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생가가 있는 본은 아주 아담한 도시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한번쯤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도착해서 알고보니 마침 클라우스씨의 생일이었다. 클라우스씨는 “오늘 저녁은 본에서 제일가는 요리사가 준비하는 요리를 맛볼 수 있을 것”이라며 자랑을 했다.
주택가에 있는 큰 저택에 자리잡은 ‘포리씨모(Forissimo)’레스토랑에는 몇개의 방에 테이블이 나누어져 있었다. 실내 분위기가 아늑하면서도 테이블 장식이 아주 세련돼 보였다. 메뉴를 고르는 동안 주방장이 맛보기 메뉴를 내놓겠다고 했다.
첫코스로 나온 것은 ‘비텔로 토나토(Vitello Tonnato)’. 얇게 저민 송아지 고기를 펴서 놓고 가운데에 투나소스와 케이퍼(서양풍조목 꽃봉오리의 초절임)가 곁들여 나왔다. 약간 불그스름한 고기가 어찌나 연한지 부드러운 소스와 새콤한 케이퍼가 너무나 잘 어울렸다. 이 요리는 남편이 무척 좋아하는 메뉴지만 가격이 비싸서 어쩌다 한번 정도 맛보곤 한다.
두번째로는 ‘트러플(Truffle)’이라는 울퉁불퉁하게 생긴 아주 귀한 버섯이 들어간 ‘라비올리’가 나왔다. 크림을 아주 조금 넣었기 때문인지 하나도 느끼하지 않고 고소한 맛만 강조 했다. 재주있는 요리사의 실력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세번째 메인코스로는 피레네산에서 온 양고기 안심을 사용했다고 주방장이 강조하는 구운 양고기였다. 다진 파슬리를 입혀 겉만 바삭거리게 구운 고기에 약간의 감자그라탕과 멋잇게 장식한 색깔있는 야채가 테이블 위에 놓여졌다. 로즈마리 향신료를 가미한 연한고기가 바삭거리는 파슬리와 함께 입안을 즐겁게 했다. 정말 빈틈없이 잘만든 요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 몇쪽의 치즈에 포도 몇알이 함께 나왔으나 디저트를 맛보기 위해 사양했다. 디저트로는 ‘티라미수(Tiramisu)’한쪽에 아이스크림 그리고 과일이 나왔다. 역시 치즈를 사양한 보람이 있었다. 멋진 식사를 끝내고 나오면서 보니 주인이자 주방장인 삐에트로 로비숑씨가 자신과 함께 찍은 사진을 벽에 걸고 있었다. 식당벽에는 여러나라의 정치인과 유명인사들의 사진이 즐비했다.
포리씨모는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그냥 찾아 올 곳이 아니라 클라우스씨가 자랑한대로 본에서 손꼽히는 최고급 레스토랑임이 느껴졌다. 요리전문가 김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