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뉴욕산악회 아마다브람 등반기(5)

New York

2004.01.28 14:49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기사 공유
아마다브람은 1961년 에베레스트를 최초로 오른 에드먼드 힐라리경의 지휘아래 영국의 마이클 와드, 뉴질랜드의 마이클 질·윌리 로만스, 미국인 배리 비숍에 의하여 처음으로 정복 됐다. 여성으로는 미국의 수 질러가 1982년 남서릉 루트로 처음 정상에 오르는 쾌거를 이룩했다. 등반후 그녀는 “거의 완벽한 산의 거의 완벽한 등정”이라 자평했다.



박문성 단장



◇11월4일

고소 적응과 계획의 재점검 및 전진 캠프용 식량 재포장 등 할 일이 많은 하루다.

일도 많았지만 등반대가 베이스캠프를 떠나지 않은 또 하나의 이유는 스님이 오늘은 일진이 나쁜 날이라 움직이지 말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셀파들은 스님의 말에 절대적으로 복종할 정도로 신앙심이 깊으며 경건한 예식 전에는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몸을 한번 움직일 때마다 숨이 차온다. 화장실로 가는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급한 마음과는 달리 발과 몸이 빨리 움직여지지 않는다. 오후에는 각 캠프별로 식량을 재포장했다. 이종관 대원의 능숙한 몸놀림에 그의 경험을 짐작할수 있다. 등반대마다 능숙한 말솜씨와 타고난 친화력으로 ‘분위기 메이커’ 역활을 하는 대원이 항상 있다. 언제나 호기심 많고 사물에 대한 관찰력이 유별한 이림 대원은 넓은 베이스캠프을 돌아다니며 다른 등반대로부터 유익한 정보를 수집해 온다.

참으로 별이 많은 밤하늘, 쏟아지는 별들과 찬 공기 속으로 보이는 공간은 유리알처럼 맑다. 지난 일년 동안의 훈련과 준비과정이 주마등 처럼 지나간다. 앞으로 있을 정상 등정에 대한 수많은 토론과 의견수렴, 현지에서의 준비가 끊이지 않는 아마다브람 베이스 캠프는 또 다른 시작인 내일을 위해 차분한 밤을 맞으며 깊어갔다.

◇11월5일

해발 4천6백m인 베이스캠프에서 5천5백m인 전진베이스캠프로 왕복 훈련을 실시하는 날이다. 아침 7시 ‘티 타임(Tea time)’ 이란 구호에 기상을 했다. 해발 5백6백m에 있는 굴속에서 수도하는 고승을 초청해 2시간에 걸친 ‘부자(시산제 및 산신제)’를 지낸 후 가벼운 차림으로 전진베이스캠프를 향해 떠났다. 이곳에서는 거리나 높이를 눈대중 만으로는 가늠 할 수가 없다.

전진베이스캠프는 아마다브람 등반에서 첫번째 관문이다. 대원들마다 고소적응과 운행속도가 달라진다. 에베레스트의 경우 3마일정도의 등반길이에 약 7백m가량 고도를 높이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곳 아마다브람은 베이스캠프에서 5마일정도의 등반길이에 캠프1 까지 1천2백m를 높여야 하기 때문에 전진베이스캠프 설치가 필요하다. 급경사의 초원지대를 지나 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설사면이 시작되고 가파른 주능선이 나타난다. 약 2시간 정도 걷다보면 무수한 돌밭위에 전진베이스캠프가 있다. 이날 등반에서 고소적응이 안되는 대원은 도중에 베이스캠프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전진베이스캠프에서 본 캠프1 은 새까만 바위 절벽위에 험악하게 들어서 더러는 어떻게 저걸 오르나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였다.

◇11월6일

캠프1 까지 왕복 고소 훈련을 실시했다. 어제의 고소 적응 효과인지 많은 대원들의 발걸음이 가볍다. 이영근 대원과 이세권 대원은 심한 고소증세를 보여 전진베이스캠프 부근에서 되돌아갔다. 남은대원들은 캠프1 이 보이는 지점에서 심한 바람을 맞아 고전하다 되돌아 서야했다.

◇11월7일

휴식일이다. 셀파 대장인 왕초우는 남체로 베이스캠프 설치 보고차 내려갔다. 루크라로 갔던 포터 파르밧은 트랙킹 팀인 박수자·박재순·이문석 대원이 본대와 합류를 위하여 루크라에 도착 남체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을 가지고 왔다. 심한 고소증세로 고생하던 이세권 대원은 포터 한명과 함께 하산하기로 결정, 아쉬운 작별을 했다.

◇11월8일

전진베이스캠프를 지나 거대한 바위들이 많은 ‘너덜지대’에 들어선다. 발걸음도 무겁고 호흡도 가빠진다. 뒷머리쪽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은 고통스러운 호흡조절과 함께 행동의 폭을 더욱 좁게 만든다. 거대한 너덜지대는 수억년전 지구의 냉각시기 이전에 용암의 엷은층이 덮혀있던 바다밑이었다고 한다. 그 바닥이 수천m 높이로 융기되는 과정에서 이 일대 전체를 크고 작은돌로 덮히게 했다는 것이다.

너덜지대는 등반대원들에게는 가장 조심해야 할 구간중 하나다. 자칫 바위틈새로 발이 빠져 발목을 다칠 경우 등반을 포기해야하기 때문이다. 지독한 너덜지대를 통과하자 높이 1백50m 정도의 가파른 경사면이 나왔다. 설치된 고정로프에 어센더(줄을 잡고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고안된 등반 장비)를 사용해 통과했다. 아마다브람은 돌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서벽은 거의 검회색의 암벽이고 남벽의 대부분도 암벽으로 돼 있다. 그 끝면에 텐트를 쳤다.

너덜지대의 급사면에 쳐놓은 텐트이기 때문에 한밤중 텐트간 이동시나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면 상당히 위험하다. 줄을 몸에 묶고 있지만 강풍에 몸이 날려가거나 발을 헛디딜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드디어 해발 5천8백m에 위치한 캠프1 에 도착했다. 갑자기 그동안 최고의 컨디션을 보이던 강용순 대원이 심한 고소 증세를 보이는 등 8명의 대원 모두가 긴장하고 있다. 고소 증세에 필요한 투약과 보온을 한 결과 상태가 호전되는 것 같다. 베이스캠프 매니저인 이영근 대원에게 무선으로 연락, 긴급시 구조팀 준비를 부탁했다. 고산병은 복병과 같아서 언제 누구에게 올지 모른다. 머리와 체온을 잘 유지하고 물을 많이 마시는 방법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11월9일

새벽 4시30분기상, 7시30분 캠프1을 출발 해발 6천1백m의 캠프2로 향했다. 밤새 걱정했던 강용순 대원의 상태가 많이 호전 됐다. 캠프1에서 1시간30여분 올라가면 칼날같은 능선이 나오고 2시간정도 더 가면 25m 높이의 ‘엘로우 타워’가 나온다. 캠프2까지의 등반 중 가장 어려운 구간인 ‘엘로우 타워’는 90도에 가까운 직벽으로 그 아래는 깊이가 2천m를 넘는 낭떨어지다. 등반대는 정상 도전시 사용할 동계용 방한 등산화와 아이젠을 캠프2에 가져다 놓고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길에 급경사 구간에는 새 고정자일을 설치하기로 했다. 이림 대원이 체력 저하를 보이고 있다. 캠프1에 도착, 간단한 요기후, 베이스캠프로 향했다. 전진베이스캠프를 지나서 얼마되지 않아 해가 지고 밤안개와 바람이 심해 진다. 임석진 대원도 체력 저하가 보였다. 오후 8시경 어둠을 뚫고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김주천 대원이 산등성이까지 마중을 나왔다. 캠프에서 안나푸르나 트랙킹팀이었던 3명을 만나 정겹게 인사를 했다. 주방장이 닭백숙을 준비해 놨다. 이날 밤에는 식당텐트에서 끊이지 않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계속>

정리〓최은무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