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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진단] 한인교계 목회자 청빙 무엇이 문제인가…만약 예수라면 청빙 받을 수 있을까

한인교계 목사청빙 공고 줄이어
작은 교회도 이력서 수십장 보통
큰 교회 목사되려면 유명세 필수
뺏고 뺏기면서 갈등 조성되기도

기업의 인재채용영입 성격으로 변질
신학생도 공부보다 스펙 쌓기 안간힘


한인 교계가 '목회자 청빙'으로 분주한 전반기를 보냈다. 올해 초 부터 남가주 지역 한인교회들의 목회자 공석 사례가 많아지면서 청빙 공고가 수십 건에 이르렀다. 얼바인침례교회, 파사데나장로교회, 남가주서머나교회, 밸리중앙장로교회, 토렌스제일장로교회, 하늘샘교회, 호산나장로교회 등 30여 곳 이상의 크고 작은 한인교회가 목회자 청빙에 나선 바 있다. 이 중에는 투명한 과정 속에 청빙을 마무리한 교회도 있고 최종후보를 선정하고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교회도 있다.

청빙은 매우 복잡하고도 민감한 이슈다. 특히 갑작스런 청빙은 '게릴라 청빙', '목회자의 상향이동', '배려 없는 청빙', '목회 윤리' 등 각종 논란을 일으킨다. 청빙 과정에 상식과 교회 간의 상생의 정신이 필요한 이유다.

한인교계의 청빙 현실과 문제점 등을 알아봤다.

청빙의 숨은 현실

'자리'는 한정돼 있는데, 목회자는 넘쳐난다. 쉽게 말해 교계 구직 시장의 현실이다.

청빙 공고가 나가면 보통 수십 개의 이력서는 기본이다.

100여 명 미만의 미자립 교회인 호산나장로교회의 경우 최근 담임 목회자 청빙을 끝냈다.

이 교회 청빙위원회 관계자는 "무려 30여 개 이상의 이력서를 받았는데 청빙이 끝난 뒤에도 문의전화가 계속 걸려올 정도로 호응이 높았다"며 "공고를 내보니 사역지가 없는 목회자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대형교회의 사정은 다르다. 일단 청빙의 문이 매우 좁고 기준도 높다. 게다가 교계 내 인지도 같은 외적 요인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게 교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LA지역 대형교회에서 부목회자로 시무했던 한 목사는 "대형교회 담임목사가 되려면 학벌, 경력은 물론 인지도 면에서 소위 '급'이 맞아야 한다"며 "물론 설교나 여러 가지 부분도 고려하겠지만, '스타 목사'만 청빙하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작은 교회가 인지도 높은 목회자를 청빙한다거나, 유명한 목사가 소규모 교회로 옮겨가는 사례는 드물다.

청빙은 '투명성'이 우선

보통 청빙은 당회(장로들로 구성된 교회 내 최고 의결 기구)가 청빙위원회를 구성해 진행한다. 이후 공고를 내서 이력서를 받거나, 주변으로부터 추천도 받는다.

그동안 일부 교회의 청빙위원회 내 마찰 또는 다툼은 불투명한 청빙을 야기하고 목회자 부임 이후 논란의 여지를 남긴 사례가 많았다. 이에 따라 요즘은 각 교회가 투명성을 위해 장로뿐 아니라, 안수집사, 권사 등 교회 내 다양한 직분자로 청빙위원회를 구성한다.

지난해 담임 목사를 청빙했던 패서디나 지역 사랑의빛선교교회도 각 직분자로 구성된 위원회(12명)를 구성, 청빙 초기부터 다양한 의견수렴과 공정성을 확보했다.

당시 청빙위원장을 맡은 신석화 장로는 "올바른 청빙을 하려면 건강하고 투명한 청빙위원회 구성이 우선"이라며 "그 다음에 후보를 정한다는 것은 한쪽의 일방적 결정이 아닌, 상대 교회에 공식적으로 알리고 절차를 밟아 본격적인 청빙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부터 목회자 청빙에 나선 파사데나장로교회는 청빙위원회와 소속 교단(PCUSA)이 함께 청빙 작업을 진행해 모범 사례로 손꼽힌다. 한인 중심의 다민족 교회인 이 교회는 청빙위원회(7명) 중 2명이 타인종이다. 현재는 최종 후보를 선정하고 소속 교단의 지도 가운데 마무리 단계를 밟고 있다.

파사데나장로교회 김용산 청빙위원장은 "우리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교단 관계자가 매번 미팅에 참석, 교단이 정해놓은 청빙 수칙을 검토해가면서 원칙을 지켰다"며 "요즘 교계의 청빙 논란은 대부분 기본 원칙도 무시하고 각 교회가 '무조건 좋은 목사만 데리고 오면 된다'라는 개교회 중심의 이기주의가 원인"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인 청빙 조건

청빙의 기본 조건은 교회 또는 교단마다 약간씩의 차이는 있지만 대개 비슷하다.

주로 ▶정규 신학대학 졸업자 ▶정식 교단 목사 안수자 ▶목회 경력자 등이며 이민교계의 경우 이중언어 가능 여부가 조건에 포함된다. 하지만, 이는 대외적인 요소이며 현실적인 조건은 다소 차이가 있다는 게 교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LA한인교계 한 원로 목사는 "교계에도 실제 '라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청빙이 인맥을 통해 추천으로 이루어지는 부분도 있다"며 "요즘은 교회가 '성장'을 원하기 때문에 목회자의 매니지먼트 능력, 획기적인 사역 계획, 언변, 대형교회 시무 경험 등의 능력도 매우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 원로 목사는 "인맥도 없고 스펙도 없던 예수님이 만약 살아있다면 오늘날 청빙 리스트에는 절대로 올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목회자의 CEO적 능력과 경험이 암묵적으로 영향을 미치다 보니 신학생 사이에서도 '스펙 쌓기'가 중요해졌다. 이는 사역자의 이동이 대개 '상향'으로 향하는 것과 연관된다.

고든콘웰신학교를 졸업한 이모 씨는 "요즘 신학생들이 대형 교회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이유는 나중에 교회 개척시 큰 교회 사역 경력이 간판이 될 수 있고, 그곳에서 인지도를 높이면 청빙을 받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라며 "지금의 교계 구조는 '스펙'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신학생이 순수하게 복음의 열정만 갖고 사역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교계의 구조적 모순

청빙 논란은 교계의 구조적 모순이 빚어낸 결과라는 게 중론이다.

교회론의 부재, 목회자의 세속화, 스타 목사만 원하는 교인 등 각종 원인이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있다. 특히 부목사 급이 아닌 상대 교회의 담임 목회자를 청빙하는 경우에는 논란이 커진다. 이는 의미상 '청빙(청하여 부른다)' 보다는 '빼내온다'라는 인식을 주기 때문이다. 논란 방지를 위해 청빙이 물밑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교계의 패턴을 보면 청빙하는 교회가 상대 교회를 배제한 채 목회자 개인에게 제의를 한다. 해당 목회자는 결정을 내린 다음 소속 교회에 청빙 사실을 알린다. 그쯤되면 소속교회와 청빙을 두고 논의한다기 보다, 사직서를 내는 '통보'의 순서로 봐야 한다. 교인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목사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토런스 지역에서 교회를 다니는 김정현(33)씨는 "투명한 과정속에 '기도하며 결정했다'고 말하겠지만, 그렇게 투명했다면 목사를 갑자기 뺏긴 상대 교회는 왜 당혹감과 충격에 빠지겠는가"라며 "요즘은 마무리도 없이 급히 떠나는 목사들을 보면 정말 하나님의 뜻일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교계내에서 '부흥'의 의미가 왜곡된 결과로 소위 '성공'이 좋은 목회자의 조건이 되다 보니 청빙이 '영입' 또는 '채용'으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있다.

하나님의꿈의교회 권태산 목사는 "근본 원인은 복음이 사라졌기 때문이며 더 이상 교회나 목사들이 성경의 원리를 따르지 않는다"며 "예수가 핏값으로 산 교회 공동체의 개념을 바르게 이해하고 있다면 그런 식으로 청빙을 할 수도, 목사가 그렇게 갑자기 떠나버릴 수도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장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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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교계 끊이지 않는 청빙 논란…
목사 빼내기 풍조 번져, 한국선 반박 성명서도


한인교계의 청빙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실제 지난 수년간 한인교계에서는 갑작스런 청빙 소식에 각 교회들이 혼란 또는 당혹감에 휩싸이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 바 있다.

주요 청빙 논란으로는 ▶김한요 목사(세리토스장로교회-베델한인교회) ▶노창수 목사(워싱턴중앙장로교회-남가주사랑의교회) ▶김승욱 목사(남가주사랑의교회-할렐루야 교회) ▶박규성 목사(퀸즈장로교회-세리토스장로교회) ▶김성국 목사(혜천대학교회-퀸즈장로교회) ▶권혁빈 목사(어바인온누리교회-나성영락교회·수락 번복) ▶최혁 목사(세계비전교회-주안에교회·교회 통합) 등이 있다.

심지어 한인교계의 청빙 논란은 한국에까지 번진 적이 있다.

지난해 8월 뉴욕의 퀸즈장로교회가 담임 목사 사임 뒤 불과 일주일만에 한국 혜천대학교회의 목사를 후임으로 결정하자 급기야 혜천대학교회측이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며 성명서까지 발표했다.

최근에는 한국포항중앙교회가 남가주동신교회 손병렬 목사에 대한 청빙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LA지역에서 사역중인 한 목회자는 “논란이 된 목사들이 저마다 개인 사정 때문에 나름 억울한 부분도 있겠지만 일단 목사는 교회 공동체 소속이며, 양떼(교인)를 배려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제의를 받았으면 가장 먼저 소속 교회에 얘기해서 상의하고 결정권을 당회와 교인들에게 줘서 목회자는 교회의 결정을 따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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