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앞두고 있는 1세들은 하나 혹은 다수의 부동산을 패밀리 트러스트 또는 리빙 트러스트로 전환하거나 법인을 설립해 관리하는 등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는 편이다.
많은 재산을 형성하지 못했다 해도 계획한 나이가 되면 일선에서 물러나 여생을 조용히 지내기를 원하는 이가 많은 타인종들과 한인들은 상당히 대조적이다.
에스크로를 진행하다 보면, 60을 훌쩍 넘기고 70이 가까워와도 '사장님'으로 현역에서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한인이 많다.
지팡이를 짚고 와 서류에 아주 천천히 서명을 하는가 하면 간병인까지 동반하고 사무실을 방문하기도 한다.
반대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듯한 아직 앳된 모습의 2세들이 어엿한 법인의 서명자로 나타날 때는 더욱 당황스럽다. 절차상 신분증을 확인해보면 아직 주류를 구입할 수 없다는 빨간 줄이 그어져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이런 경우, 에스크로 진행을 위해 당사자는 물론 그 부모 혹은 실권을 가진 이에게 이중으로 설명해야 하는 고충이 따른다. 실제 사업체 주인인 부모 혹은 친지에게 내용과 과정을 우선적으로 설명해야 진행이 순조롭지만, 서명인에게도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특히 2, 3세들의 특징은 아무리 부모가 부탁을 해도 자신이 이해가 되지 않거나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 일에는 결코 협조적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많은 이가 자식이나 조카 등의 명의로 구입한 부동산 혹은 사업체에 대해 불안한 마음이 들어 클로징 후에 명의를 바꾸기를 원하는 경우도 많다. 에스크로 진행 중 필요한 각서를 받아두고자 백방으로 애쓰는 일도 많다.
만약 사정상 본인 명의로 하지 못한 서류가 있다면 반드시 미리 필요한 서류, 즉 위임장이나 대리인으로 사용할 서류를 구비해 놓는 등 재산의 보호를 위한 대비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
LA한인타운의 큰 손인 김 여사는 법정 다툼에 따른 재산권의 보호를 위해 남편의 고향 후배 명의를 사용하면서도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조카의 이름을 함께 올린 덕분에 재산상 큰 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
돈 앞에서는 어떤 인정과 사정도 무의미하며 오직 정확한 서류만이 보호막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