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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 스토리] 와인의 생로병사와 보관〈상>

New York

2014.10.0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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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와인처럼 나이가 들면서 더 멋있어졌다'는 미국 속담이 있다. 많은 사람이 와인은 오랜 기간 숙성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와인은 오래 두면 맛이 변하지만 모든 와인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

현실은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와인 중 90%는 만든 지 1년 안에 소비되는 운명이다 낙타가 바늘 구멍 통과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이듯 와인 100병 중 단 한 병 즉 1%의 와인만이 5년 이상 숙성되면서 더욱 우아한 자태를 뽐내게 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 1%가 연간 3억5000만 병이나 된다는 점이다

와인은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다. 정치만 살아 있는 생물과 같은 것이 아니라 와인도 생물이다. 즉 와인도 생로병사가 있는 것이다. 갓 발효가 끝난 와인은 맛이 거칠지만 점점 숙성되면서 원숙한 맛을 유지한다.

레드와인이 숙성되면 산소와 다른 요소에 의해 타닌 성분이 병 밑으로 가라앉게 된다. 그러면서 레드와인은 짙은 보라색에서 점차 벽돌 색깔로 변해가면서 맛의 강도도 변해 거칠고 쓴맛이 더욱 부드러워진다. 또 강렬한 과일향이 흙과 버섯 등의 고소한 향으로 변해 부드러워진다.

대체로 고급 화이트와인은 2~5년 레드와인은 5~10년 정도가 됐을 때 가장 원숙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와인은 우리가 흔히 가까이 할 수 없는 상등품에 해당하고 그 외 대부분의 와인은 1 2년 사이에 소비되는 것이 보통이다.

50년 100년 묵은 와인이 비싼 값에 팔리는 경우는 맛보다는 골동품으로서의 가치가 더 크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이처럼 맛보다 골동품으로의 가치가 더 큰 것은 와인도 생로병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정 시점이 지나면 와인으로서의 가치를 잃게 된다.

우리가 경영학에서 상품의 라이프스팬을 설명할 때 도입기.성장기.유지기.쇠퇴기.소멸기 등으로 구분하듯 우리 인생도 와인도 그 같은 행로를 겪는 것이다. 와인은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이 태어나서 성숙한 경지에 이르는 기간이 있고 다시 성숙한 기간이 유지되는 기간이 있으며 쇠퇴해 부패되는 기간을 거쳐 와인으로서 가치를 잃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각 단계별 기간은 와인의 타입에 따라 달라지는데 대체적으로 알코올 농도가 높고 타닌 함량이 많을수록 숙성기간이 길고 보관도 오래할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 와인 보관법이다. 아무리 좋은 와인을 선택해도 그 보관법이 잘못된다면 와인 고유의 맛을 제대로 유지할 수 없다.

와인 보관법에도 아주 재미난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 가장 숙성시키기 좋은 와인은 Red Bordeaux Barolo or Barbaresco Napa Cabernet Sauvignon Rhone Valley Syrah/Grenache이고 흰색 와인은 Beaune의 흰 Burgundy Loire의 Chenin Blanc Riesling White Bordeaux이다.

원칙적으로 와인병은 눕혀서 빛이 없고 선선하며 약간 습기가 있는 곳에서 보관해야 한다. 그 이유는 오래 세워두면 코르크마개가 건조해져 외부의 공기가 침입 와인을 산화시키기 때문이다.

눕혀서 보관하면 와인이 코르크마개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코르크가 팽창하면서 병 입구를 단단하게 막게 된다. 즉 외부로부터 공기가 들어올 틈을 완전히 봉쇄하는 것이다. 단지 병을 눕히는 것만으로도 와인의 맛을 그대로 유지하는 놀라운 과학적 지혜가 숨어 있는 것이다.

또 와인을 보관할 때는 되도록 서늘한 온도를 유지해주는 것이 좋은데 최적의 온도는 섭씨 10~15도 습도는 75% 정도이다. 하지만 이 온도와 습도는 특별한 장치가 돼 있지 않으면 지속시킬 수 없기 때문에 빛이 안 들어오는 선선한 지하실에 보관하거나 그릇에 물을 받아 놓아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최저는 영하 1~2도까지인데 영하의 온도에서 계속 보관하면 아무래도 병 부분이 파손되거나 향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너무 높은 온도에서 와인을 보관하면 산화돼버려 맛이 변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와인이 잘 보관됐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와인 코르크를 보면 된다. 코르크에 와인이 비쳐지는 상태와 코르크의 습도를 보면 와인을 얼마나 잘 보관했는지 말랐는지를 쉽게 구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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