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귀가 호강하는 감성시즌이 돌아왔다
뉴욕필름페스티벌…26일부터 10월 12일까지
데이비드 핀처 감독 신작 '곤 걸(Gone Girl)'로 시작
주요 상영작에 홍상수 감독의 '자유의 언덕' 포함
짧고도 긴 여름이 지나고 찾아온 가을. 왠지 모르게 차오르는 감성을 분출할 만한 곳을 찾고 있다면 링컨센터로 눈길을 고정하길. 22일 개막하는 메트로폴리탄오페라 새 시즌, 17일 시작된 뉴욕필하모닉 새 시즌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오는 26일부터는 링컨센터 필름소사이어티에서 열리는 뉴욕필름페스티벌(NYFF) 또한 스크린을 활짝 열어 뉴요커들을 맞이한다. 오페라, 클래식, 영화로 문화 감수성을 충전해보는 건 어떨까.
메트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뉴욕필 '말러 교향곡 1번' 선사
뉴욕필름페스티벌도 시작
압도적인 무대와 노래…오페라
올해로 130번째 시즌을 맞은 메트오페라는 22일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으로 시즌을 개막한다. 개막에 앞서 노동 조합과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아 메트오페라 역사상 초유의 '시즌 폐쇄' 직전까지 갔지만 다행히 협상은 무사히 마무리됐다.
개막작으로 낙점된 피가로의 결혼은 18세기 이탈리아 코믹 오페라의 대표적인 작품. 힘찬 서곡으로 시작해 '나비는 이제 날지 못하리(Non piu andrai)' 등 주옥같은 아리아와 여성 이중창인 '편지의 이중창(Che Soave Zeffiretto)' 등 귀에 익숙한 곡들이 등장한다.
이번 공연은 지난 시즌 돌아온 제임스 리바인 음악감독이 4년 만에 이끄는 오프닝 무대가 될 예정이다. 피가로 역은 러시안 베이스-바리톤 일다르 아브드라자코프가 연기하고 수산나 역은 독일 출신 소프라노 말리스 피터슨이 맡았다.
노래도 노래지만 메트오페라의 자랑거리인 화려하고 기발한 무대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앞서 메트오페라에서 '카르멘' 등을 연출한 리처드 아이어가 연출을 맡았으며, 브로드웨이서 뮤지컬 마틸다 등을 디자인 한 토니상 수상 디자이너 롭 하월이 무대를 디자인 했다.
이밖에도 이번 시즌에는 특히 오랜만에 선보이는 그랜드 오페라, '아이다(Aida)'가 눈에 띈다. 세계적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지휘봉을 잡기로 예정돼 화제가 됐다. 다소 논란거리가 될 만한 작품도 보인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여행중이던 크루즈를 습격해 뉴요커 유대인을 살해하는 내용인 '데스 오브 클링호퍼(The Death of Klinghoffer)'. 미국인 작곡가 존 아담스가 만든 이 작품은 '살인'을 드라마틱하게 그렸다는 점 때문에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이번 시즌 가장 저렴한 티켓은 30달러부터 시작한다. 25달러 러시 티켓은 이번 시즌의 경우 온라인으로 제공된다. 공연 전 날 보고 싶은 공연에 티켓을 신청하면 공연 당일 낮 12시까지 당첨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방식이다. 티켓은 한 명당 최대 두 장까지 구매 가능하다.
주요 공연은 ▶피가로의 결혼(9월 22·25·27일, 10월 2·7·10·14·18·22·25일, 12월 4·8·12·15·20 등) ▶라 보엠(9월 23·26·29일, 10월 4일, 11월 14·24·28일, 12월 1·5·13 등) ▶맥베스(9월 24·27일, 10월 3·8·11·15·18일) ▶카르멘(9월 30일, 10월 4·9·13·17·23·28일 등) ▶아이다(10월 30일, 11월 4·7·12·15·19·22일 등) ▶세비야의 이발사(11월 18·22·26·29일, 12월 6일 등) ▶라 트라비아타(12월 11·16·19·22·27·30일 등) 등이 있다. 기타 스케줄은 www.metopera.org 참고.
현악기 선율을 타고…뉴욕필
뉴욕필하모닉은 16일 갈라콘서트로 시즌을 시작했다. 이어 19~20일에는 최근 뉴욕필 프로그램 중 인기를 끌고 있는 '아트 오브 더 스코어'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이다. 대형 화면에 영화를 틀어놓고 뉴욕필 오케스트라가 영화 음악을 연주하는 형태다.
지난 시즌에 선보였던 '스페이스 오디세이' 등으로도 인기를 끌었다. 19, 20일 공연에서는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Modern Times)'가 스크린을 장식한다.
알란 길버트 음악감독의 지휘 아래 펼쳐지는 본격 클래식 콘서트는 23일, 말러 교향곡 1번으로 시작된다.
이 곡은 난해한 구성과 새로운 불협화음 등으로 초연 당시 비판에 시달렸으나, 지금은 기존 교향곡 체계를 벗어나려는 대담한 시도를 이룩했다는 평을 받는다. 이날 말러 교향곡에 앞서 한인 진은숙씨의 클라리넷협주곡 또한 초연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이번 시즌 하이라이트 공연으로는 ▶바이올리니스트 리사 바티아쉬빌리의 브람스 연주(10월 9~11일, 14일) ▶피아니스트 랑랑의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10월 21일) ▶가수 바네사 윌리엄스와 뉴욕필의 공연(11월 5~8일) ▶드보르작 페스티벌(12월 4~6, 9, 11~13일) ▶베르디의 레퀴엠(2015년 1월 15~17일) ▶첼리스트 요요마와 실크로드앙상블(2015년 2월 19~21일) 등이 있다. nyphil.org
세계 영화를 한 눈에…NYFF
오페라와 클래식이 너무 어렵다면 영화로 눈을 돌려보는 건 어떨 지. 지난 몇 년간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물들었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뉴욕필름페스티벌은 올해 상업주의 할리우드 영화와 인디 영화, 다큐멘터리, 예술영화, 작가주의 영화 등을 다양하게 섞어 준비했다.
26일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신작 '곤 걸(Gone Girl)'로 시작되는 페스티벌은 오는 10월 12일까지 이어진다. 핀처 감독은 '파이트 클럽' '소셜 네트워크' 등 영화로 잘 알려진 인물.
이번 영화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도 올랐던 질리안 플린의 소설, '곤 걸'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벤 에플렉과 로자문드 파이크, 닐 패트릭 해리스가 열연한다. 결혼 5주년 날 아내가 실종되고 남편이 범인으로 몰리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룬다.
한국 영화도 있다. 영화제 주요 상영작에 유일하게 포함된 한국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자유의 언덕(Hill of Freedom)'이다. 미국에서 처음 선보이게 될 이 영화는 '권'이라는 어학원 강사가 예전에 자신에게 프로포즈했던 일본인 남성에게 두툼한 편지 묶음을 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단순하고 즉흥적인 홍 감독의 스타일에 길들여진 뉴욕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작품.
화제를 몰고 온 또 하나의 상영작은 로라 포이트라스 감독의 '시티즌포(Citizenfour)'. 미국 NSC가 전세계를 상대로 불법 도청과 감시를 해왔다고 폭로해 파장을 일으켰던 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에 관한 다큐멘터리-스릴러다. 홍콩 등지에서 스노든을 인터뷰한 기록 등을 통해 스노든이라는 인물을 탐구한다. 전세계 최초 상영이 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포르투갈의 거장, 페드로 코스타 감독의 '호스 머니(Horse Money)', 앞서 링컨센터에서 영화 '비올라'를 선보였던 아르헨티나 감독 마티아스 피네이로의 '프린세스 오브 프랑스(The Princess of France)' 등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주요 상영작 티켓은 15~20달러. www.filmlinc.com
이주사랑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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