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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한복판 1조원 프로젝트

Los Angeles

2004.04.06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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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조성될 화성 동탄 전원도시에
‘부실 공화국’의 마지막 아이콘이 사라진다. 지난 95년 5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초동 삼풍 백화점. 오는 6월 그 자리에 초고층 건물 3개동이 새로 문을 연다.

아크로비스타. 아파트 7백57세대와 상가, 오피스 텔이 어우러진 37층짜리 주상 복합 건물이다.

대치동 삼성 타워 팰리스에 이은 한국 주상 복합 시장의 간판 타자이기도 하다. 95평 짜리 펜트하우스만 20채가 포함되어 있다.

남산 타워와 한강이 한 눈에 들어오는 이 건물은 한인 건축가 손학식씨의 회심작. 한국의 건원 건축과 영국 구조 설계 회사 오페 아룹, 프랑스 감리회사 엥제로프가 그의 설계를 거들었다. “진도 7의 지진에 견딜만큼 튼튼하게 설계했습니다.” 그는 무엇보다도 안전을 자신한다.

두 달에 한 번 꼴인 그의 서울 출장은 사실 아크로비스타 때문은 아니다.

인천 공항에 내리면 그는 경기도 화성 동탄 신도시로 차를 몬다. 지난 2월 한국 토지 개발 공사가 주관한 도시 설계 공모에서 건원과 공동으로 1조원 짜리 프로젝트를 따낸 신도시의 한 복판이다.

그의 숙제는 60층 짜리 주상 복합 타워 4개 동과 케이블 방송 회사들이 입주할 방송 센터 설계. 오는 2천10년까지 백화점과 호텔, 쇼핑 센터가 입주할 인구 12만의 전원 도시를 만드는 작업의 일부다. 신세계와 월마트, 신라 등 유통-호텔 업계도 벌써부터 이 지역 진출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앞서 지난 해에는 숭실대학 공과 대학 형남 공학관 설계를 마쳤다. 대학 건물로는 처음 설계한 이 공학관은 내년 완공 예정. 앞서 지난 2천년 완공한 대구 MBC 사옥이나 99년 부산 당감 아파트 2천5백 세대 설계 때보다 신경을 많이 썼다고 털어놓는다.

이에 비해, LA 프로젝트는 경량급이다. 지난 3월에는 산불 피해를 입은 샌디에이고 스키립스 랜치의 유대계 사립학교인 하버드 히브리 아카데미를 완공됐다. 이어 다운타운 센트럴 애비뉴와 53가의 제퍼슨 초등학교가 3월 초 착공됐고, 4월 중 착공 예정인 카노가 파크 초등학교는 내년 10월 완공된다.

경기고와 서울대 건축과를 마친 손씨는 한미 양쪽에 인맥이 두텁다.

아크로비스타 시공사인 대림 산업 이정국 사장과 김승유 하나 은행장은 고등학교, 예술의 전당 내 국악당을 만든 김원 광장 건축 대표와 김선홍 중앙은행장은 대학 동창이다.

그러나 인맥보다는 실력이 더 탄탄하다. 서울 구조사에서 일하다 68년 도미한 그는 미국 유수의 설계 회사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피멘텔&캐츠, 호놀드 렙사먼&렉스, 그리고 프랭크 오 게리&어소시이츠… .

그가 특별히 사사한 프랭크 오게리는 4년전 스페인 빌바오 박물관에 이어 지난 해 다운타운에서 개관한 디즈니 컨서트 홀을 설계한 거장이다.

미국 건축가 협회(AIA)도 그를 인정한다. 손씨가 설계한 다운타운의 로욜라 대학과 서울 압구정동 오퍼스 컨서트 홀은 AIA로부터 우수 설계상을 받았다. 또 윌턴 플레이스 초등학교와 한인 청소년 회관도 LA 상공회의소의 건축 미화상 수상작이다.

환갑을 살짝 넘긴 후부터는 가르치기에 열심이다. USC와 칼 폴리텍, 포모나 대학과 남가주 사립 건축 대학인 SCIA에서 설계를 강의하고, 한국 육군 공정 학교에도 교수로 적을 두고 있다.

강의의 단골 주제는 한미 양국의 건축 문화와 트렌드. “머리 좋은 한인들은 미국 동료들에게 전혀 꿀릴 게 없다”며 후배들을 격려한다.

한미 미술 재단(KAFA)을 통해 한인의 미국 화단 진출을 지원해온 그는 설계 부문에서도 ‘제2의 손학식’이 양산되기를 기대한다. “교과서도 있고, 지렛대도 있지 않습니까.” ‘죽는 날까지 은퇴는 없다’고 스스로 다짐하는 그는 외길 장인이다.

김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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