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히어로 6 (Big Hero 6) 감독: 돈 할 목소리 출연: 라이언 포터, 스캇 애드싯, 대니얼 헤니, 제이미 정 등 장르: 애니메이션, 액션 등급: PG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열풍은 그야말로 뜨거웠다.개봉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아이들은 '렛잇고' 를 흥얼거리며 엘사 코스튬을 입고 거리를 누빈다.
디즈니가 꼭 1년여만에 야심차게 내놓은 신작 '빅 히어로 6(Big Hero 6)'는 '겨울왕국'의 그 엄청났던 흥행열기와 관객들의 사랑을 그대로 이어가고도 남을만한 애니메이션이다.아니, 오히려 재미와 감동, 캐릭터의 매력과 친근함 면에서는 그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됐다는 인상마저 준다. 귀엽고 엉뚱한 캐릭터들의 소동에 한시도 쉴새 없이 터지는 웃음, 따스한 가족애를 내세워 불시에 주룩 눈물이 흐르게 하는 감성 터치, 수퍼히어로들이 접수해버린 극장가의 트렌드를 영리하게 응용한 소재와 이야기까지.
부족한 점 하나라면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전매특허인 아름다운 음악, 주제가가 생략됐다는 것 뿐. 그것 말고는 무엇하나 빠질게 없다. 보는 내내 즐겁고 행복하고 훈훈하다. 특히나 "여자애들용" 이라며 '겨울왕국'에 콧방귀를 뀌었던 남자아이를 둔 부모라면, 이번엔 단단히 각오하는 게 좋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빅 히어로 6'의 매력에 영화 속 등장하는 캐릭터 상품을 사달라고 조르고 보챌 게 뻔할테니까.
이야기의 주인공은 열네살 소년 히로다. 첨단 로봇을 뚝딱 만들고 조종해 뒷골목 로봇결투대회를 휩쓸만큼 비상한 머리의 천재지만, 좀처럼 그 재능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 부모님도 없이 반항아로 자라나는 히로를 붙잡아주는 유일한 사람은 형 타다시. 동생을 바른 길로 이끌고 싶었던 타다시는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교수님과 친구들에게 히로를 소개하고, 히로 역시 창의력과 첨단 과학기술이 넘쳐나는 학교에 금방 매료된다.
입학 허가를 위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던 히로는 뇌파로 움직이는 마이크로봇을 발명해 프리젠테이션장에서 큰 호응을 얻지만, 하필 그 곳에서 일어난 돌이킬수 없는 사고로 사랑하는 형을 잃고 만다. 다시 외로움과 우울에 빠져있던 히로는 형이 그를 돌보기 위해 개발 중이던 착하고 귀여운 로봇 베이맥스를 통해 다시 위로와 힘을 얻고, 친구들과 힘을 합쳐 형의 죽음 뒤에 감춰진 배후를 찾기 위한 모험에 나선다.
'빅 히어로 6'의 가장 큰 매력은 캐릭터다. 그 중에서도 베이맥스는 등장과 동시에 모두를 사로잡는다. 허옇고 덩치만 큰 둔하기 이를데 없는 로봇이지만, 오히려 그 덕에 뒤뚱대며 움직이고 문틈에 껴 버둥댈때마다 거부할 수 없는 귀여움으로 관객에게 웃음을 준다.
형의 사랑으로 프로그래밍돼 히로의 건강과 마음을 세심히 살피는 게 존재 목적인 만큼, 딱딱한 로봇 음성 속에서도 감출수 없는 자상함과 따스함이 묻어나 폭 안기고 싶은 기분까지 들게 한다. 자나깨나 히로의 기분을 신경써서 포근히 안아주거나 신나게 날아주는 베이맥스를 보며 '갖고 싶다'는 생각이 안든다면, 거짓말이라 봐도 좋을 정도다.
주인공 히로가 흠없이 완벽한 아이가 아니라 결핍이 있는 소년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부모님에 이어 형마저 잃고 비뚤어지기만 했던 히로가 베이맥스와 친구들의 사랑과 격려를 통해 결핍을 채워나가며 돌봄과 희생의 가치를 아는 보다 나은 소년으로 성장해나간다는 설정은 영화를 보는 아이들이 쉽게 공감하고 많은 것을 배울수 있는 여지를 남겨준다.
히로의 친구들 하나하나가 자기만의 캐릭터를 살린 히어로 수트를 만들어 입고 힘을 합쳐 악당을 쳐부수는 과정도 흥미롭다. 겁많은 와사비, 용감무쌍한 프레드, 공주과의 허니 레몬, 왈가닥 고고 토마고 등이 알록달록한 색상의 수트를 입고 활약하는 모습 자체도 재미나지만 한명 한명이 다른 피부색과 성격을 지닌 이들이란 점에서 백인 남성 위주로 흘러가는 할리우드 실사 수퍼히어로영화와는 달리 다양성의 메시지를 품은 점도 돋보인다.
작품의 감정선은 '빅 히어로 6'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가장 중요한 힘이다. 죽은 형이 베이맥스를 통해 동생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장면이나, 히로를 지키기 위해 희생하는 베이맥스의 모습에선 눈물을 참기 힘들다. 잔 재미와 몸 개그로 채우는 그저 그런 흔해 빠진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스토리와 설정의 힘으로 가슴을 울리는 한편의 좋은 영화라는 점을 증명하는 부분이다.
조연이지만 타다시로 분한 대니얼 헤니와 고고 토마고로 분한 한인 배우 제이미 정의 목소리 연기가 한인 영화팬들에겐 반가움을 더한다.