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칠순·팔순 잔치 함께 열어…참 아름다운 '70년의 우정'

Los Angeles

2014.10.14 22:36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기사 공유
양은식 박사·강은홍 목사
주류사회에서 성공적 정착
실향민 아픔, 통일운동 승화
LA와 뉴욕주 버팔로에 떨어져 살면서도 칠순에 이어 팔순잔치를 가족·친지와 함께 연 실버 우정이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

두 사람은 평양 출신으로 전쟁 통에 남쪽으로 내려와 이산가족이 됐다. 고난의 청년시절을 겪다가 60년 대 미국으로 유학했고 한명은 학자의 길로, 한명은 목회자의 길을 걸으면서 우정을 지켜왔다.

지난 11일(토) 인더스트리 시티에 있는 퍼시픽 팜즈 리조트에서는 80세 동갑내기 친구인 양은식 박사(전 UCLA 교수)와 강은홍 목사(버팔로)의 합동 팔순잔치가 가족·친지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양은식과 강은홍은 12살 때 평양 서성리 교회에서 만나 친구가 된다. 전쟁이 한창 치열했던 1950년 12월 양은식은 잠시 피란 갔다 돌아오겠다며 친구 강은홍과 그의 아버지를 따라 나섰다. 그러나 양은식은 청상과부 어머니와 두 여동생을 남겨두고, 강은홍은 두 남동생과 어머니를 남겨두고 뼈저린 이산가족이 된 것이다.

둘 다 전쟁통에 군복무를 마쳤고 한영고, 숭실대학을 거쳤다. 영어 실력이 탁월해 수년간 영어 교사를 지낸 점도 비슷하다. 양은식이 경주문화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칠 때 제자였던 함용호 장로는 이날 행사에서 "가난했지만 독수리 같은 이상을 가지라는 가르침을 받아 평생 교훈을 삼았다"고 회고하며 목이 메이기도 했다.

강은홍은 63년 유학길에 올라 유니온 신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주류교회 선교사, 교단 총무 등 목회자의 길을 걸었다.

양은식은 66년 도미, 클레어몬트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캘스테이트 LA, UCLA 등에서 20여년 간 가르치면서 학자의 길을 밟았다.

그러던 중 양 박사는 1976년 서슬퍼렇던 반공 시절, '두려운 생각'을 안고 오스트리아 등을 거쳐 방북, 극적으로 어머니와 두 동생을 만났다. 이산가족의 아픔을 뼈저리게 체험한 양 박사는 자신의 남은 인생을 1000 만 이산가족의 한을 푸는 데 바치겠다고 결심하고 이산가족 상봉과 민간통일 운동에 매진, 이 분야의 선구자가 됐다.

강 목사도 친구 양은식의 가족 재회에 자신감을 얻어 1981년 방북해 가족을 만났고 이후 두 사람은 통일운동의 길을 동행했다.

하객 중 한명이 양 박사를 향해 평소 좀처럼 웃는 얼굴을 보이지 않는 이유를 묻자 "통일 되면 웃겠지요"라며 분단의 한과 통일에의 간절한 염원을 내비쳤다.

이원영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