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쿠버 올림픽 쇼트트랙 은메달 리스트 성시백(27)이 미국에서 제 2의 인생을 시작한다. 올해 플로리다주립대학 스포츠 심리학 박사과정에 입학해 학자란 새로운 꿈을 품으면서다. 25일 첫 수업을 앞둔 성시백은 "인생의 또다른 큰 도전이 시작됐다. 쉽지 않겠지만 더 큰 꿈이 있기에 설렌다"며 기대했다.
선수 시절 등장은 화려했다. 성시백은 경기고 재학 시절부터 국가대표로 발탁되며 유망주로 떠올랐다. 특히 2007 토리노 동계 유니버시아드에서 전종목 석권(5관왕)이라는 쾌거를 달성하며 한국 쇼트트랙의 대들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꿈의 무대'였던 올림픽에서 아쉬움이 컸다. 불운의 사고를 연달아 겪으면서다. 패들은 그를 '비운의 스타'로 기억하기도 한다.
당시 성시백은 1500m 결승에서 이정수, 이호석과 메달 사냥에 나섰다. 이정수에 이어 치열한 메달 경쟁을 펼치던 세 선수는 결승선을 앞두고 명암이 엇갈렸다. 이호석이 인코스로 추월을 시도하다 성시백과 충돌했고, 두 선수는 함께 넘어지며 메달권에서 멀어졌다. 충돌을 피한 이정수는 금메달을 획득지만 성시백의 올림픽 첫 메달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불운은 500m 결승에서도 이어졌다. 당시 이 종목 세계 기록 보유자로 우승 후보였던 성시백은 결승에서 선두로 나섰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국의 안톤 오노가 반칙을 범해 또 넘어지면서 3위로 골인했다. 오노가 실격처리 되면서 성시백은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성시백은 "올림픽 우승은 모든 선수의 꿈이다. 오랜 시간 준비하고 기대했던 것 만큼 아쉬움이 컸다"라며 "이 아쉬움을 달랠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야만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후배들과 한국 체육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새 길을 선택했다. 스포츠 심리학 교수가 돼 후배 선수들의 든든한 심리 상담가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후 2012년 4월 은퇴를 선언한 뒤 연세대 스포츠 심리학과에서 석사 공부를 했다.
스포츠 심리 전문가가 되야겠다는 결심은 선수 시절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경기때마다 심하게 긴장하면서 제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하곤 했던 경험이다. 성시백은 "시합때마다 너무 긴장을 해 '우주에서도 내 심장 소리가 들릴 것'이란 말을 자주하곤 했다. 금메달을 놓쳤던 것에도 심리적 압박감을 이기지 못했던 요인도 있다. 이같은 어려움은 종목을 넘어 모든 선수가 겪는다. 전문가로서 선수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조금이나마 한국 체육 발전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공부보다는 운동이 더 익숙한 삶이었다. 낯선 언어로 최고 수준의 공부를 한다는 것은 큰 도전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성시백은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내가 운동 선수로 살면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이다. 여전히 응원해 주는 팬들이 있다.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 멋지게 꿈을 이루는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다"라며 크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