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가 이야기]새 학기 맞은 학생들에게
신승호 목사 /USC찬양선교교회
교회를 위한 음식이건 손님을 초대할 때건 음식이 모자란 법이 없다. 양껏 먹고는 갈 때 싸가기까지 한다. 수요와 공급이 맞아야 한다는 내 생각과는 근본이 좀 다른 것 같다. 처음엔, 남들이 손 크다 하는 아내에게서 낭비나 무모함 같은 것을 느꼈었지만 이젠 그걸 넉넉함과 여유로 받는다. 넉넉히 준비해놓아야 대접도 잘 할 수 있는 법이다. 자신 안에 여유가 있어야 제대로 베풀 수가 있다.
새 학기 시작하느라 분주한 청년들에게 꼭 권할 일이 있다. 몸과 마음의 여유가 넉넉한지 돌아보라는 거다. 운동선수가 바탕 체력이 든든치 않으면 선수생활을 오래 못한다. 성악가가 호흡과 뱃심이 부족하면 노래 잘하기 힘들다. 여유는 삶의 자본과도 같아서 부족하면 삶을 감당하기 힘들고 심신이 상하기까지 한다. 학업도 여유가 넉넉해야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사람들은 시간의 여유, 돈의 여유를 먼저 따지지만 더 중요한 건 마음의 여유다. 시간으로나 일의 분량으로나 도저히 불가능하게 보이는 일도 여유있는 마음으로 차분히 하면 가능해지고, 넉넉히 할 수 있는 일도 마음의 여유를 잃으면 못할 일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마음의 여유 갖기는 그리 쉽지 않다. 그만큼 우린 각박한 세상에 살고 있는 거다.
'신앙'이란 것을 삶에 구체적으로 적용한다면 '주님 안에서의 넉넉한 여유'라 할 수 있다. 믿음 안에선 마음의 여유가 기본이다. "내 평안을 네게 주노라" 하신 예수님…, 그 평안함이 곧 세상이 줄 수 없는 여유,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의 여유다.
마음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게 사랑의 여유다. 마음의 넓고 좁음이 여기 달렸다. 사랑의 여유는 사랑을 많이 받은 자에게 있을 게 분명하다. 눈물로 예수님의 발을 닦던 여인에게, 죄 용서함 받음이 많은 자가 많이 사랑한다 하신 말씀을 생각한다. 사랑의 여유는 회개의 눈물에 비례한다는 말씀이다. 자신의 죄를 깨달을수록 비난과 정죄 대신 이해와 포용을 하게 되는 법이다.
채우는 것 없이 소비만 하면 언젠가는 바닥이 난다. 혹 자신을 돌아보면서 마음의 여유가 부족한 것을 느끼지 않는가. 작은 일에 민감해지고 잘 품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진 않는가. 채움보다 소비가 더 많았던 까닭이다. 아니, 소비는 그대로인데 채우는 일에 소홀했다는 게 더 맞을 거다. 신앙인들이 주님과의 깊은 만남 속에서 끊임없이 채워지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말라간다.
예수를 따르는 청년이라면 항상 큰 틀을 마음에 두고 앞을 넓게 내다보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그건 사람에게서 받는 사랑만으로는 어렵다. 하나님께서 채워주시는 사랑으로야 고통 속에서도 미소 지을 수 있고 어떤 시련 앞에서도 두렵지 않게 된다. 이 험한 세상 파도 속에서도 평안을 누리는 진정으로 넉넉한 여유다.
[email protected]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