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쪽같이 속았네, 더 강렬해진 핀처의 반전
사라진 아내 의심받는 남편
끝났다고 생각될 때 다시 시작
감독 "아무것도 모르고 봐야"
어쩌면 그럴 만도 하다. 이 스릴러영화는 그만큼 놀라운 반전을 그 직전까지 보는 이를 감쪽같이 속이는 능수능란한 연출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결혼 5주년 기념일에 아내 에이미(로자먼드 파이크)가 사라진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남편 닉(벤 애플렉)에게 불리한 단서들이 속속 발견된다.
언론은 닉을 아예 범인으로 단정짓는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관객은 누가 범인인지 확신할 수 없다. 149분의 상영시간 내내 한순간도 긴장을 풀 수 없다.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이 이 복잡한 추리극의 단서가 될 의미심장한 정보를 흘리기 때문이다.
영화의 중반부 닉에 대한 의혹이 정점에 달할 즈음 이야기는 돌연 방향을 바꿔 진실을 드러낸다. 도무지 하나로 모이지 않는 듯했던 단서들을 매끈하게 종합하는 동시에 예상을 과감하게 뛰어넘는 진실이다. 그리고 여기에 인간의 악한 본성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결말이 더해진다.
원작은 미국 작가 길리언 플린의 동명 소설. 2012년 처음 출간돼 미국에서만 20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다. 원작자 플린은 시나리오도 직접 썼다. 물론 이 영화가 매력적인 건 그래서만이 아니다.
촘촘하고 강렬한 이야기를 세련된 영상과 유연한 편집으로 펼치는 핀처의 연출력은 탄성을 자아내는 수준이다. '세븐'(1995) '파이트 클럽'(1999) '패닉 룸'(2002) '밀레니엄:여자를 증오한 남자들'(2011) 등을 통해 '스릴러의 장인'으로 불리게 된 그의 솜씨를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다.
뉴욕영화제 기자회견에서 배우들은 핀처에 대한 찬사를 쏟아냈다. 주인공 닉을 연기한 벤 애플렉은 핀처를 "기술자의 마인드와 예술가의 감각을 모두 가진 감독"이라고 말했다. "그의 영화를 보고 나도 감독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특히 '세븐'은 이렇게 완벽한 영화를 만든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 했던 작품이다"는 말도 했다.
핀처의 스릴러에는 그 배우의 대표작으로 남을 명연기가 빠지지 않는다. 이번엔 아내 에이미 역을 연기한 로자먼드 파이크를 주목할 만하다. 단아한 외모와 안정된 연기력으로 시대극 '오만과 편견'(2005 조 라이트 감독) 액션 블록버스터 '잭 리처'(2012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 등에 꾸준히 출연해왔지만 큰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곤 걸'에서는 전반과 후반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는 이의 혼을 빼놓을 정도의 연기를 선보인다.
핀처는 "이렇게 규모가 크고 복잡한 이야기를 다룰수록 모든 배우가 함께한다는 마음으로 촬영하는 게 중요하다"며 "그래야 방대한 정보를 짧은 시간에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캐스팅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먼저 캐릭터와 캐릭터의 역할을 따져본다.
농구로 치면 누가 팀을 지휘하는 포인트가드이고 누가 공격과 수비를 보조하는 파워포인트인지 말이다. 캐스팅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면 직감을 따른다." 그의 직감이 맞았던 것일까. 미국에서 영화는 지난 3일 개봉 이후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주사랑·장성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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