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퍼이스트 시대 막 내리는 휘트니뮤지엄, 제프 쿤스
초기 플라스틱 작품부터 지금의 '벌룬 독'까지
박물관 2~4층서 오는 10월 19일까지 이어져
이사를 앞둔 뮤지엄은 마지막 전시의 주인공으로 '현대미술의 악동' 제프 쿤스를 골랐다. 뮤지엄 측은 개인전 통산 역대 최고 규모로 준비하고 역대 최고 금액을 들였다.
뒤샹과 워홀의 후예라 불리는 쿤스. 그는 철과 알루미늄 도자기 등을 이용해 '진짜보다 더 진짜같은' 작품들을 통해 이 시대의 '가장 비싼' 작가 중 한 명으로 군림했다.
2012년 크리스티경매에서는 그의 작품 '튤립(Tulips)'이 3368만 달러가 넘는 가격에 거래돼 기록을 세웠으며 최근 소더비 경매에서도 그의 작품 '뽀빠이'가 2820만 달러에 판매됐다.
제프 쿤스의 작품을 뉴욕 뮤지엄에서 대대적으로 모아 전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제프 쿤스의 작품 150여 점을 1978년 초기작부터 현재까지 시기별로 나눠 층별로 전시했다.
2층부터 출발해 4층까지 올라가며 차례대로 감상하면 그의 작품이 변해가는 모습을 한 눈에 꿰뚫어볼 수 있다. 전시는 오는 10월 19일까지 이어지며 이후에는 파리 퐁피두센터로 자리를 옮겨 11월부터 내년 4월까지 선보인다.
이번 전시를 마지막으로 휘트니뮤지엄은 75스트릿을 떠나 다운타운 미트패킹디스트릭으로 이동 오는 2015년 봄에 새 건물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2층-'플라스틱'에서 출발
제프 쿤스는 1955년 펜실베이니아에서 태어났다. 볼티모어에 있는 매릴랜드인스티튜트칼리지오브아트와 시카고스쿨오브아트인스티튜트에서 공부한 쿤스는 화가의 꿈을 안고 76년 뉴욕땅을 밟았다.
처음 뉴욕에 와서 그가 얻은 일자리는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멤버십을 소개하는 판매원. 살바도르 달리를 존경하던 젊은 아티스트는 그 곳에서 일하며 본 뒤샹의 개념미술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 활동에 매진했다.
그의 초기 작품은 그가 살던 이스트빌리지 인근에서 구한 플라스틱 꽃 토끼 인형 등이다. '인플래터블(Inflatable)' 시리즈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런 소재들을 전시장으로 옮겨 와 거울 등을 설치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것.
이렇게 뉴욕에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는 80년 뉴뮤지엄(New Museum)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더 뉴(The New)'라고 이름 붙인 이 시리즈는 형광등 위에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청소기를 얹은 작품들로 구성돼 있다.
그를 '눈에 띄는 작가'로 급부상시킨 시리즈는 '에퀼리브리엄(Equilibrium)'. 수조에 농구공을 띄워 고정시킨 작품 브론즈로 만든 구명조끼와 보트 등을 등장시킨 이 작품 시리즈 이후 쿤스는 뉴욕.LA.시카고 등을 돌면서 개인전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물이 가득 찬 수조에 농구공을 넣고 정확히 정중앙에 고정시킨 작품은 미술과 화학.물리학의 만남이 일궈낸 작품.
3층-현대미술계의 악동
쿤스는 91년 이탈리안 포르노 배우 출신으로 이탈리아 국회의원까지 지낸 치치올리나(Cicciolina)와 결혼했다. 잡지에서 그녀의 사진을 본 쿤스는 바로 로마로 날아가 포르노 영화 촬영 현장을 방문해 합작을 제안했다.
그녀를 만나 탄생한 시리즈가 '메이드 인 해븐(Made in Heaven)'이다. 포르노그래피를 방불케 하는 외설적인 그림과 조각품들로 구성된 이 시리즈의 그림 속 주인공은 쿤스 본인과 치치올리나다.
이번 전시에는 당시 쿤스가 휘트니뮤지엄의 의뢰를 받아 그린 그림과 일부 조각품을 공개해놓았다.
작품들이 처음 공개되던 90년 베니스 비엔날레 직후 쿤스의 사생활과 작품은 동시에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결혼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으며 이혼 후 둘 사이에서 난 아들을 놓고 긴 시간동안 양육권 분쟁이 이어졌다.
4층-장인정신의 완성
2층에 마련된 제프 쿤스의 초기작부터 감상하며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는 그의 장인정신이 빚어낸 결과물들을 그저 '즐길' 차례다. 지금의 쿤스를 대표하는 작품들인만큼 화려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그의 초기 작품들이 공기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인형이었다면 지금은 알루미늄이나 철을 재료로 해 공기 주입 모형을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진짜 철인지 만져서 확인해보고 싶을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작품들이다.
긴 풍선을 꼬아 만든 강아지 모형을 본 떠 이를 철로 만든 그의 대표작 '벌룬 독(Balloon Dog)' 역시 4층에서 마주하게 된다.
지난 20년 동안 작업해온 것으로 알려진 그의 최근작 '플레이도(Play-Doh)' 또한 만나볼 수 있다.
어린 아이들이 사랑하는 플레이도를 대형 조각품으로 만들어낸 것. 언제나 그렇듯 재질은 진짜 플레이도와는 사뭇 다른 '알루미늄'이다. 알루미늄이라는 것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찰흙의 질감과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
최근 그가 작업중인 시리즈 '앤티퀴티(Antiquity.고대 유물)' 작품들도 전시돼 있다. 주로 그리스 로마 시대 유물들을 철로 만들어낸 것들. 푸른 '메탈릭 비너스'가 대표작이다.
2000년대에 들어 쿤스는 작품 활동의 영역을 넓혀 영화 감독 구스 반 산트 패션디자이너 스텔라 맥카트니 팝스타 레이디가가 자동차 브랜드 BMW 등과 함께 작업했다.
이 콜라보레이션은 이번 전시의 스폰서인 패션브랜드 H&M과도 이어져 H&M에서 제프 쿤스의 '벌룬 독(Balloon Dog)'이 그려진 클러치가 17일부터 한정 판매되고 있다.
H&M은 17일 새로 오픈한 5애브뉴(48스트릿) 맨해튼 플래그십 스토어 외관을 제프 쿤스 작품 이미지로 꾸미는 등 미술과 패션의 합작을 선보이고 있다.
제프 쿤스의 또 다른 대형 조각품 '스플릿 로커(Split-Rocker)'는 오는 9월 12일까지 록펠러센터에서 전시된다. 37피트 높이의 이 조각상은 꽃 5만여 송이로 뒤덮인 작품. whitney.org
이주사랑 기자 [email protected]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