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스토리] 와인과 빈티지(Vintage)
배문경 / 법무법인 김앤배·공동대표변호사·GL 와인클럽 회장
와인은 사랑하는 사람과 인생을 이야기하는 아름다운 순간에 어울리는 술이다. 와인은 햇볕과 바람과 비를 품어안은 술이고 그 해에 수확되는 포도로 만들어지기에 그 어떤 와인도 똑같이 두 번 만들어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와인은 알면 알수록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가슴이 콩닥콩닥 설레는 첫 사랑처럼 매력적이다. '당신의 사람이라고 생각할 때 가장 행복해지고 한없이 편안해진답니다'라는 고백에도 적당하다. 어떤 와인은 폭발할 듯한 열정을 담고 있기도 하다.
소주와 맥주를 주로 마시는 한국의 주류 문화에서는 아직도 와인이 일상화되지 못했다. 알지도 못하는 수백 개의 와인 종류와 산지들 이름은 물론 생긴 것도 똑같은 것 같은데 천차만별인 가격표들 때문에 와인 고르기가 힘들다.
20년간 와인을 접한 나도 눈앞에 와인리스트가 다가오면 아직도 긴장되기는 마찬가지다. 아마도 대부분의 한국 사람이 비슷할 것이다 와인리스트만 바라보며 고민을 거듭하다 가격만을 기준으로 골라 '엉뚱한 와인'을 마시는 경우도 많다.
4년 전쯤 나는 크루즈 여행에서 저녁식사를 하다가 우연히 와인 한 병을 주문했는데 한 모금을 입에 담는 순간 매료돼 여행내내 그 와인만 마신 적이 있다. 그 맛을 잊을 수 없던 나는 와인 이름을 적어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온라인으로 주문했고 매일 설레이며 기다렸다.
며칠 뒤 그 와인이 도착했고 나는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와인을 열었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던 맛과 너무나도 달랐다. 분명히 똑같은 와인인데 맛이 너무나도 달라서 소믈리에로 있는 내 친구에게 물었다.
문제는 의외로 간단했다. 내가 크루즈에서 마셨던 와인은 2005년산 버건디(Burgundy)였고 돌아와서 내가 직접 주문했던 와인은 2007년산 버건디였던 것이다.
2005년산보다 35% 정도 싼 2007년산을 구입하면서 '비슷하겠지'라고 생각한 것은 큰 오산이었다. 같은 산지 같은 포도 같은 회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맛이 그렇게 달랐던 이유는 바로 '빈티지(Vintage 생산 연도)' 때문이었다.
그럼 와인의 생산 연도는 어떻게 측정할까. 포도를 수확한 해를 기준으로 한다. 지역별로 그 해 포도가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자라서 수확됐는지를 보고 전문가들이 평가한다.
그래서 와인을 고를 때 빈티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으며 생산 연도로 와인을 고를 때 와인 전문가들이 평가한 점수를 기억하고 있으면 비교적 쉽게 선택할 수 있다.
우리가 자주 찾는 와인 산지의 최근 좋은 빈티지를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보았다(*는 매우 좋은 해).
California(Napa Valley Alexander Valley)-2005*/ 2006/ 2007*/ 2008
Italy(Piedmont Tuscany)- 2006*/ 2008/ 2009*/ 2010*/ 2011
France (BordeauxBurgundy)-2005*/ 2008/ 2009*/ 2010*
와인은 음식의 맛을 배가시키기 위해 곁들이는 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와인 2가지를 추천한다. 요즘 같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할 때에는 'Bandol Rose(2010.사진 오른쪽)' 가 제격이다. 가격은 40달러대로 해산물은 물론 햄버거와 카레와 함께 하면 더욱 훌륭하다.
차갑게 보관해 먹는다면 미네랄이 진하고 강하게 어필될 것이다. 또 레드와인으로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서 소개됐던 'Clos du Val(2007.사진 왼쪽)' 을 추천하고 싶다.
가격대는 20불대로 저렴한 편이며 갈비나 스테이크와 궁합이 맞고 과일향과 우아한 맛 들꽃 같은 거친 맛과 검은 딸기쨈 같은 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와인이다.
개인적인 취향이나 견해에 따라 와인을 달리 먹을 수 있겠지만 빈티지 표를 활용해 와인을 선택하고 정겨운 사람들과 사랑과 낭만.꿈.열정 등 우리에게서 비늘처럼 떨어져 나갔던 단어들을 다시 떠올려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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