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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들려주는 의대 이야기]'단순암기 vs. 비판적 사고' 차이는 결과로 나타난다

Los Angeles

2014.09.0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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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에 대처하는 도전 정신 필요
암기력 의존한 공부는 결국 지쳐
오늘날의 교육은 암기가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단순 암기는 비판적 사고에 방해물이다.

확실히 암기는 배움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그것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교육시스템은 이해력과 비판적인 사고능력을 저하한다.

외우고 또 외워 시험을 마친 후에 암기한 내용을 잘 기억해내지 못하는 것이 그 이유다. 사실 사회생활을 할 때에 뛰어난 암기능력은 편리하지만 그다지 높게 평가되는 능력은 아니다. 지식 정보화시대에 살아가는 만큼 누구든 어디서나 모르는 정보를 즉각적으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때에 따라서는 암기보다는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주기적으로 정보를 갱신해주는 것이 오늘날의 '지식인' 생활에 더 적합할 수 있다.

주입식 암기교육을 반복하는 학생들은 종종 공부에 흥미를 붙이지 못한다. 배움과 이해에서 오는 내적 보상보단 오로지 학점과 졸업증명서 따위의 외적 보상으로 공부와 학교생활에서 오는 심적인 고단함을 달랜다. 어른이 되어 그러한 외적 보상들이 무의미해질 때 학습 의욕을 잃게 된다.

버클리 재학시절 기초 과학 과목들은 최고의 교수들이 가르치셨다. 학생들이 과학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유발하고 탄탄한 기초를 다지게 하기 위해서였다.

탄탄한 기초는 학문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교수들의 수업노트를 되짚어보면서 나는 강의 하나하나의 명확한 구성에 감탄하곤 했다. 1학년 때 화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화학을 외우기보다 이해하길 바랐다. 그의 시험은 화학을 이해한 사람만이 풀 수 있는 문제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강의를 이해하면서 '공부하면 할수록 더욱 깊어지는 이해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교수의 말이 피부로 느껴졌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이루는 원자와 분자, 또 그것들의 반사작용에 대해 배우는 화학이란 과목이 참으로 흥미로워진 순간이었다.

의학 대학원을 지원할 때에 나는 예일과 하버드를 포함한 몇몇 상위권 대학원을 염두에 두었다. 나는 대학에서 많은 단순 암기를 필요로 하는 분자세포 생물학을 전공했다. 대학을 졸업할 때 즈음에 나는 암기라면 신물이 날 정도였다.

하지만 예일은 의학 논문들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며, 과학적인 발견이나 혹은 발전이 의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해에 큰 비중을 두는 교육시스템을 갖고 있었다.

하버드는 문제를 유추하고 해결하는 전략적인 교육시스템이었다. 다른 상위권 의학대학원들은 전형적인 암기력에 의존했다. 각 대학원을 인터뷰차 방문했을 때 전형적인 교육 시스템을 가진 학교의 학생들은 과열된 경쟁에 지쳐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던 반면, 예일 학생들은 좀 더 여유롭고 자신감이 충만하며 만족도 높은 대학원생활을 즐기고 있는듯 했다.

그렇게 진학한 예일 의대는 학생들이 공부하는 분야에 관련된 많은 분량의 고전과 최신을 넘나드는 연구를 다룬 논문들을 안겨줬다. 의학관련 지식을 섭렵하는 것은 물론, 최신 의료 치료 기법 등을 숙지하라는 뜻이다.

당시 가끔은 그저 필요한 내용만 암기하고 넘어가는 의학공부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지나고 보니 그러한 노력들이 내게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깨닫는다.

의학은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아직도 항생제가 발명되기 이전의 19세기 의학을 활용하고 있을 것이다.

의학의 발전은 의사들의 신중함이 기해진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몹시 어려운 케이스의 환자를 만났을 때 의사들은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하나는 환자에게 현재 의학의 한계에 대해 설명하고 현실적으로 더 나아질 개선의 여지가 없음을 알리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조건에 대한 가능성을 함께 고민하고 헤쳐나가는 것아다. 암기는 첫 번째 방법에 필요한 것이고, 비판적 사고력은 두 번째 방법에 필요하다.

의사들만이 이러한 선택을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살아가면서 이러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리고 성공하는 사람들은 비판적인 사고를 통해 혁신적이고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비판적인 사고를 가진 의사들이 생명을 구하고 삶의 질을 높이며 나아가 의학을 발전시키는데 이바지하는 것처럼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우리가 비판적인 사고력을 갖추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사회 전체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케네스 김 / 성형외과 전문의·UCLA 의대 외래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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