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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마당] 우리글 사랑

San Francisco

2014.10.1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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ㅏㅑㅓㅕㅗㅛㅜㅠㅢ 모음 열자에 자음의 첫 글자인 ‘ㄱ’과 만나면 가갸 거겨 고교 구규 그기, 글자로서 완벽한 10 글자를 쉽게 만들 수 있다.

또 거기에 자음인 ㄱㄴㄷㄹㅁㅂㅅㅇㅈㅊㅋㅌㅍㅎ, 열네 글자를 만나면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하, 14글자를 쉽게 만든다. 또 거기에 곱하기 14면 금방 140글자가 생겨난다.

또 가자에 ‘ㄱ. 받침을 하면 ’각‘ ’ㄴ‘받침을 하면 ’간‘ 식으로 ㄱㄴㄷㄹㅁㅂㅅㅇㅈㅊㅋㅌㅍㅎ, 자음 14 글자가 모음 열자에 각각 한 번씩 마나면 수천의 소리글 문자가 금시 만들어진다.

얼마나 신비스러운가! 자음 모음 단 24자로 약 8000음의 소리를 낼 수 있으니 그 경이로움에 놀랄 수밖에 없는 일이다.

문자의 기능이란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을 글로 바꾸어 표현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한글은 이 세상 모든 소리를 거의 나타낼 수 있는 희한한 글자이다.

중국의 한자어는 뜻글자 즉 뜻글자로 수 만자의 글자 하나하나를 모두 외워야만 비로소 하고 싶은 말을 문자로 옮겨놓을 수 있는 것이니 얼마나 불편할 것인가?

역시 한자를 모방해서 만든 일본문자도 중국문자 못지않게 배우기 어렵고 쓰기 불편한 문자라고 한다. 그에 비하면 우리 한글은 배우기 쉽고 쓰기 편하다. 보기에 글자 모양새도 여간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21세기 첨단 전자산업시대에서 간결하고 쓰기 쉽고 과학적으로 창제된 한글의 업무처리능력의 효과에 있어 한(漢)자나 일본의 ‘가나’에 비해 7, 8 배 이상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다고 한다.

아마도 그 처리 능력이 오늘 우리 한국의 경제성장을 가져 오게 한 것이 틀림없다. 난 그보다 한글 창제의 독자성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싶다.

어디 까지나 한글은 다른 문자에서 모방해서 만든 문자가 아니다. 전혀 독창적인 글인 점에서 무한한 민족적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 된다. 세종께서 세상에 둘도 없는 뛰어난 독창력으로 발명해낸 그 위대함이 있기 때문이다.

흔히 집현전 학자들을 시켜서 창제했을 것이라는 추설이 있지만 집현전학자에게 훈민정음 창제를 명하거나 도움을 청한 기록이 없다고 한다. 세종께서 직접 쓰신 ‘훈민정음 해례본(訓民正音 解例本)에도 그런 단초를 찾아볼 수가 없다.

오히려 한글 창제를 반대하여 세종이 많은 고통을 겪었다는 기록이 있고 다만 세종의 직계인 첫째아들 문종과 둘째 정의공주가 세종의 한글 창제를 도왔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로 미루어 한글 창제의 위업은 거의 세종의 독자적 창작이 직감 된다. 그보다는 세종께서 한글을 창제하신 그 의도와 동기 그 마인드에 있다.

‘이호중국국지어음(異乎中國國之語音)‘이라, 나라말이 중국과 달라 백성들이 할 말이 있어도 그 뜻을 제대로 펴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해소해주기 위해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들어 편하게 쓰게 하려는데 있는 것이다.

누구나 쉽게 배워 쓰기 편하게 하려 한다. ‘훈민정음언해(訓民正音 諺解)’ 서문에도 세종의 정성어린 백성사랑의 깊은 마음이 담겨있다.

쉽게 글을 배워 제 뜻을 마음 놓고 펼 수 있게 한 백성사랑의 그 따뜻한 마인드가 바로 언론자유의 실천이며 민주주의 핵심정신이 아닌가 싶다.




박관순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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