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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암의 모견도(동물화)

Chicago

2004.04.13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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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동물화에서 특이한 현상의 하나는 그다지 사실적이지 않은 작품들이 많다는 것이다.

상당히 변모되고 심지어는 해학적인 면까지 갖추고 있어 사실성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개 그림에서는 이암(李巖)의 <모견도(母犬圖)> (그림)가 단연 뛰어나다.
이암은 세종의 현손으로 정5품인 두성령(杜城令)을 제수받았다.
송나라 모익(毛益)의 화법을 따른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존하는 작품을 보면 한국적인 정치가 풍기는 독자적인 화풍을 보이고 있다.
또 초상화에도 뛰어나 1545년에는 중종의 어진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암은 옛 기록에서도 털짐승 그림에 뛰어났다고 되어 있어 이미 명성이 높았음을 알 수 있다.

이암은 이 <모견도> 뿐 아니라 다른 동물 그림들 즉 고양이와 강아지를 주제로 한 것도 많이 남기고 있어 동물 주제를 특히 좋아했음을 알 수 있다.
이 <모견도> 는 <구유도(狗乳圖)> 라고도 한다.
종이에 담채 형식으로 그려진 이 그림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이 그림은 어미개가 강아지들에 둘러싸여 있는 것을 그린 것인데 그 표정과 또 행복해 하는 강아지의 표정이 일품이다.
어미개는 윤곽선 없이 검은색으로 처리돼 있어 다소 도안화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에 반하여 목걸이는 상당히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이 한국적 분위기의 개그림은 그 옆의 나무에 의해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나무는 전혀 잘 그린 솜씨가 아닌데 이것은 솜씨가 떨어져서라기보다는 개의 기법과 분위기가 어울리게 하려고 의도적으로 치졸하게 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점에서 이암의 작가적 뛰어남을 알 수 있다.
그림의 특징은 해학적인 동심이 어린 박력있는 표현이며, 배경에 보이는 수목의 필치는 속도 있고 운동감 넘치는 거친 붓자국을 볼 수 있다.
그림의 개는 우리나라의 바둑이로, 이 그림은 한국 회화사에 큰 위치를 드러낸 작품이다.
나뭇가지 아래에는 청동기 모양의 도장과 아울러 정중(靜仲)이라는 이암의 자(字)가 쓰여진 도장이 자리잡고 있다.
이암의 이같은 해학적이고 다소 변형된 동물의 표현은 이후 하나의 전형이 되어 계승되는데 김식과 윤두서의 소와 말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것을 한국적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은 중국과 일본의 동물화에서는 유사한 해학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암의 <모견도> 로 볼 때 한국의 동물화는 중국과 일본에 비해 사실성에서는 떨어지나 회화적 정취가 있는 것으로 느낄 수 있다.
이암의 그림으로는 <모견도> 와 호암미술관에 있는 <화조구자도(花鳥狗子圖))> ,평양박물관에 있는 <화조묘구도> , 미국 필라델피아미술관에 있는 <견도(犬圖)> 등이 전한다.
그의 한국적인 동물화풍은 김식의 <소> 와 변상벽의 <고양이> 등으로 그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김영희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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