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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에세이>질투의 심리학

San Francisco

2004.03.3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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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석(정신과 전문의)
1922년 이미 66세로 노년기에 접어든 프로이드는 한 논문에서 질투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이 있다. 그는 질투를 첫째 경쟁적 (또는 정상적), 둘째 투사적, 셋째 망상적 질투로 구분했다.
경쟁적 (Competitive, 또는 정상적) 질투는 같이 사랑을 나누고 싶은 대상이 다른 사람을 선택한 경우에 발생한다. 사랑의 대상을 잃는데서 오는 슬픔(Grief, 또는 애도)과 자존심에 상처를 입어서 느끼는 고통이 섞여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했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는 말은 나르시시즘(자기애)에 대한 상처와 같은 말이다. 이 슬픔과 고통에는 또 "나는 도대체 무엇인가. 내가 남보다 못한 것이 무엇인가. 무슨 짓을 했기에 그를 잃게 되었나"하는 등의 자아 비판과 경쟁자에 대한 미움이 동반한다. 프로이드는 비록 [정상적] 질투라 할지라도 그 근원을 살펴보면 어린 시절에 부모나 동기들 사이 같은 관계에서 경험한 실패나 좌절 등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결코 합리적인 감정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경쟁적 질투에 비해 한층 깊게 무의식에 가리워 있고 따라서 조금 더 병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투사적(Projected) 질투다. 이것은 심리 방어 기전 중 자신에게 속한 생각, 감정, 욕망 등이 외부로부터 왔다고 돌리는 투사(Projection)에 근거를 둔다.
프로이드는 현대를 살아가는데 있어서 (그가 말하는 현대란 지금부터 약 백년전 시대를 말하지만) 남녀가 결혼이란 인습을 받아들이고 살면서 서로 정절을 지켜야 함은 항상 부정에 대한 유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지해야 할 가치 관념이라고 보았다. 그러한 가치관을 받아들이기 힘든 사람은 바람을 피우고 싶은 끓어 나오는 유혹을 철저히 억압하고 살아야한다. 어떤 욕구가 억압(Repression)이란 기전으로 인해 무의식에 눌려 있으면 이것은 항상 어떤 다른 형태를 취해서라도 의식으로 나오려는 성질이 있다. 그래서 이 충동은 흔히 배우자에게 대해 투사하고 마는 결과를 초래한다. "바람을 피우고자 하는 것은 내가 아니고 내 배우자다."
무의식 작용이지만 투사를 사용하면 두 가지의 이득을 본다. 우선 자기 자신은 사회 규범을 따르는 고결한 사람이 된다. 둘째 자기가 숨기고 있는 부정에 대한 욕구를 배우자도 갖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일말의 위안감을 갖는다.
병적으로 가장 심한 단계가 망상적(Delusional) 질투다. 편집 장애, 질투 망상형 (Paranoid Disorder, Jealous Type) 환자가 갖는 증상이다.
프로이드는 망상적 질투에서도 부정을 저지르고 싶은 충동에 대한 억압이 그 원인이 된다고 했다. 그러나 이때 충동의 대상은 본인과 동성의 인물이다. 동성애 경향을 가진 남자는 성적 충동의 대상에 대해 "나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라고 자신의 동성애에대한 욕구를 부인(Denial)하는 동시에 "내 부인이 그를 사랑하고 있다."라는 투사의 기전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는 망상 환자에서 동성애 경향이 있는 것을 1차 세계 대전 직후 한 외국인 환자를 치료하면서 관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기억에는 오류가 있음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그는 십여 년 전인 1910년에 이미 슈레버 박사의 자서전을 분석하면서 같은 결론을 내린 적이 있기 때문이다.
프로이드가 상당한 이론가임에는 틀림없지만 현재 그의 동성애 설을 반대하는 분석가들도 많다.
대체로 말해 망상적 질투와 정상적 질투를 구별하는 것은 용이한 편이다. 망상형 질투에서는 망상이 아주 화려하고 풍부하게 진행된다. 예로 망상 환자는 배우자가 자신의 정력을 제거하기 위해 음식에 독을 넣었다고 주장하거나 집안에 물건이 조금만 옮겨 있어도 배우자의 애인이 집에 들러 낮거리를 한 증거라고 믿는다. 무심코 켜 놓은 전등은 애인에게 지금 남편이 집에 있으니 얼씬거리지 말라는 비밀 신호가 되고 집 앞 우체통에 꽂힌 광고 물이라도 있으면 이것은 애인이 배우자에게 보내는 메시지인 것이다. 옷이 조금이라도 구겨져 있으면 성교를 하고 황급히 주서 입은 증거가 되며 침대에 티가 하나라도 발견되면 이것은 외부에서 애인이 들어왔다 나간 확증이 된다.
오셀로의 경우에서 같이 배우자에 대한 부정 망상으로 인해 살인을 범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통계를 보면 살인은 가족 내에서 범하는 경우가 가장많다. 질투로 인한 살인을 조사해 보면 경쟁자를 죽이는 것보다는 부정을 범한 배우자를 살해하는 경향이 높다. 아마도 경쟁자에 대한 증오심보다는 배우자의 부정이 범인의 자존심에 훨씬 더 큰 상처를 주기 때문이리라.
이들 살인자들은 배우자를 자기에게 속한 소유물이라고 생각하며 소유할 배타적 권리까지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타인인 경쟁자보다는 자기 소유물인 배우자를 살해하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상처 난 자존심의 회복을 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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