 패배에도 불구하고 이날 김승규의 활약은 빛이 났다. 전·후반 상대의 15개의 슈팅(유효 슈팅 10개)를 온 몸을 던져 막아냈다. 빠른 판단력에 이은 안정적인 펀칭으로 위기를 수차례 넘겼다.
전반 42분에는 멋진 다이빙으로 드리스 메르텐스의 원바운드 중거리 슈팅을 잡아냈다. 후반 종료 직전에도 에당 아자르의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감각적으로 막아냈다. 김승규의 가장 큰 장점인 동물적인 반사신경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1, 2차전에서 벤치를 지켰던 김승규는 정성룡에 비해 경험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24세의 어린 골키퍼는 수비진을 진두 지휘하면서 상대의 공격을 차분하게 막아냈다. 지난해 K리그 클래식에서 상대 공격수들의 슈팅을 모두 선방해내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특히 유럽의 강호 벨기에를 상대로 전혀 기죽지 않는 모습이었다. 경기 후 그는 "강팀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경기에 뛰어보니 별로 다른 점이 없었다. 내 실수로 골을 내줘서 아쉽다"고 고개를 숙였다.
아쉬움만 잔뜩 남긴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막판 김승규의 활약은 작은 위안거리가 됐다. 첫 월드컵에서 존재감을 남긴 김승규가 4년 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