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쯤 일이다. 그날 아침 출근길은 유난히 덕우드의 햐얀 꽃이 만발해 눈이 부실 정도였다. 그날 아침 20대 초반 두 남녀가 병원에 왔는데, 치아 미백을 원한다고 했다. 매우 다정해 보이는 연인들이 함께 치아미백을 한다길래 무슨 이유인지 물었더니 “오늘이 데이트 한지 100일째인데 치아미백으로 함께 해서 기념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신선한 감동을 받았다. 백일과 미백, 백일의 ‘백’이 ‘일백 백’이 아니라 ‘흰 백’으로 해석한 것이다. 글들의 교제 100일 기념 이벤트가 맑고 순수해 보였다. 필자도 “두사람의 순결한 사랑과 우정이 세월이 지나도 퇴색되지 않고 언제나 순백색으로 유지되기를 기도한다”고 기도했다. 혹시 그 두사람이 이 칼럼을 읽게 된다면 저를 꼭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요즘처럼 치아 미백에 대한 광고가 많은 때도 없다. 누구나 환하고 빛나는 하얀(bright white) 치아를 원한다. 하얗고 가지런한 치아는 상대에게 호감을 주고, 또한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치과 병원에서 하든, 집에서 하든 미백의 원리는 마찬가지인데, 중요한 것은 내부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미백제는 보통 과산화수소(Carbamide Peroxide)가 주성분인데, 이 미백제가 치아와 접촉할 때, 오랫동안 담배·차·커피, 그리고 음식색소에 의해 누렇게 변한 이의 색깔에 변화가 일어난다. 그 변화의 원리를 학문적으로 표현하면, 산화제인 H2O2가 이온화되어 만들어진 자유기(free radical)들이, 치아의 표면성분인 에나멜질(법랑질)과 내부 성분인 상아질(Dentin)의 유기질에 침투하여 치아변색의 원인인 유기물질과 결합하여 색소물질을 산화시키고 유색소를 무색소인 작은 입자로 파괴시키며 표백이 일어나는 것이다.
혹시 영어가 편한 독자를 위해 위키피디아 백과사전 내용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The oxidizing agent penetrates the porosities in the rod-like crystal structure of enamel and oxidizes interprismatic stain deposits; over a period of time, the dentin layer, lying underneath the enamel, is also bleached.”
나는 이 치아미백의 원리와 진행과정에서 한가지 삶의 교훈을 찾았다. 미백은 마치 사람이 변화되는 경험을 상징하는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이 누군가와 접촉하면, 그것이 문학이나, 종교나, 예술이든 상관없이 그 깊은 정신적인 감동이 그를 사로잡게 된다. 그 매력에 흠뻑 취하게 되면 시간이 흐르면서 그 사람의 사상과 행동을 바꾸어 놓는다. 중요한 것은 접촉(Contact)이 있어야 하고, 그 접촉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세상에는 수많은 접촉이 있지만, 치아가 미백제와 만났을 때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듯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진정한 도를 만날 때 인생이 변화된다.
치아는 에나멜(법랑질)과 덴틴(상아질)을 가지고 있는데, 미백은 이 두곳에서 변화가 일어날 때 가능한 것처럼 사람에게서도 외적, 내적 변화가 같이 일어날 때 겉과 속이 같은 모습을 유지하게 된다.
이것이 너무 대조적으로 구분 될 때 성서는 ‘회칠한 무덤’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겉만 하얗게 칠해 아름답게 보이지만, 속에는 부패와 사망이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다. 외적 장식과 치장에는 굉장한 에너지를 쏟아붓지만,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고 유지하는 일은 소홀히 하는 경우이다. 이처럼 내면과 외면을 멋있게 단장하는 일은 아주 값진 일이다.
약 2주전 제 환자중의 하나인 김선생님이 저에게 선물을 주셨다. 도법 스님이 쓴 생명평화 순례기 ‘사람의 길’이란 책인데 당신의 처남이 쓴 것이라 했다. 그 중의 한 대목을 소개하고 싶다.
“오늘에 안주하면 오늘을 지켜내지 못합니다. 머물지 않음이 결국 한자리에 머무는 것입니다. 날마다 마음을 닦지 않으면 그 자리에 탐욕, 분노, 어리석음이 자라납니다.”
꾸준히 미백제를 사용하듯, 내 속에 귀한 진리가 들어와 나를 지켜내고, 매일 어리석음, 탐욕, 분노 대신 평화, 이웃사랑, 감사의 미백된 마음이 지속됨을 의미하는 듯 하다.
그리고 일주일 후 다시 두 남녀가 왔을 때에는 그들의 치아가 훨씬 더 하얗게 변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치아 미백을 위해 찾아온 두 연인을 기억하며, 나도 때묻은 속내를 씻어내고 미백된 겉과 속이 잘 조화된 인간이 되고 싶다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