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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정 마치고 뉴욕 도착

New York

2004.02.1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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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여성 대원과 함께 안나푸르나 답사

‘마챠푸차레’ 황금색 일출…모든 고생 잊어



뉴욕산악회 아마다브람 등반기(마지막회)



뉴욕산악회 창립 30주년 기념과 미주이민 1백주년 기념 사업으로 지난해 10월 히말라야를 찾은 등반대는 성공적으로 아마다브람 등정를 끝냈다.

11월15일 정상 공격조 전원이 무사히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17일에는 베이스캠프에서 철수, 카드만두와 방콕을 거쳐 26일 무사히 뉴욕에 도착했다.

이번 등반에는 10명의 산악회 여성 회원위주로 구성된 안나푸르나 답사대도 동행했다. 일정과 여정이 다르긴 했지만 멀리 떨어진 타국에 같은 뉴욕동포가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큰 힘이 됐다. 안나푸르나 답사대에 참여한 박수자 대원의 답사기를 끝으로 뉴욕산악회 아마다브람 등반기를 끝맺으려 한다.

안나푸르나 답사대는 지난해 10월29일 카트만두를 떠나 포카라, 치투완, 나가르코트 등을 돌며 네팔에 있는 고산들과 유적지를 답사하고 11월5일 뉴욕으로 돌아왔다.

주요 답사지인 안나푸르나는 네팔 중앙에 위치한 산군으로 서쪽으로 칼리간다키 강과 동쪽으로 마르상디 계곡까지 7천~8천m의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길게 늘어선 아름다운 경관을 갖고 있다.

‘풍요의 여신’이란 뜻의 안나푸르나는 중앙에 위치한 ‘마챠푸차레’ 봉 때문에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6천m 급 이상의 봉우리 수십개가 마차푸차레 뒤에서 호위하듯 에워싸고 있다.

힌두 신앙에서 이 산의 지위는 절대적이다. 신화에 의하면 소녀와 물고기의 여신인 ‘마타샤깐야’ 가 이 산의 정상에서 태어났다. 1957년 영국팀이 정상 1백50m까지 접근했으나 이 지역에 살고 있는 구릉족의 강력한 항의 때문에 정상 정복을 단념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이후 입산이 금지돼 현재까지 입산이 허가되지 않고 있다.

◇10월29일

아마다브람 성공을 기원하며 아침 일찍 등반대를 전송했다.

남은 답사대원들은 안나푸르나쪽으로 답사를 떠난다. 16인승 경비행기를 타고 ‘포카라’로 향했다. 통로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 8개의 좌석이 전부인 작은 비행기를 처음 타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약간 겁도 난다. 비행기 창밖으로 펼쳐있는 히말라야 산군을 놓치지 않으려 모두들 열심히 내다보고 있다.

포카라 국제공항은 아담한 시골버스 정류장 같았다. 관광, 휴양지로도 유명한 포카라는 원래 작은 마을이었는데 60~70년대를 지나면서 네팔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로 성장했다고 한다.

영국의 찰스황태자와 카더 전 미국대통령 등이 묵었다는 피시테일 롯지에 여장을 풀었다. 숙소주변에 피어있는 꽃들과 예쁘게 정돈된 방갈로들이 정말 멋있다. 공해가 심하고 지저분한 카트만두와 비교하니 별천지에 온 것 같다.

◇10월30일

드디어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쪽으로 답사를 떠난다. 대원들 모두 뉴욕에서는 등산꾼으로 불리지만 히말라야처럼 스케일이 큰 산을 대해본 경험이 없어 베이스캠프까지는 무리일 것 같다.

초반에는 작은 동네와 찻집, 비탈길 등이 이어진다. 가파르지는 않지만 꾸준히 오르막길이다. 정오쯤 시냇가에 있는 찻집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대부분이 가정주부인 우리팀에겐 이것도 큰 파격에 속한다. 꿈에도 그리던 히말라야에서 좋아하는 등산도 하고 게다가 부엌일에서도 해방이라니 모두들 미소가 만연하다.

점심 식사후 본격적인 답사에 돌입했다. 무려 5시간30분을 걸어서 해발 2천m에 있는 간드룩 산장에 도착했다. 오르막길로만 14~15마일을 걸은셈이다. 우리 스스로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10월31일

포카라와 안나푸르나 지역에서 제일 유명한 ‘마챠푸차레’ 정상으로 뜨는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에 일어났다. 해가 뜨는 순간 뜨는 해는 보이지 않고 햇빛에 반사된 마챠푸차레의 정상이 한순간에 황금색으로 불타고 있다. 일출을 보며 ‘그렇게 힘들게 고생하고 올라온 보람이 여기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며 감격에 휩쌓였다.

오늘은 간드룩에서 1천m 정도를 오르내린후 5~6시간을 걸어 하산지점 근처까지 가는 강행군이다. 계곡에 있는 철제 다리는 양쪽에 난간이 있어 떨어질 염려는 없지만 바람이 불면 흔들거린다. 올라서니 어지럽고 현기증이 난다.

◇11월2일

네팔 남쪽 인도와의 국경 근처에 있는 ‘치드완 왕립공원’으로 사파리를 가는 날이다.

아열대의 포카라에서 열대에 가까운 치트완 정글에 온 것이다. 오후에는 코끼리를 타고 정글 사파리를 3시간 가량 했다. 코끼리를 타기 전 간단한 설명회가 있었는데 재미있는 것이 코끼리를 ‘탄다’고 표현하지 않고 ‘운전한다’고 하는 것이다. 용감한 박현자 대원이 코끼리 코를 타고 등에 오르는 묘기를 보여줬다.

◇11월3일

아침 식사후 두대의 카누에 나누어 타고 멀상디 강을 돌아봤다.

현지 안내인에 따르면 세계에서 새 종류가 가장 많은 곳이 멀상디 강가라고 한다. 정말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각양각색의 새들이 무척 많았다.

이 강은 인도의 갠디스 강으로 흘러든다고 한다. 오후에는 경비행기로 카트만두에 도착해 나가르코트로 향했다. 해발 2천m의 산마루에 있는 나가라코트는 옛날 실크로드의 길목이었다고 한다. 히말라야 산군의 절경이 유명해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고 한다.

◇11월4일

네팔의 3대 왕궁 중 하나인 박타푸 왕궁을 방문했다.

네팔의 옛왕궁이나 힌두신전은 미국이나 한국처럼 금지구역으로 묶어 보호하지 않고 일반 관광객과 장사꾼, 참배객, 짐승들까지 모두 드나들 수 있게 한 것이 특이하다. 왕궁 구경후 근처에 사는 한국주재 네팔영사관에 근무하는 네팔 아가씨의 집에 초대받아 차를 대접받았다. 이 아가씨는 한국말도 잘하고 한국 남자친구와 사귀고 있는데 장래에 이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고 한다.

저녁은 네팔알파인클럽에서 개최한 만찬에 참석했다. 70년대 셀파출신들이 모여서 결성한 모임인데 산악국가인 네팔에서 막강한 힘을 행사하고 있다.

내일이면 서울을 거쳐 뉴욕으로 돌아갈 대원과 아마다브람 베이스캠프로 떠나는 대원으로 나뉘어진다. 이렇게해서 잊을수 없는 안나푸르나 답사가 마무리 됐다. 생각해보니 카트만두를 중심으로 네팔의 중요 명소를 골고루 다 돌아본 것 같다. 좋은 날씨속에서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며 복을 많이 받은 답사였다. <끝>

뉴욕산악회 안나푸르나 답사대

박수자 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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