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파파'를 외치는 소리가 한국 땅을 진동시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는 곳마다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교황은 겸손했다. 낮은 자리에 섰다. 교황의 이런 언행을 보며 '교황(敎皇)'이라는 호칭이 합당치 않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인터넷 매체에서는 벌써 '교종(敎宗)'이라는 호칭을 쓰고도 있다. '교황'이라는 명칭에는 '황제'같은 권위주의적 의미가 풍기기 때문이다.
교황의 칭호는 '포프·pope'(라틴어 papa)이다. 그 유래는 그리스어 '아버지'란 뜻인 'papa'에서 왔다. 기독교 역사에 보면 처음에는 사제, 주교 등도 포프라고 불렀다. 그러다가 로마의 주교만을 '교황(pope)'이라고 호칭하는 것이 공식화된 것은 그레고리오 7세 이후부터다.
중국에서는 교황을 교종으로, 일본에서는 불교적 용어인 '법왕'으로 불렀다. 일부 보수적인 일본 언론매체들은 아직도 법왕이라는 명칭을 쓰고 있는데 그것은 '천황'에게만 '황제' 칭호를 사용해야 된다는 발상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대부분 교황이란 칭호 사용이 보편화됐다. 한국에서도 처음에는 교종 또는 법왕이란 용어를 썼었다. 그러나 지금은 가톨릭 측의 홍보로 교황 호칭이 정착돼 가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오히려 가톨릭 일부에서 교황 호칭을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람이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다. 2013년 3월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경축 미사가 명동성당에서 개최되었을 때 그는 강론에서 교황이라는 용어 대신 교종이라는 칭호를 사용했다. 과거 전례위원장 재직 시절에도 그는 교종 호칭을 쓰자고 주장한 바 있다.
세계 역사에서 교황이라는 호칭이 아주 걸맞은 시대가 있었다. 중세 시대다. 그때 교황은 각국의 왕보다 상위의 위치에 있는 막강한 권력자였다. 왕들도 교황의 인준을 받아야 즉위할 수 있었다. 가히 황제급이었다.
그렇지만 현재 교황의 위치는 서방교회 즉 로마카톨릭 교회라는 한 종단의 수장을 뜻한다. 물론 바티칸 시(市)국의 수반이라고는 하지만 바티칸시는 명칭만 '시국(市國)'이지 0.44 km2의 면적에 인구 800여 명 정도의 작은 규모다.
가톨릭 교회에서는 최초의 제1대 교황을 예수의 수제자 베드로라고 하며 교황은 바로 베드로의 후계자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베드로는 '교황'이란 호칭으로 불린 적도 없고, 당시 초대 교회에는 교회의 수장 같은 직책은 없었다.
이런 여러 가지 전후관계를 살펴볼 때 교황이라고 호칭하는 것은 적합한 것이 아니다. '포프'라는 어휘의 '아버지'라는 뜻을 살린다면, (초기교회의 '교부(敎父)'와 혼동이 될 수는 있지만) 차라리 '교부'라는 호칭으로 부르는 것이 합당치 않을까? 가난과 청빈을 강조하고 항상 낮은 자리를 찾아가는 프란치스코 교황도 권위적인 칭호를 원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